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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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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올해는 수국꽃이 늦게 출발합니다. 작년 이맘때는 꽃이 제법 피었는데 올해는 지금 꽃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올봄에 상순이 많이 죽어 잘라주어 수국꽃은 작년만 못하지, 합니다. 이유야 있겠지만 식물이 말은 못 하고 주인장이 다만 짐작만 할 뿐입니다. 지난 겨울나면서 날씨가 추워서 상순이 많이 죽었나 생각도 들고 자스민 꽃도 겨울 잘 버티고 꽃이 해마다 피었는데 올해는 가지는 다 죽고 뿌리만 겨우 살아 새순이 올라온 것을 보면 지난겨울이 추웠던 것 같습니다. 무주선원이 250고지 정도 되는데 아랫마을하고는 또 기온이 다릅니다. 식물이 살아가는데 물과 빛과 온도와 바람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온도라고 합니다. 사람은 온도 1, 2도에 무디지만, 식물들은 1, 2도에 죽고 산다고 합니다. 제주에 살면서 겨..
법공양 회향 이번 마음의 고향 Ⅴ(5권) 출판으로(16일) 「마음의 고향」 시리즈 전 5권이 모두 출판하여 청화 큰스님 법어집 법공양 출판은 일단락하였습니다. 청화 큰스님께서 2003년 열반하시고 당신의 주옥같은 법문이 흩어지는 것을 인터넷이라도 모아 정리하자는 뜻으로 2007년 청화 큰스님의 당호(堂號)를 따서 무주선원 카페를 서울 광륜사 객방에서 PC 하나 구입해서 개원하였습니다. 그 후 PC를 동가숙, 서가숙 아반떼에 싣고 다니면서 인터넷에 연결하여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여 카페에 올린 것입니다. 2012년 어렵게 수행공간 무주선원을 이 자리에서 개원하면서 만행을 멈추고 자리가 잡힌 뒤부터는 본격적인 법공양 출판에 모든 역량을 모았습니다. 본정 거사님에게 자료를 넘겨받아 첫 번째로 2019년 1월에 영인본 금강심..
무상(無常) 제가 곡성 태안사 가서 은사 스님을 처음 뵈었을 적에 당신께서 속납이 7십이였습니다. 당시 법문도 까랑까랑하시고 강건(剛健)하시어 속으로 은사 스님 9십까지는 사시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후 십 년 더 계시다가 8십에 열반 드신 것입니다. 아직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늙어가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하고 저도 여기에 준(準)한다면 십 년 정도 남았다 하는 생각인데 십 년도 보장된 것은 아니고 5년이 될지 십 년이 될지 십오 년이 될지 모르지마는 아무튼 마음은 젊다고 해도 몸이 늙어감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누구나 사바세계에 오는 날이 있으면 가는 날이 있는 것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몸이 늙어지면서 생각도 많이 쉬고 행동반경도 좁아집니다. 지금까지도 천일기도 몇 번 회향하면서 그렇게 살았지만, 살림살이 변변치..
자비관 (3) 부처님 당시에 비구 스님들이 숲에서 안거를 보내는데 거대한 목신(木神)들이 스님들이 숲에서 정진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고 무시무시한 형용을 나타내 보이고 끔찍한 소리를 내거나 메스꺼운 냄새를 피워 스님들을 혼란스럽게 하여 스님들이 정진할 수가 없어 부처님을 찾아가 사정 이야기를 하니 부처님께서 자비관을 일러주었다고 합니다. 다시 숲으로 돌아와 자비관 수행을 하면서 평온을 되찾았고 스님들이 안거를 마치고 떠날 적에 목신들이 울면서 더 머물러 달라고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비관 수행의 덕목 중 하나가 선신(善神)들이 보호한다고 합니다. 초심시절 월출산 상견성암에서 보낸 적이 있습니다. 은사 스님께서 상견성암에서 3년 묵언 정진하시면서 금강심론과 정토삼부경을 최초로 편집, 번역 법공양 출판하신 곳이기..
자비관(2) 나의 원불(願佛)은 관세음보살입니다. 관세음보살과 같은 삶을 살고 싶어서 변방 제주도 옛 토성 자락에 조촐한 도량을 세우고 도량에 연못과 온갖 꽃나무로 장엄하고 백의관음을 상징하는 흰색 건물 법당에는 관세음보살 한 분을 모시었습니다. 관세음보살님이 아미타불을 정대(頂戴)하고 아미타불의 무량공덕을 찬탄하면서 천 개의 눈과 천 개의 손으로 일체중생의 고통을 거두어 주듯이 저 또한 때 묻은 마음이라도 서서는 목탁을 두드리며 아미타불의 무량공덕을 찬탄하고 앉자서는 다리를 포개고 허리를 세우고 자비심을 일으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이웃의 고통을 낱낱이 관상(觀想)하면서 - 모든 이들 고통을 여의고 행복하시길…. - 들숨과 날숨에 한 번 더 마음을 끌어 올리며 들숨에 가슴을 열고 일체중생의 고통을 품어 안으며 일..
자비관 사바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각자 인연과 기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일체중생을 위해서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전문적 용어로 보리심(菩提心)입니다. 보리심이 아누다라삼막삼보리심(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을 줄인 말인데 위 없는 마음, 마음에도 등급이 있는데 맨 꼭대기에 있는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보리심이 대승불교의 핵심입니다. 대승 경전이 모두 일체중생을 위한 발원과 회향이지만 절집의 모든 의식도 일체중생을 위한 발원과 회향입니다. 특히 기도의식에 잘 나타나 있으며 상좌부 불교의 자비관 수행과 대승권에서 하는 기도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일체중생을 위한 마음을 일으키면 첫 번째 현상이 즐겁고 행복한 마음이 일어나며 행복이 깊어지면 법희선열(法喜禪悅)이 되는 것이고..
반추(反芻) 2 무주선원에 처음 방문하는 분들은 잘 정돈된 도량, 집과 정원을 보고 감탄합니다. 그다음은 혼자서 기도 정진하면서 꽃나무 심고 관리한다는 것을 보고 놀라고 합니다. 처음 어린나무들만 심어서 그늘 하나 없는 도량에 십 년이라는 세월 속에 나무도 훌쩍 커 어우러지면서 사시사철 꽃이 피고 현재는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면서 주인장도 동백꽃을 보면서 감탄합니다. 도량이 이렇게 극락 도량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주인장이 노동에 익숙하다는 것입니다. 일만 할 줄 아는 것이 아니라 흔히 말하는 일머리, 안목(眼目)이 있어서 도량에 건물과 돌, 나무, 언덕, 연못 등을 적재적소에 놓았다는 것입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일찍부터 삶의 현장에서 몸뚱이 하나로 살다 보니 힘든 노동에 익숙했고 그 공덕으로 법당과 ..
반추(反芻) 어려운 시절, 하루하루가 힘들고 길게만 느끼어지던 세월도 지금 돌아보면 잠시였고 어느덧 한 생이 저물어갑니다. 지나온 길을 반추해보면 어려운 시절을 잘 극복했고 사바세계 와서 가장 잘한 것은 결혼 안 한 것입니다. 요즘에야 결혼이 선택이지만 우리 세대는 결혼이 필수인 시절 연탄불로 석유곤로로 가스 불로 손수 공양 해결해가며 버틴 것입니다. 두 번째로 잘한 것은 당시로는 늦은 나이지만 출가한 것입니다. 출가와 함께 부정(否定)을 긍정(肯定)으로 대전환하는 삶의 혁명이 일어났고 부정을 녹이어 긍정으로 돌리며 마음의 평정과 행복감을 느끼고 영성(靈性)을 일 보 전진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회향하는 마음입니다. 내 수행 공덕이 중생의 행복으로 회향 되길 발원하면서 모자라면 모자란 데로 부족하면 부족한 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