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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경전,법문자료/4. 인광대사의 가언록

화두 놓고 염불하세(92)

 

 

印光大師 嘉言錄(인광대사 가언록)

옮긴이 김지수(寶積)

 

 

 

8. 궁금증 풀고 정견(正見)으로 정진(精進)하세(5)

 

 

2) 마음과 성품(心性)

 

그래서 비록 정인(正因)이 제아무리 훌륭히 갖추어져 있더라도, 그런 이치를 깨닫지(了因) 못하거나, 보조 연분()이 더불어 주지 못한다면, 제 기능을 발휘하거나 사용할 수가 없게 되오. 그런 까닭에, 부처님께서 일체 중생이 모두 부처인 줄 알아 보시고, 해탈하도록 제도하시려는 것이라오. 그런데도 중생들은 아직 깨닫지 못해, 착한 법을 닦고 행하려 하지 않으며, 영겁토록 생사 윤회에서 벗어날 줄 모르고 고통받는구료. 이에 여래께서 대자비로 불쌍히 여기시고, 온갖 방편 법문을 널리 펼치시어 근기에 맞는 길을 열어 주셨소. 그리고 모든 중생들이 하루 빨리 허망을 되돌이켜 진여로 되돌아 오며, 티끌을 등지고 깨달음에 합치하기를 손꼽아 기다리신다오.

 

옛사람들이 생사는 참으로 큰 문제이니, 어찌 비통하지 않으리오?" 라고 탄식하셨소. 그런데 나는 그 이유를 모르면, 비록 비통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라고 반문하고 싶소. 일체중생은 업장에 따라 육도를 윤회하면서 생사를 받는 것이라오. 생겨나면서도 오는 곳을 모르고, 죽으면서도 가는 곳을 모르오. 단지 죄악과 복덕의 인연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끊임없이 돌고 도는 것뿐이오.

 

여래께서 이를 불쌍히 여기시어, 미혹으로 말미암아 악업을 짓고, 악업으로 말미암아 고통을 불러들이는 인연과; 항상() · 안락() · 대아() · 청정()의 네 덕성을 갖추고, 고요히 비추며 원만히 융통하는(寂照) 본체를 함께 보여 주셨소. 중생들이 무명 때문에 이 몸을 받은 줄 알라고 일깨우신 것이오.

 

결국 물질로 된 이 몸()은 완전히 허망한 환영()에 속하는 것이오. 사대(四大)만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온 또한 모두 텅 비었소. 오온이 텅 빈 줄만 안다면, 진여 법성(法性)과 실상 묘리(妙理)가 철저하고 원만히 나타나게 되리다.

 

연분에 따르기() 때문에, 사성(四聖: 부처 · 보살 · 벽지불 · 성문)과 육범(六凡: 육도 중생), 생사의 고통과 열반의 즐거움이 현격히 차이 나는 것이오. 연분에는 오염과 청정이 있어, 반드시 어느 하나에 따르게 되어있소. 오염된 연분에 따르면, 미혹을 일으키고 악업을 지어 육도 윤회하게 되오. 반면 청정한 연분에 따르면, 미혹을 끊고 진여를 증득하여, 항상 열반에 안주하게 되오.

 

미혹과 악업에 경중의 차이가 있기에, 인간과 천상의 착한 곳(善道)이나, 아수라같이 선악이 뒤섞인 곳(善惡夾雜道), 축생 · 아귀 · 지옥의 세 나쁜 곳(三惡道)으로 구분되오. 미혹으로부터 미혹을 일으키고, 업장으로부터 업장을 지어가며, 더러 착하기도 하고 더러 악하기도 하며, 일정한 모습이 없소. 그러면서 마치 수레바퀴가 굴러가듯, 잠시 위로 올라갔다가 금세 아래로 내려오는 변화 이동이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소. 번뇌와 미혹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주인 노릇 할 엄두도 못 내면서, 모두 업장에 따라 생사를 받아야 하는 운명에 얽매이는 것이오.

 

반면 사성(四聖)도 미혹을 끊고 진여를 증득한 깊이와 정도에 차이가 있소. 보고 생각하는 미혹(見思感)을 끊으면 성문의 과위(果位)를 증득하고, 업습의 기운(習氣)을 뿌리 뽑으면 벽지불(緣覺)의 과위를 증득하며, 무명(無明)을 쳐부수면 보살의 과위를 증득하게 되오. 더 나아가 무명이 말끔히 사라져 복덕과 지혜가 원만히 이루어지고, 수행의 덕이 지극히 쌓여 성품의 덕이 완전히 드러나면, 곧 부처의 과위를 증득하오.

 

부처의 과위를 증득함도, 범부 중생의 지위에서 본래 갖추고 있던 마음과 성품의 공덕 위력을 궁극까지 철저히 증득하여, 그 전체를 고스란히 몸소 받아 쓰는 것에 불과하오. 실제로는 처음 바탕에 터럭 끝 하나도 덧보태는 게 없소. 성문 · 벽지불·보살 같으면, 비록 증득한 과위의 높낮이가 다르지만, 모두 부처처럼 본래 성품이 지닌 공덕 위력을 통째로 완전히 받아 쓰지는 못하는 경지라오. 물론 범부 중생은 이처럼 불가사의한 마음과 성품의 공덕 위력을 가지고, 도리어 육진(六塵) 속에 뒹굴며 탐욕· 성냄 · 어리석음을 일으키고, 살해 · 도적질 · 사음 따위의 악업을 짓는다오. 그래서 삼악도에 떨어져 영겁토록 윤회하고 있으니, 이 어찌 슬프지 아니하리오?.

 

무릇 시작도 없는 과거부터 끝도 없는 미래에 걸쳐, 태허(: 우주 허공)를 감싸면서도 바깥이 없고, 미세한 티끌에 스며들면서도 안이 없으며, 청정하고 깨끗이 빛나며, 맑고 고요해 항상 존재하며, 생겨남도 없고 사라짐도 없으며, 모습도 떠나고 이름도 떠나서, 있음에 존재하되 있음이 아니고, 텅 빔에 머물되 텅 빔도 아닌 것이, 바로 진여성품(眞性)이라오.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이루어진 몸을 뒤집어쓰고, 뼈와 힘줄 · 살이 모여 생겨났다 금방 사라지고, 한창 무성하다가 곧 시들어버리는 것은 무엇이오? 나무로 집 기둥을 세우듯 뭇 뼈가 지탱하고, 종이로 벽을 바르듯 한 겹 피부가 바깥을 둘러싸며, 그 안에 똥·오줌··고름을 담고, 밖으로 머리카락 · · · 때를 만들어 내며, · 벼룩 · 기생충으로 득실거리는 물건에, 사람()이라는 거짓 이름(假名)을 붙이는 것 아니오? 진실한 나는 어디에 있소?

 

게다가 눈 · · · · · 생각이라는 한가한 가재도구(감각 기관), · 소리 · 냄새 · · 느낌 · 법이라는 가시덤불 속을 분주히 나돌아다니고 있소. 그래서 탐욕 · 성냄 · 어리석음의 무명(無明)을 일으키고, 계율 · 선정 · 지혜의 정지()를 소멸시킨다오. 오온이 본디 텅 비었거늘, 누가 한번 비춰 보려고 하겠소? 육진이 본디 성품이 없지만, 사람마다 모두 진짜로 착각하오.

 

온갖 고통이 함께 몰려들어, 하나의 신령스런 물건(一靈)을 영원히 어리숙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허깨비 같은 몸뚱이와 망령된 마음이라오. 그래서 원각경(圓覺經)에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소.

 

"일체 중생이 각종 뒤바뀐 생각으로, 사대(四大)를 자기 몸의 형상으로 착각하고, 육진의 인연 그림자를 자기 마음의 모습으로 오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