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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

반추(反芻) 2

 

 

무주선원에 처음 방문하는 분들은 잘 정돈된 도량, 집과 정원을 보고 감탄합니다. 그다음은 혼자서 기도 정진하면서 꽃나무 심고 관리한다는 것을 보고 놀라고 합니다. 처음 어린나무들만 심어서 그늘 하나 없는 도량에 십 년이라는 세월 속에 나무도 훌쩍 커 어우러지면서 사시사철 꽃이 피고 현재는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면서 주인장도 동백꽃을 보면서 감탄합니다.

 

도량이 이렇게 극락 도량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주인장이 노동에 익숙하다는 것입니다. 일만 할 줄 아는 것이 아니라 흔히 말하는 일머리, 안목(眼目)이 있어서 도량에 건물과 돌, 나무, 언덕, 연못 등을 적재적소에 놓았다는 것입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일찍부터 삶의 현장에서 몸뚱이 하나로 살다 보니 힘든 노동에 익숙했고 그 공덕으로 법당과 마당을 오가며 홀로 선농일치(禪農一致) 가풍을 세우며 사는 것입니다. 경험상 노동이라는 것은 어릴 적에 몸에 배어야 할 수 있는 것이지 나이 들어서는 할 수 없기에 요즘 배부른 말세에 백수는 흔해도 일할 사람은 없다. 하는 생각입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라는 옛말을 요즘 누가 듣겠습니까? 그러나 젊은 시절 안일과 편함이 뇌, 생각을 부패시키고 나날이 삶이 옹색해집니다. 힘든 시절 세상을 원망했지만 돌아보니 힘든 시절 경험이 오히려 망상을 털고 사바세계를 바라보는 안목이 생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세상 살면서 나는 자비심을 일으킬 수 있지만, 상대방에 자비심을 기대하지 않으면마음 편히 지낼 수 있고 우리가 망상을 털고 마음을 확장 시키는 것은 꼭 좌선이나 염불 수행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적당한 노동과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도 가능한 것입니다.

 

한 생을 민들레 씨앗처럼 바람에 날리어 아무 곳이나 뿌리박고 살다 떠나기를 반복하던 삶, 바람에 날리어 아무 곳에나 떨어지는 것 같지만 다 이유가 있고 원인이 있으며 또한 일 보 전진을 위한 과정입니다. 느낌으로 한곳에서 머무르며 부딪치면서 업을 녹이고 또 녹은 만치 주변 환경이 변하면서 떠나게 되기를 반복하며 현재 이 자리에 있는 것이고 이 자리 역시 업이 다 하면 떠나지, 생각합니다.

마지막 사바세계 회향처가 어디가 될지 저도 모르고 부처님만이 알겠지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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