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타행자의 편지/미타행자의 편지

한 생각

 

 

오전 정진을 마치고 일어나는데 한 생각

이제는 작은 토굴 가서 오롯이 정진하고 싶다. 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이 한 생각 익히는 데는 참 오랜 세월이 걸린 것입니다.

 

헝그리 세대라 성공해보겠다고 분심(憤心)과 배짱 하나로 서울에 올라와 2십 년 세월을 보내고 출가해서는 큰스님 인연으로 제주도에 내려와 더불어 수행하는 여법한 수행도량 가꾸겠다고 2십 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둘 다 뜻은 이루지 못하였으나 허송세월은 아니었고 손해 본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2십 년은 치열한 삶의 현장에 생존하면서 인과(因果)도 두 눈으로 보았고 무상(無常)도 익혔습니다.

 

이 두 가지가 중노릇에 퇴비가 되었고 제주도에 내려와서 2십여 년을 하루같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홀로 법당에서 아미타불 광림 법회를 하루 3차례 열었는데 신도님들이 참석하고 안하고는 내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동안 할만큼은 하였다 생각입니다. 꿈대로 법당에 염불 행자를 꽉 채웠으면 은사 스님 법어집을 정리할 시간이 있었겠느냐 하는 생각도 들고 그동안 법어집 정리하여 법공양으로 출판하였으니 세월 낭비한 것은 없다. 합니다.

 

지금까지 지나온 세월이 내가 겪어야 할 망상(妄想)이었다는 생각도 들고 그동안 척박한 환경에서 7십 년을 버티어준 몸뚱이는 크게 문제 되는 곳은 없지만, 이제는 사람 만나는 것도 버겁고 천여 평의 도량을 혼자서 관리하는 것도 버거워지며 늙어감을 피부로 느낍니다. 염불도 마지막 십 분이 중요하고 좌선도 마지막 십 분이 중요하듯이 우리도 말년, 사바세계 떠나기 전 십 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다 내려놓고 때 묻은 마음이라도 기도 염불하면서는 부처님의 가피로 일체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발원하고 좌선하면서는 자비관으로써 일체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발원하면 이것이 나의 할 일이고 이렇게 마지막을 장엄하면 사바세계 잘 왔다가 잘 가는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미타행자의 편지 > 미타행자의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비관  (0) 2023.07.25
능소화  (0) 2023.07.09
무상(無常)  (0) 2023.05.11
자비관  (1) 2023.04.15
법공양  (0) 2023.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