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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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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와 만족 12월 또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다음 달 나이테 하나가 늘어나고 그만큼 늙겠지요. 어느 분이 말하기를 육십, 칠십 대가 인생의 가장 황금 시기라고 하였습니다. 좌충우돌하는 젊은 시절을 넘어 인격적으로 가장 완성된 시기,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않고(耳順) 무엇을 해도 법에 어긋나지 않는 시기(七十而從心所慾不踰矩)입니다. 새벽 정진을 끝내고 나니 감사와 만족감이 밀려옵니다. 젊은 시절에는 부잣집으로 태어나는 것이 큰 복인 줄 알았는데 나이 들어보니 젊은 시절에는 고생 좀 해야 인욕(忍辱)도 익히고 안목도 넓어진다. 하고 말년에는 건강한 것이 가장 큰 복이라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의 억울함과 원망하는 마음, 이기심, 날 선 마음을 부처님 전에 내려놓고 염불과 자비관 수행으로 회향하는 자신이 감사하..
자비관 자비관 다리를 포개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몇 번의 날숨과 들숨으로 마음을 고르며 들숨에 일체중생을 마음으로 끌어 않으며 일체중생의 고통을 다 거두어 주겠습니다. 날숨에 자비심을 일으켜 낱낱이 온 우주에 방사합니다. 한 번 더 마음을 활짝 열고 일체중생을 마음으로 끌어 않으며 깊은 들숨에 일체중생의 고통을 다 거두어 주겠습니다. 깊은 날숨에 자비심을 낱낱이 온 우주에 방사합니다. 깊은 들숨과 깊은 날숨에 온 우주에 자비심만 가득합니다. 가장 인간다운 행위가 고통받는 이웃에 몸과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며 가장 인간적인 마음이 관세음보살입니다. 망상을 쥐고라도 때 묻은 마음이라도 연민하는 마음을 끊임없이 일으킨다면 언제인가는 관세음보살 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아 - 망상이 죽 끓듯 일어나도 포기하지 말고 ..
가장 행복한 시간 4시 15분 새벽기도를 끝내고 방에 들어와 원두 갈아서 커피 한잔하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새벽에 일어났다는 행복감 그리고 하루일과에 첫 단추, 새벽기도를 원만 회향하였다는 행복감 그리고 홀로 마시는 원두커피 한잔의 행복감으로 하루일과 중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출가 사문이 부처님 은혜와 시주은혜로 살아가는데 새벽에 일어나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시주자를 위하여 축원하는 것이 기본이지 하는 마음으로 새벽기도와 정진을 생명으로 생각합니다. 이어 커피 한잔하고 다시 법당으로 가서 자비관 한 시간. 어렵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하여 낱낱이 자비심을 방사하고 원력을 다지는 시간 나의 자비관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얼마나 고통에서 벗어나는지는 모르나 자신은 자비관으로 온몸과 마음을 샤워하는 것과 같습니다. 새벽 정진에서 ..
좌 노보살님(2) 노 보살님에게는 현몽(現夢)이 정확한 신기한 일이 있습니다. 자성원 시절 신도 한 분이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 가족과 장례 절차를 의논하여 49재는 자성원에서 지네기로 하고 돌아가시면 바로 연락주기로 하였는데 어느 날 아침 공양하러 공양간에 가니 노 보살님이 하시는 말씀이 “스님 암으로 투병하시던 보살님 돌아가시었어요. 새벽에 영가가 왔어요” 하시는데 속으로 돌아가시면 바로 연락해준다고 했는데 난 아직 연락 못 받았는데 하고 반신반의(半信半疑)하였는데 한 9시나 되니 가족에게 전화가 왔어요. 새벽에 돌아가시었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 이제야 전화한다고 합니다. 돌아가시면 바로 영가가 49재 지네는 절로 오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애월 고내봉 토굴 시절 저녁에 속가 형님에게 당신 수술 날짜와 어머니 제..
좌 노보살님 좌 노보살님을 처음 뵌 것은 2003년 봄 제주도 자성원(自性苑) 주지로 내려왔는데 공양주로 계시었습니다. 얼굴에는 병색이 완연하고 마음도 편치 않은 것을 한눈에 볼 수 있었는데 당시 제가 사용하던 반질거리는 율무 천주 염주를 드리면서 보살님 이것 가지고 “나무아미타불” 염불하세요. 권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노보살님은 공양간에서 천 주 돌리며 “나무아미타불”하고 저는 법당에서 “나무아미타불” 하면서 4년이라는 세월을 자성원을 가꾸며 보낸 것입니다. 당신께서 나무아미타불 염불하시면서 건강도 좋아지시고 마음도 편안해지면서 지나온 온 세월을 가끔 이야기합니다. 50대부터 공양주를 하시였다고 하시는데 절에서 험한 것을 많이보아 “이제는 절에 가서 안 산다.” 하고 집에 계시였는데 한 날 꿈에 가마를 사람들이 ..
30년 소회(所懷) 10월 13일이 6천 3백일 기도 회향 일입니다. 늘 그렇듯 이어서 4백일 기도 입제하고 그러나 6천 3백일이란 숫자는 큰 의미는 없습니다. 출가하여 행자 생활 시작하는 날부터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하고 강원 시절에도 방학하면 방학 기간 7일 기도라도 하고 선방 다닐 적에도 산철에는 기도하고 그냥 출가 이후 3십 년을 ‘나무아미타불’ 염송과 기도로 보냈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닙니다. 흔히 말하는 늦깎이라 어디 한눈팔 생각 없이 한길로만 매진한 것입니다. 6천 3백일, 특히 이 자리에서는 십 년을 손수 마지 지어 올리며 기도하고 틈틈이 앉고 마당 울력하며 은사 스님 법어집 교정보아 법공양 출판, 발송까지 하는 일과가 숙연(宿緣)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과지만 “30년 살림살이 내놓아 보아라” 하면 할 말은 ..
자비관 1. 신호등 없는 건널목에 몸이 불편하신 분이 서 계십니다. 잠시 차를 세워서 편히 건너가기를 기다립니다. 건널목을 천천히 건너가는 것을 보면서 운전석에서 그분을 위하여 자비관을 합니다. “고통을 여의고 행복하시길” 잠깐의 자비관으로 온종일 즐겁습니다. 2. 복잡한 이비인후과 의원. 주차부터 머리가 복잡하고 대기는 1시간 진찰은 3분 접수하고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자 대기실에 기다리는 분들을 관상하면서 자비관을 합니다. “이 자리에 오신 분들 고통을 여의고 행복하시길” 어느덧 1시간 대기시간은 끝났고 3분의 진료도 끝났고 귀가하는 길이 머리가 시원하고 즐겁습니다. 3. 비행기 타고 렌터카로 갈아타고 찾아간 절. 행사로 절 마당은 신도분들로 가득합니다. 법당 부처님 전에 삼배 올리고 앉자 낱낱이 도량을 관..
수행 한담 수행은 약한 불에 오래 익힌 음식이 깊은 맛이 있듯이 어떠한 수행이던 오래오래 익혀가는 것입니다.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바람 불면 바람이 부는 데로 본인이 정한 법(法)을 가슴에 품고 비,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것입니다. 옛글에 인욕(忍辱)의 갑옷을 입고 나아가라고 하였습니다. “나무아미타불”이 익어가면서 자나 깨나 염불이 마음속에서 일어납니다. “나무아미타불”이 익어가면서 타성일편(打成一片) 한 조각 아미타불만 남고 “나무아미타불”이 익어가면서 보이는 사바세계가 순(順)해 보이고 “나무아미타불”이 익어가면서 집착과 망상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갑니다. “나무아미타불”이 익어가면서 집착과 망상이 떨어져간 자리에 용서와 자비심으로 채워집니다. 저 깊은 의식 속에 있는 자비심이 깨어나면서 무한한 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