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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경전,법문자료/4. 인광대사의 가언록

화두 놓고 염불하세(54)

 

 

                                                                  印光大師 嘉言錄(인광대사 가언록)

                                                                                            옮긴이 김지수(寶積)

 

4. 생사(生死) 해탈을 위한 보리심

 

2) 오로지 부처님 힘에 의지하길 권함

 

설령 근기가 다소 뒤떨어져 이렇게까지 수행 증득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단지 지성스런 마음으로 염불하기만 하면, 자기 마음이 부처와 서로 딱 들어맞아 감응의 길이 트이게 되고, 임종에 틀림없이 부처님의 자비로운 인도로 업장을 짊어진 채 왕생하게 된다오.

 

또 최하의 오역십악(五逆十惡) 죄인이라도, 임종에 지옥의 모습이 나타날 때 정신과 의식을 잃지 말고, 선지식이 염불을 가르쳐 주거든 커다란 두려움과 부끄러움으로 깊이 참회하면서, 간절하게 염불하시오. 그러면 고작 몇 번의 염불 소리와 함께 목숨이 끊어질지라도, 부처님의 자비로운 가피력으로 극락왕생할 수 있다오.

 

누구든 한 번 왕생만 하면, 생사윤회를 영원히 벗어나 연지해회성중(蓮池海會聖衆)에 동참하고, 점차 수행 정진하여 반드시 부처의 과보를 증득하게 된다오. 자기 힘에 의지하여 생사를 벗어나기는 그렇게도 어렵고, 부처님의 힘에 의지해 생사를 해탈하기는 이처럼 쉽소.

 

누구든 마음만 있으면 모두 염불할 수 있고, 모두 극락왕생할 수 있소. 혈기와 성품을 지닌 만물의 영장이라면, 누구든 본디 갖추고 태어난 진여불성(眞如佛性)으로, 청정한 깨달음의 인연을 등지고 혼탁한 미혹의 인연에만 이끌려 가면서, 영겁토록 육도 중생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윤회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오.

 

우리들이 생사윤회 중에 오랜 겁 동안 지어온 악업은 끝없이 많소. 만약 자기 수행의 힘에만 의지해, 그 번뇌와 미혹의 악업을 모두 소멸시키고 생사를 해탈하려고 한다면, 이는 하늘에 오르기보다 훨씬 더 어렵소.

 

그러나 부처님께서 설하신 정토법문을 믿고, 진실한 믿음과 간절한 발원으로 아미타불 명호를 염송하여 극락왕생을 구한다면, 업력의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모두 부처님의 자비력에 의지해 왕생할 수 있소.

 

비유하자면, 한 톨의 모래알은 제아무리 작고 가벼워도, 물에 넣으면 곧장 가라앉고 마오. 그러나 설령 수천 근이나 나가는 무거운 암석이라도 큰 배에 실으면, 물속에 가라앉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먼 곳까지 운반하여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소. 암석은 중생의 업력이 몹시 크고 무거움을 비유하고, 큰 배는 아미타불의 자비력이 매우 크고 넓음을 비유하오.

 

만약 염불하지 안혹 자기의 수행력에 의지해서 생사를 해탈하려 든다면, 모름지기 업장이 다 소멸되고 감정이 텅 빈 경지에 이르러야, 비로소 가능할 것이오. 그렇지 못하고 번뇌나 미혹이 터럭 끝만큼만 남아 있어도, 생사고해를 벗어날 수 없소. 마치 제 아무리 미세하고 가벼운 흙먼지라도, 반드시 물속에 가라앉으며, 결코 물 밖()으로 벗어날() 수는 없는 것과 같다오.

 

그러니 오직 믿음을 가지고 염불하여 극락왕생하길 구하고, 다른 생각일랑 아예 품지도 마시오. 정말 이렇게만 한다면, 아무리 중병에 걸린 환자라도, 수명이 아직 다하지 않았으면, 빨리 나을 것이오. 오로지 일념으로 지성스럽게 염불한 공덕이, 숙세의 악업을 소멸시켜 주기 때문이오. 마치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면, 서리가 이내 녹아 없어지는 것과 비슷하오.

 

또 환자의 수명이 다 되었다면, 곧장 극락왕생할 것이오. 마음에 다른 생각을 품지 않고 오롯이 염불한 공덕으로, 부처님과 감응의 길이 트여 부처님의 자비력을 가피 받기 때문이오. 이 말만 믿고 따른다면, 살아도 큰 이익을 얻고, 설사 죽더라도 역시 큰 이익을 받을 것이오.

 

지금 세상은 환난과 재앙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말세요. 만약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을 믿고 의지하며 늘 염송하지 않는다면, 환난이 갑자기 닥쳐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경우에, 어떻게 하겠소? 발등에 불이 떨어진 뒤 부랴부랴 불러대 봤자, 그때는 이미 어찌할 수가 없다오.

 

평소에 미리 염송을 지속한다면, 틀림없이 은연중에 환난이 옮아가거나 풀릴 것이오. 하물며 생사의 기로는 사람마다 반드시 맞이해야 할 운명이거늘, 항상 임종을 생각하는 습관을 지녀야 하지 않겠소?

 

분수에 어긋나는 일체의 잡념 망상이나, 생사 해탈에 도움이 될 수 없는 잡다한 법문일랑, 일찌감치 집어치우시오. 그런데다 시간과 정신력을 낭비하지 않는 게 상책이오. 그래야 확실히 의지하여 생사를 해탈할 수 있는 이 정토 염불 법문의 수행에, 소홀함 없이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오. 이 말이 세상 물정에 어두운 고리타분한 이야기라고 여기지 않는다면, 정말 다행이겠소.

 

염불하는 사람이 병에 들거든, 두려워 말고 한마음으로 죽음을 기다리는(一心待死) 자세가 마땅하오. 그리고 자신과 가족 · 세간을 온통 다 놓아버리고 일심으로 염불하여야, 업장을 가장 잘 소멸시킬 수 있소. 그래서 만약 세간의 수명이 아직 다하지 않았다면, 업장의 소멸로 병도 금방 낫게 될 것이오. 그러나 모든 세상 인연을 놓아버리지 못하고 그저 낫기만 바란다면, 병이 호전되지 못하는 경우 틀림없이 극락왕생도 못 할 것이오. 왜냐하면, 가장 긴요한 임종에 왕생을 발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오. 이러한 도리(道理)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부처님 자비 가피력을 받아 의지할 수 있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