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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청화 큰스님 서적/5. 원통불법의 요체

원통불법의 요체(77)

원통불법의 요체(77)

 

게송음미偈頌吟味

 

1) 교범바제僑梵波提의 수설게水說渴

 

이렇게 난삽難澁[이해하기 어렵고 까다로움]한 법문을 여러 시간을 듣게 되어서 특히 노덕 스님들은 굉장히 지루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만남이 그렇게 자주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또 인생은 찰나무상이기 때문에 춘한노건春寒老健이라, 봄눈이 금새 녹아 버리듯이 나이 먹은 사람들은 어느 때 쓰러질 줄 모르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루하시더라도 내일 하루 남았습니다. 분위기를 유연하게 하기 위하여 교범바제의 게송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교범바제僑梵波提(Gavampati,) 이 분은 부처님 당시 사리불舍利弗(Sariputra) 존자의 제자입니다. 부처님 당시 부처님 계시는 곳에서 살지 않고 천상에 올라가서 사는 제자들이 있었는데 한 분이 교범바제고 또 한분은 빈두로賓頭盧(Pindolabh) 존자입니다. 빈두로 존자는 우리가 독성님 또는 나반존자라고 하는 분입니다. 여러 가지 인연도 있습니다만 교범바제는 과거세에 죄를 많이 짓고서 오백세동안 소의 과보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금생에 인간으로 태어나서는 소처럼 한번 먹은 것을 다시 되씹는 버릇이 있었는데 아라한阿羅漢을 성취한 뒤에도 반추反芻하는 소의 습성習性을 못 떼니까 사람들이 흉도 내고 빈정거리기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라한을 비방하면 결국 구업口業 죄를 짓지요. 그래서 부처님께서 일반 중생들을 연민하는 마음으로 구업 죄를 짓지 않게 하기 위해서 교범바제에게 도리천에 가서 중생을 제도하라고 분부하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교범바제가 도리천에 가서 지내는데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 칠엽굴七葉窟에서 부처님 법문을 결집結集할 때 모든 아라한들을 다 소집하는데, 마하가섭摩訶迦葉이 교범바제한테도 도리천에 사자使者를 보내서 참여하라고 했습니다. 교범바제는 사자로 온 비구에게 부처님께서도 이미 열반 드셨고 은사 되는 사리불도 가셨다는 말을 듣고는 아라한이지만 도저히 그 슬픔을 감당키 어려웠습니다. 에 걸리지는 않았겠지만 역시 마음으로 가까운 분을 이별하는 것은 슬픈 일이겠지요. 그래서 나는 도저히 슬픔 때문에 결집에 참여를 할 수 없다면서 신통으로 허공에 솟아올라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들어서 자기 몸을 태워 가지고, 다시 수광삼매水光三昧로 물이 되어 흐르는 물로 마하가섭한테 이르러 물 가운데서 마지막 하직하는 게송을 읊었기에 수설게水說偈라고 합니다. 역시 공부가 성취되고 하나도 때 묻지 않은 분들의 게송들이라 간단하지마는 우리의 심금을 울리고 마음을 정화하는 것입니다.

 

僑梵波提稽首禮교범바제계수례  교범바제는 머리를 조아리고 절 올립니다

妙衆第一大德僧묘중제일대덕승  성중 가운데 어른이신 대덕 존자이시여,

聞佛滅度我隨去문불멸도아수거  부처님의 열반 듣고 저도 또한 따르오리

如大象去象子隨여대상거상자수  어른 코끼리 앞서면 어린 새끼 뒤따르듯,

 

阿含經아함경』 『智度論지도론

 

교범바제는 뜻으로 풀이하면 우작牛嚼[또는 牛跡牛呵]비구라고 합니다. 교범바제는 머리를 조아려서 절을 합니다. 마하가섭은 성중 가운데 어른이므로 마하가섭 대덕 스님한테 제가 머리를 조아려서 예배를 드립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셨으니 저도 역시 따라가야 할 것이 아닙니까? 마치 어른 코끼리가 앞서가면 어린 코끼리가 따라가듯이 저도 역시 부처님과 은사님을 따라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애절하게 읊었습니다. 이 게송을 볼 때는 꼭 코끼리가 뚜벅뚜벅 걸어가면 새끼들이 따라가는 것이 연상됨과 동시에 그런 도인들도 역시 법의 은혜와 스승에 대한 생각을 하면 도저히 슬픔을 감당할 수 없었겠지요.

 

아함경阿含經이나 지도론智度論에 나와 있는 게송입니다.

 

 

 

2. 두순학杜荀鶴의 안인게安忍偈

 

三伏閉門被一衲삼복폐문피일납  삼복 더위 문을 닫고 누더기를 걸치고서

兼無松竹蔭房廊겸무송죽음방랑  송죽 숲도 시원스런 방사 또한 아니지만

安禪不必須山水안선불필수산수  하필이면 산수 좋아 편안해야 참선일까

滅得心頭火自凉멸득심두화자량  마음 번뇌 사라지면 불이라도 서늘하리.

 

- 唐代당대 杜荀鶴두순학 -

 

두순학杜荀鶴은 당나라 사람으로서 정확한 신분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평생을 두고 청빈淸貧 위주한 수도인 이었습니다.

 

삼복폐문피일납三伏閉門被一衲이라, 삼복더위에 문을 닫고서 누더기 걸치고 정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삼복더위만 해도 무더운데 하물며 문을 닫고 게다가 누더기를 입고 있으니 오죽이나 덥겠습니까? 그러나 정진하는데 구태여 소나무나 대나무 숲도 있고 그늘에 있는 시원한 방사가 아니라도 상관할 바 아니며, 우리가 참선하는데 반드시 산수가 좋은 곳에서 공부해야만 할 것인가?

멸득심두滅得心頭면 우리 마음의 번뇌만 다 없애버린다면 화자량火自凉이로다. 불도 추위도 주림도 문제될 것이 아니며 또한 시정市井 가운데 참선한다 해도 오히려 청량한 법락을 즐길 수 있다는 게송입니다.

 

 

3. 결사문법게決死聞法偈

 

設滿世界火설만세계화  설사 온 세계가 불바다일지라도

必過要聞法필과요문법  반드시 뚫고 나가 불법 배우고

會當成佛道회당성불도  맹세코 마땅히 불도 이루어

廣濟生死流광제생사류  생사고 중생들 모두 건지리,

 

無量壽經무량수경

 

일본 중세기에 오다노부나가라는 장수가 자기에게 대항하던 적군의 장군이 숨어 있던 절을 쳐들어갔는데 적장이 나오질 않으므로 성질이 조급한 장군은 화가 치밀어 스님 네가 한 분도 도망을 못 가게하고서 절 안에 스님 네가 있는 채로 불을 질러 버렸습니다. 스님 네가 다 비참하게 화장을 당했겠지요. 그때에도 이런 게송을 읊으면서 목숨을 마쳤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이 게송은 무량수경無量壽經에 있는 법문입니다.

 

설사 온 세계에 불바다가 되어 한없이 위험한 경우일지라도, 필과요문법必過要聞法이라, 는 꼭 한사코 라고 풀이합니다. 반드시 지나가서 한사코 법을 들을지니 우리가 참다운 진리를 쉽게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설사 온 세계에 난리가 나서 불바다가 되었다 하더라도 꼭 반드시 뚫고 나가서 법을 들을지니, 회당성불도會當成佛道하여 회당의 회도 여기서는 만난다는 뜻이 아니고 맹세할 회라고도 풀이가 됩니다. 맹세코 불도를 성취하여 널리 무량 중생을 제도하리라는 서원誓願이 담겨 있는 게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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