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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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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일 년에 한두 번, 가장 먼 길 제주도 동쪽에서 서쪽 무주선원에 오시어서 잡초를 매어주시던 보살님이 계시었는데 한 2년은 오시지 않다가 올해 오시였습니다. 한눈에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신 것 같고 담담히 그동안 못 오신 사연을 이야기하는데 서울에 사는 큰아들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하직하고 그 충격으로 마음고생과 병고에 시달렸다고 하시면서 아직 온전히 회복하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당신의 슬픔과 고통을 온전히 느껴집니다. 아들이 보통 아들은 아니고 제주도에서도 가장 척박하다는 동쪽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제주시 명문 고등학교와 서울대 그리고 영국 유학까지 다녀왔다고 하는데 넉넉한 집안도 아닌데 오직 본인의 영민(英敏)함으로 걸어온 길입니다. 이런 아들이 부모는 얼마나 자랑스럽고 대견했으며 가족은 얼마나 ..
한 생각 주변에 스님들이 한 둘씩 떠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냐”는 한 생각이 일어납니다. 이 한 생각에 많은 시비(是非)를 놓을 수가 있고 더 많이 용서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는 말이 나이 들면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고 했는데 수행자는 재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살기에 입은 다물고 마음만 열면 됩니다. 절집에서 가장 시비하는 첫 번째가 수행법, 수행법은 우열을 논할 것도 없습니다. 각자의 인연에 따라 한 가지 법으로 목숨이 다할 때까지 한다면 공덕도 있고 성취도 있습니다.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고 도(道)를 이루는 문(門)은 수도 없이 많은 것입니다. 두 번째가 공부, 살림살이 이 또한 시비할 것은 없습니다. 부처님 공부는 가르쳐 주어서 깨닫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깨닫는 것입니다...
감사(感謝) 감사(感謝) 매일 새벽에 일어나 부처님 전에 나아가 예불, 기도할 수 있는 건강과 신심(信心)에 감사합니다. 나무 본사 ‘아미타불’ 근본(根本)이 되는 스승, 아미타불을 칭념, 찬탄할 수 있는 인연에 감사합니다. “수행의 완성은 보리심이다.” 하는 정신세계에 감사합니다.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 거친 파도와 같은 사바세계에서 부처님 법을 만나고 삭발염의(削髮染衣)한 제 자신에게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자비관 천 개의 눈과 천 개의 손으로 일체중생의 고통을 거두어 주는 관세음보살님을 뒤로하고 다리를 포개고 앉자 관세음보살님을 대신하여 관세음보살님의 자비심을 온 우주에 방사합니다. 고통받는 이들을 낱낱이 관상(觀想)하면서 고통을 여위고 행복하기를 발원합니다. 그리고 가슴으로 온 우주를 끌어안으며 “일체중생의 고통을 다 거두어 주겠습니다.” 약한 것이나 강한 것이나 짧거나 길거나 작거나 아니면 중간 치기거나 미세하거나 거대하거나 또 눈에 보이거나 안 보이거나 멀리 살거나 가까이 살거나 태어났거나 태어나려 하거나 일체중생들의 고통을 제가 다 거두어 주겠습니다. 하고 서원(誓願)을 일으킵니다. 한 번 더 마음을 확장하며 들숨에 일체중생의 고통을 모두 다 거두어 주겠습니다. 날숨에 서원과 함께 낱낱이 자비심을 온 우주..
능소화 그 옛날 입대 전 같은데 남도(南道)를 여행하면서 시골집 담에 흐드러지게 핀 능소화꽃을 처음 보고 집 지으면 능소화는 꼭 심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처사 시절에는 능소화를 심을 여건이 못 되고 출가하여 인연 닿는 도량마다 능소화를 심을 수 있으면 심었는데 태안사, 송광사, 성륜사, 자성원 등에 심어놓았는데 들리는 말로는 다들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주선원 능소화도 개원하고 바로 육지 도반 절에 가서 작은 묘목 얻어다가 입구 돌에 기대어 심어놓고 무주선원을 방문하시는 분들께 화려한 꽃으로 반갑게 인사하라는 소임을 주었습니다. 도량에 심은 꽃나무들은 나름대로 의미는 다 있습니다. 차를 주차하고 내려오는 돌계단 양쪽으로 늘어지는 로즈메리를 심어놓았는데 지금은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정도로 커지었는데..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염송을 입으로 소리를 내고 귀로 반드시 들으며 마음으로 새겨나갑니다. 나무아미타불 염송이 깊어지면서 나무아미타불 염불 진동이 내 업장, 옹색한 마음과 부정적인 마음이 털어지며 본래의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 긍정적인 마음, 밝은 마음을 드러냅니다 억울함이 용서가 되고 연민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나무아미타불”을 잊지 말고 포기하지 않고 목숨이 다할 때까지 염불공덕 지어간다면 - 아 – 마지막 목숨이 다할 때 모든 장애(障礙)는 털어지고 아미타불을 친견하고 극락왕생하는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절집 살림살이는 마음입니다. 초파일 때는 훌쩍 커진 삼색병꽃이 오시는 분마다 찬탄을 한 몸에 받더니 요즘은 돌담에 기대어 입구 양쪽에 심은 능소화꽃과 도량에 수국꽃이 찬탄을 받고 있습니다. 도량에 꽃나무들이 작년하고 또 다르게 많이 자랐고 꽃도 풍성합니다. 요즘 더운 날씨에 법당문을 열어 놓고 사시기도 하는데 “나무아미타불” 염불 소리와 새소리가 어우러져 그대로 극락 도량입니다. 개원 십여 년을 새벽, 오전 정진 오후 울력을 수행 삼아 꽃나무 심고 물주고 풀 뽑고 거름 주며 정진한 결과가 도량에 드러나는 것입니다. 도량에 꽃나무는 옷과 같은 것입니다. 헐벗은 도량보다 적당한 꽃나무로 옷을 입힌다면 도량이 편안하고 좋은 것입니다. 주인장은 늘 도량에 지네니 못 느끼는데 선객(禪客) 한 분이 오시어서 “도량이 어머니의 품과 같습니다.”..
한 생각 오전 정진을 마치고 일어나는데 한 생각 “이제는 작은 토굴 가서 오롯이 정진하고 싶다.” 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이 한 생각 익히는 데는 참 오랜 세월이 걸린 것입니다. 헝그리 세대라 성공해보겠다고 분심(憤心)과 배짱 하나로 서울에 올라와 2십 년 세월을 보내고 출가해서는 큰스님 인연으로 제주도에 내려와 더불어 수행하는 여법한 수행도량 가꾸겠다고 2십 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둘 다 뜻은 이루지 못하였으나 허송세월은 아니었고 손해 본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2십 년은 치열한 삶의 현장에 생존하면서 인과(因果)도 두 눈으로 보았고 무상(無常)도 익혔습니다. 이 두 가지가 중노릇에 퇴비가 되었고 제주도에 내려와서 2십여 년을 하루같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홀로 법당에서 “아미타불 광림 법회”를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