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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미타행자의 편지

무상(無常)

 

제가 곡성 태안사 가서 은사 스님을 처음 뵈었을 적에 당신께서 속납이 7십이였습니다. 당시 법문도 까랑까랑하시고 강건(剛健)하시어 속으로 은사 스님 9십까지는 사시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후 십 년 더 계시다가 8십에 열반 드신 것입니다. 아직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늙어가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하고 저도 여기에 준()한다면 십 년 정도 남았다 하는 생각인데 십 년도 보장된 것은 아니고 5년이 될지 십 년이 될지 십오 년이 될지 모르지마는 아무튼 마음은 젊다고 해도 몸이 늙어감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누구나 사바세계에 오는 날이 있으면 가는 날이 있는 것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몸이 늙어지면서 생각도 많이 쉬고 행동반경도 좁아집니다. 지금까지도 천일기도 몇 번 회향하면서 그렇게 살았지만, 살림살이 변변치 못한 늙은 사람 반기는 곳 없으니 나 다니 일없고 다들 업()대로 살고 자기가 지은 업은 자기가 다 받는데 말해야 부질없는 시비와 잔소리 되는 것이니 할 말도 삼키게 되고 자연히 그렇게 마음도 익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늙어가면서 죽음을 마음으로 생각하고 놓는 연습 해가며 준비하다 가는 것과 한 백 년 살 것 같이 준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가는 것은 결과에서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몸은 늙어가고 망상 터는 길은 먼데 한 번이라도 나무아미타불더하고 십 분만이라도 더 앉아 있어야지 하는 마음이고 부처님 모신 도량이 극락세계입니다.” 늙은 몸 가지고 목숨 구걸하라 여기저기 나다닐 것 없고 도량에서 버틸 때까지 버티다 곡기 끊고 가면 되고 마지막 지인(知人)들의 나무아미타불염불로 전송받으며 사바세계 마무리 지으면 가장 아름답게 사바세계 회향하는 것입니다.

 

- 이것도 복과 지혜가 있어야 가능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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