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필독!경전,법문자료/4. 인광대사의 가언록

화두 놓고 염불하세(66)

 

 

印光大師 嘉言錄(인광대사 가언록)

옮긴이 김지수(寶積)

 

6.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금강경에 이르기를, “만약 어떤 사람이 이 경전을 받아 지니고 독송하여 다른 사람들로부터 경시와 천대를 받는다면, 이 사람은 전생의 죄악으로 마땅히 삼악도에 떨어져야 할 업보가, 금생에 남들의 경시와 천대로 말미암아 곧 사라지고, 나아가 아누다라삼막샴보리(無上正等正覺)를 얻게 될 것이다.” 고 설하고 있소. 이것이 바로 인과응보를 마음으로 돌려 뒤바꾼다는 뜻이오.

 

그리고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네 가지 인연이 있다오. 첫째는 은혜를 갚는 인연이고, 둘째는 원한을 갚는 인연이며, 셋째는 빚을 갚는 인연이고, 넷째는 빚을 되찾는 인연이오.

 

은혜를 갚는 인연이란, 부모와 자식에게 전생에 큰 은혜가 있어, 그 은혜를 갚기 위해 금생에 자식으로 태어나, 생전에 부모가 기뻐하도록 극진히 봉양하고, 사후에는 귀신이 흠향하도록 장례와 제사를 정성껏 모시는 것이오. 나아가 국가 사회에 이바지하고 백성에게 혜택을 끼쳐 청사에 이름을 남김으로써, 천하 후세 사람들로 하여금 그 사람을 흠모하면서, 그 부모까지 존경하도록 훌륭한 도덕을 닦기도 하오. 역사 속의 수많은 충신과 효자가 그러하오.

 

원한을 갚은 인연이란, 부모가 자식에게 전생에 원한을 사서, 그걸 갚기 위해 자식으로 태어나는 것이오. 작게는 부모 마음을 거스르고, 크게는 화가 부모에게 미치게 하며, 살아생전에는 맛있고 따뜻한 봉양을 올리지 않고, 죽은 뒤에는 황천에서도 모욕을 당하게 하오. 또 더 심한 경우에는 권세나 요직에 앉은 신분으로 부정부패와 불궤의 죄악을 저질러, 가문과 친족을 파멸시키고 조상의 무덤까지 파헤치게 하며, 천하 후세 사람들로 하여금 그 사람을 욕하면서 그 부모까지 침 뱉게 만드오. 왕망(王莽)이나 조조(曹操), 동탁(董卓), 진회(秦檜) 등과 같은 간신 역적이 그 대표적인 예라오.

 

빚을 갚는 인연이란, 자식이 전생에 부모에게 진 재산상의 빚을 갚으려고 태어난 경우라오. 진 빚이 많으면 평생토록 뼈 빠지게 일해 받들어 모시지만, 빚이 적으면 잘 봉양하다가 더러 중간에 그만두기도 하오. 예컨대 힘들여 공부하여 부귀공명을 조금 얻는가 싶더니 그만 요절한다든지, 사업이 잘되어 재산 좀 모으다가 죽는 수도 있소.

 

빚을 되찾는 인연이란, 부모가 자식에게 전생에 재산상의 빚을 진 까닭에 그 빚을 받으려고 태어난 경우라오. 빚이 적으면, 생활비나 학비를 들여, 가르치고 혼수 장만하여 결혼시켜, 이제 자립하고 사회 활동할 만하니 그만 수명이 다해 버리는 것이오. 또 빚이 많으면, 집안 재산을 탕진하고 패가망신까지 시킨다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조금만 어려운 재난을 당하면, 하늘을 원망하거나 사람을 탓하기 일쑤요. 전생에 진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죄업을 참회하는 마음을 내는 이는, 참으로 드물기 짝이 없소.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줄을 알아야 하오. 가라지를 심고 밀을 거두고자 하거나, 피를 씨 뿌리고 벼를 거둘 생각은 말아야 하오.

 

금생에 죄악을 지으면서도 복을 누리는 자들은, 전생에 심어 놓은 착한 씨가 많기 때문이오. 그들이 만약 죄악을 짓지 않는다면, 그 복이 더욱 커질 것이오. 예컨대, 갑부 집안의 자식들이 술과 계집, 노름에 빠져 흥청망청하면서, 돈을 흙 뿌리듯 내버리는데 금방 굶고 얼어 죽지 않는 것은, 모아 놓은 재산이 많기 때문이오. 만약 매일같이 이렇게 낭비한다면, 설령 백만장자라도 몇 년이 채 안 되어, 가산을 모두 탕진하고 알거지가 될 것이오.

 

또 금생에 착한 일을 하면서도 재난을 당하는 이들은, 전생에 지은 죄악의 업장이 너무 두텁기 때문이오. 만약 이들이 착한 일을 안 한다면, 그 재앙은 더욱 커질 게 분명하오. 예컨대, 중대한 악을 범한 죄인인 처형되기 전에 작은 공을 세운다면, 틀림없이 감형해 줄 것이오. 그리고 매일같이 공을 세워 점차 커지면, 죄를 모두 사면받아 석방되고, 더 나아가 관직에 임명되어 부귀까지 누릴 수 있지 않겠소?

 

단지 눈앞의 길흉만 쳐다보고서, 선을 행해도 재난을 당하니 선을 행할 게 못 되고, 악을 지어도 복을 받으니 악을 금할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면, 이는 정말로 어리석고 위험스러운 생각이오. 선악의 과보는 하루아침 저녁에 나타나는 게 아니라, 그 유래와 과정이 점차 진행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하오.

 

예컨대, 석 자(三尺)나 되는 두터운 얼음이, 어찌 하루, 저녁 추위에 얼어붙겠소? 또한 그 얼음이 어찌 한나절 햇볕에 금방 녹아 버리겠소? 절대로 하늘을 원망하거나 남들을 탓해서는 안 되오. 더구나 우유부단하게 머뭇거리면서 후회하거나 뒤로 물러나서는 결코 안 되오. 마땅히 유정의(愈淨意) 선생의 수신(修身)이나 원료범(袁了凡) 선생의 운명 개척을 본받아야 할 줄 아오.(두 분의 수행 실록은, 조만간 출판될 요범사훈(了凡四訓)에 자세히 소개됨.)

 

무릇 과거에 급제하고 관직에 등용되는 것은, 모두 그 조상들이 커다란 음덕을 쌓았기 때문이오. 만약 음덕이 없다면, 이는 사람의 힘(예컨대 권력 배경 뇌물 청탁)으로 이루어진 것이니, 반드시 나중에 큰 재앙이 뒤따르게 되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애당초 급제하지 않는 편이 훨씬 낫소.

 

고금의 역사를 통해 살피건대, 위대한 성현이 태어남은 모두 그 조상의 음덕으로 비롯되오. 고관대작이나 갑부도 마찬가지요. 자손들은 부귀 속에서 태어나 살면서, 복을 누리고 죄업을 지을 줄만 알지, 그 조상들이 힘들여 쌓은 공덕은 잊어버리기 일쑤라오. 그러다가 조상의 공덕도 잃고 가산도 탕진한 뒤, 금방 가난하고 비천해지니, 이것이 세상의 모든 부귀한 자들이 공통으로 저지르는 폐단이오.(우리 속담에 부자가 삼대를 못 간다.”라는 말이 있음.)

 

대대로 조상의 공덕을 지키며 가문이 기울어지지 않은 경우는, 오직 소주(蘇州)의 범()씨가 고금을 통해 제일 으뜸일 것이오. 송나라 문정공(文正公)부터 청말에 이르기까지, 8백여 년 동안 가풍이 스러지지 않고 줄곧 과거 급제가 이어졌으니, 세덕서향(世德書香 : 대 이은 공덕으로 책 향기가 끊이지 않음)의 집안이라고 일컬을 만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