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심론 읽기(53)

 

 

제11장 진여眞如

 

진여眞如란 범음梵音의 부다다타다部多多他多(bhūtatathatā)로서 『금강경金剛經』의 범본梵本에 진여성眞如性이라 번역하니, 진眞이란 진실眞實의 뜻이며 여如란 변함없음의 뜻이라. 모든 법法의 본성體性이 허망虛妄함을 여읜離 진실眞實이기에 진眞이요, 참 성품眞性이 항상 머물러 변화하지 않고 바뀌지도 않기에 여如니 혹은 원성실성圓成實性이라, 법성法性이라, 실상實相이라, 불성佛性이라, 여래장如來藏이라, 법계法界라, 법신法身이라,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이라 말하는데 본체는 같으나同體 이름은 다르며 『기신론起信論』에 소위, 진생미분眞生未分의 일심一心인 일진여一眞如가 이것이요 이진여二眞如라 함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

 

첫째, 수연진여隨緣眞如와 불변진여不變眞如로서 무명無明의 인연緣에 따라 구계九界의 허망한 법妄法을 일으킴이 수연진여隨緣眞如요,

인연 따라隨緣 허망한 법妄法을 이루되 그 참 성품眞性은 변함이 없을새 불변진여不變眞如라. 수연隨緣의 뜻으로 진여眞如가 곧 만법萬法이며, 불변不變의 뜻으로 만법萬法이 곧 진여眞如이니 화엄종교華嚴終敎와 천태별교天台別敎 이상에서 말하는 바요

 

둘째, 공진여空眞如와 불공진여不空眞如로서 진여眞如의 염법染法을 여읨離이 밝은 거울明鏡과 같음이 공진여空眞如요, 진여眞如의 정법淨法에 일체一切를 갖춤이 밝은 거울明鏡에 만상萬像을 나타냄과 같을새 불공진여不空眞如라 하니 『기신론起信論』 등의 설說한 바요

 

셋째, 청정진여淸淨眞如와 염정진여染淨眞如로서 이는 위의 수연진여隨緣眞如와 불변진여不變眞如의 다른 이름이니, 『석마하연론釋摩訶衍論』 3권에 나옴이요

넷째, 유구진여有垢眞如와 무구진여無垢眞如로서 중생衆生이 갖춘 바 진여眞如를 더러움垢이 있음이라 하고, 모든 부처님이 나타낸 바의 진여眞如를 더러움이 없음無垢이라 말함이니 『대승지관大乘止觀』2권에 말함이요

 

다섯째, 재전진여在纏眞如와 출전진여出纏眞如로서 이는 위의 유구진여有垢眞如와 무구진여無垢眞如의 다른 이름이니, 『기신론소起信論疏』에 나옴이요

여섯째, 생공진여生空眞如와 법공진여法空眞如로서 인아人我의 공空함이 드러나게 되는 진여眞如를 생공生空이라 말하고, 법아法我의 공空함이 드러나게 되는 진여眞如를 법공法空이라 말함이니 『유식론唯識論』의 말한 바요

 

일곱째, 의언진여依言眞如와 이언진여離言眞如로서 진여眞如의 본체體가 본래 말의 모양相과 생각心念의 상相을 여읨離이 이언진여離言眞如요, 거짓 이름假名의 말에 의지해 그 형상相이 나타남이 의언진여依言眞如니 역시 『기신론起信論』의 말한 바요

여덟째, 안립진여安立眞如와 비안립진여非安立眞如로서 이는 앞의 의언진여依言眞如와 이언진여離言眞如의 다른 이름이니, 『탐현기探玄記』 등의 말한 바요

아홉째, 상대진여相待眞如와 절대진여絶待眞如로서 이는 위의 안립진여安立眞如와 비안립진여非安立眞如의 다른 이름이니, 『화엄대소초華嚴大疏鈔』의 말한 바이니라.

 

 

제1절 삼진여三眞如와 칠진여七眞如

 

첫째, 무상진여無相眞如란 변계소집遍計所執의 허상虛相이 없는 모든 법諸法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實相을 말함이요

둘째, 무생진여無生眞如란 실제로 태어남實生이 없는 모든 법諸法의 인연으로 태어남因緣生을 말함이요

셋째, 무성진여無性眞如란 망령된 생각妄情으로 집착하는 바의 본성實性이 없는 말과 생각의 끊어짐言亡慮絶을 말함이니, 이상 삼진여三眞如는 『유식론唯識論』에서 설說한, 삼무성三無性에 의지하여 세운 것이며,

 

첫째, 선법진여善法眞如란 진여眞如가 인연緣 따라 선법善法을 이룬 진여眞如요

둘째, 불선법진여不善法眞如란 진여眞如가 인연緣 따라 불선법不善法을 이룬 진여眞如요

셋째, 무기법진여無記法眞如란 진여眞如가 인연緣 따라 무기법無記法을 이룬 진여眞如니 이 삼진여三眞如는 『잡집론雜集論』에 나옴이니라.

그리고 『해심밀경解深密經』｢분별유가품分別瑜伽品｣과『유식론唯識論』 8권에 칠진여七眞如를 설명하니,

첫째, 유전진여流轉眞如란 유위법有爲法의 유전流轉의 실성實性이요

둘째, 실상진여實相眞如란 이무아二無我 경계境의 실성實性이요

셋째, 유식진여唯識眞如란 염정법染淨法 유식唯識의 실성實性이요

넷째, 안립진여安立眞如란 고제苦諦의 실성實性이요

다섯째, 사행진여邪行眞如란 집제集諦의 실성實性이요

여섯째, 청정진여淸淨眞如란 멸제滅諦의 실성實性이요

일곱째, 정행진여正行眞如란 도제道諦의 실성實性인 바,

 

유전流轉ㆍ안립安立ㆍ사행邪行의 세 진여三眞如는 부처님에게 합당하지 아니하고 실상實相ㆍ유식唯識ㆍ청정淸淨의 세 진여三眞如는 근본지根本智의 경계境이며 나머지 네 진여四眞如는 후득지後得智의 경계라. 전문詮門에 요약한 뜻을 설명으로서 칠진여七眞如를 설說하나, 설명을 폐廢하고 진여如의 본체體를 논論하면 일곱이 곧七卽 하나一如니라.

 

 

제2절 보살십지菩薩十地 소득所得의 십진여十眞如

 

첫째, 변행진여遍行眞如란 아我ㆍ법法 두 공空의 나타난 바로, 일법一法에 모든 법諸法을 포함할새 두루한 행遍行이 아님이 없기 때문이요

둘째, 최승진여最勝眞如란 끝없는無邊 덕德을 구족具足하여 일체법一切法에 가장 수승最勝하기 때문이요

셋째, 승류진여勝流眞如란 이 진여眞如가 전해지는 교법敎法이 지극至極히 수승殊勝하기 때문이요

넷째, 무섭수진여無攝受眞如란 아집我執 등의 구속繫屬이 없기 때문이요

다섯째, 무별진여無別眞如란 안眼 등 이류異類의 차별이 없기 때문이요

여섯째, 무염정진여無染淨眞如란 본성本性이 원래 물들지 아니할새 다시 세척洗하여 청정淨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이요

일곱째, 법무별진여法無別眞如란 모든 법이諸法 갖가지로 안립安立하되 그 본성性에는 다름이 없기 때문이요

 

여덟째, 부증감진여不增減眞如란 청정淨과 물듦染에 따른 증감增減의 집착執을 여읜 것으로, 이의 또 다른 이름인 상토자재소의진여相土自在所依眞如를 깨닫고證 나면, 몸身相을 나타내고 국토國土를 나타냄에 자재自在를 얻기 때문이요

아홉째, 지자재소의진여智自在所依眞如란 이 진여眞如를 깨달은證 후에 걸림 없는 변재無碍解의 자재自在를 얻기 때문이요

열째, 업자재등소의진여業自在等所依眞如란 이 진여眞如를 깨달은證 후에 일체一切 신통神通의 지혜를 일으켜 다라니문과 삼매문作業多羅尼定門에서 다 널리 자재를 얻기 때문이라.

진여眞如의 본성性은 진실로 차별이 없지만實無差別 수승한 덕勝德에 따라 열 가지를 세우니라. 천태가台家는 이를 별교別敎의 십지十地에서 얻은 바라 말하고, 법화法華에서 말한 바

오직 부처님과 부처님만이唯佛與佛 능히 궁구하여 다 하신窮盡 제법실상諸法實相 여시如是 등의 십여시十如是를 원교圓敎의 십진여十眞如라 칭稱하며,

십여시十如是와 십진여十眞如는 이름과 뜻이 서로 같다고 말하고, 이를 지음 없음無作의 무작無作이라 말하나 십진여十眞如는 몸으로 증명身證하는 경계境界요 십여시十如是는 진리를 깨닫는悟道 경계境界니라.

 

그리고 진여眞如ㆍ법계法界ㆍ법성法性ㆍ불허망설不虛妄說ㆍ불변이성不變異性ㆍ평등성平等性ㆍ이생성離生性ㆍ법정法定ㆍ법주法住ㆍ실제實際ㆍ허공계虛空界ㆍ부사의계不思議界 등을 십이진여十二眞如라 혹은 십이무위十二無爲라 십이공十二空이라 이름하니, 이는 마음으로 깨닫고心悟 몸으로 증명身證하는 증오證悟의 경계境界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