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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경전,법문자료/4. 인광대사의 가언록

화두 놓고 염불하세(42)

 

 

印光大師 嘉言錄(인광대사 가언록)

옮긴이 김지수(寶積)

 

3. 마음 닦고 염불하는 수행의 요령(15)

 

3) 마음가짐과 품격 세움(存心立品)

 

뉘우침()이란 글자는 마음()으로부터 일어나야 하고, 마음에서 진실로 뉘우치기 아니하면, 아무리 입으로 말해도 이익이 없소. 비유하자면, 처방전을 읽기만 하고 약을 지어 먹지 않으면, 결코 병이 나을 가망은 없는 것과 같소. 처방에 따라 약을 지어 먹어야만, 병이 나아 몸이 건강해질 게 아니오? 단지 걱정하는 것은, 뜻을 견고하게 세우지 않아서, 하루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열흘 차갑게 식어버리는 중도 포기요. 그러면 말만 그럴듯하게 화려하지만, 실속이 조금도 없기 때문이오.

 

바깥 사물경계는 본래 자기 성품이 없으며, 그로 말미암은 손해와 이익은 오직 사람에게 달려 있소. · · 생각의 삼업(三業), 가고 머물고 앉고 눕는 사의(四儀), 항상 안연(顏淵)의 사물(四勿)을 지키되, 오계(五戒)와 십선(十善)은 반드시 증자(曾子)의 삼성(三省)을 본받아야 하오. 어두운 방 안에 비록 보는 사람은 없을지라도, 천지귀신은 다 알고 있소. 생각이 은밀한 마음 속에서 처음 싹틀 때부터, 죄와 복은 이미 천양지차로 크게 벌어진다오.

 

만약 이와 같이 반성하고 수행하기만 하면, 장차 모든 행동거지가 다 착하고, 악이 생겨날 틈이 없게 될 것이오. 이것이야말로 진짜 마음을 바르게 하고(正心) 뜻을 정성스럽게 하는 (誠意) 대학(大學)의 위대한 수양 법도라오. 그렇지만 혹시라도 불교의 가르침은 자질구레하게 중언부언하여, 유교의 간단명료하고 직접적인 표현만 못 한다고 비판하지는 절대 마시오.

 

염불하는 사람은 반드시 모든 일마다 항상 충실과 용서(忠恕)를 간직하고, 모든 생각마다 늘 허물과 잘못이 없도록 예방하여야 하오. 잘못을 알면 반드시 고치고(知過必改), 정의를 보면 용기 있게 행하여야(見義勇爲), 바야흐로 부처님의 가르침과 부합하게 되오. 이렇게 수행하는 사람은 틀림없이 극락왕생하오. 그러나 이렇게 하지 않는 사람은 부처님 가르침과 서로 어긋나기 때문에, 감응이 통하기가 매우 어렵소.

 

법화경에 삼계가 편안함 없이 불타는 집과 같아서, 뭇 고통으로 가득 차 있으니, 몹시 무섭고 두렵도다는 말씀이 있소. 하늘이 사람을 성취시키는 방편에는, 괴로움도 있고 즐거움도 있으며, 거스름도 있고, 순조로움도 있으며, 화도 있고, 복도 있소. 이들 방편은 본디 어느 하나로 정해진 게 없으며, 오직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오. 만약 확 트인 지혜의 눈을 지니고 하늘의 마음을 잘 헤아려 살피면, 즐겁지 않은 고통이 없고, 순조롭지 않은 역경이 없으며, 축복스럽지 않은 재앙이 없게 되오.

 

그래서 군자는 하늘의 뜻을 즐거이 받아들이고 분수를 알아 위로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아래로는 사람을 탓하지 않으며, 만나는 대로 편안히 여긴다오. 그러니 가는 곳마다 자재롭게 노닐 수 있는 게요.

 

본디 부귀로운 자는 부귀로운 대로 가난한 사람을 널리 보살피고, 군주를 잘 보필하여 백성을 이롭게 하는 수행을 한다오. 가난한 이는 가난한 대로 분수에 맞게 절약하고, 부질없는 짓을 하지 않으며 몸과 마음을 닦는다오. 또 환난을 당한 이는 환난에 처한 대로 평안한 심기로, 주어진 고통을 자기가 저지른 죄악의 과보로 달게 받아들이고, 군주(국가)나 하늘, 자신을 포함한 간사한 무리까지 조금도 원망하지 않으면서, 일체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기고 따른다오. 이러한 사람은 사람들이 그를 사랑하고 존경하며, 하늘도 그를 보호하기 때문에, 현생에서나 내세에, 아니면 그 자손 대에 이르러, 틀림없이 그 덕성에 걸맞는 복을 한없이 받게 될 것이오.

 

무릇 사람이 개과천선하여 청정한 수행을 닦아가려면, 오직 진실과 정성을 존귀하게 여기며, 거짓과 꾸밈을 가장 금기시해야 하오. 겉으로는 선을 쌓고 청정하게 수행한다는 이름만 떠들썩하게 드날리면서, 속으로는 충실하지도 못하고 용서하지도 않는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되오. 거백옥처럼 50세 때 49세의 잘못을 알아차릴 정도가 되어야, 성현을 바라볼 수 있고 부처와 조사를 뒤이을 수 있으며, 유교의 일등 공신이 되고 여래의 진짜 제자가 된다오.

 

염불수행으로 서방극락에 왕생하려면, 반드시 인과응보의 법칙을 잘 알아야 하오. 그래서 몸으로 행동하고 생각하는 바가, 모두 부처님과 합치해야 하오. 만약 부처님 가르침과 어그러지게 되면, 설령 염불을 제아무리 많이 해도, 왕생하기 어렵소. 부처님과 서로 감응의 길이 열리지 않게 되기 때문이오. 만약 크게 부끄러워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내어, 마치 독 있는 종기를 제거하듯 허물을 고치고, 흡사 흰 보옥을 지키듯 뜻을 견고히 세운다면, 만 사람 가운데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왕생할 수 있다오.

 

장기간 재계(齋戒)하며 염불하는 수행 이외에, 마땅히 지켜야 할 규율이 있소. 바로 효도와 우애를 돈독히 실행하고, 윤리도덕(倫常)을 공경히 다하는 일이오. 어떠한 죄악도 짓지 말며, 뭇 선행을 두루 받들어 행하되, 마음가짐과 생각 품음에 사악이나 편벽 · 허위 · 가식이 끼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오. 사람과 함께 일을 함에는 자기 직분을 다하고, 인연 있는 이를 만나거든 정도(正道)의 문에 들어서도록 권장하되, 갖가지 수행의 모습에 표시를 낼 필요는 없소.

 

불자로서 행하는 모든 행위가 반드시 세속 사람들의 행위를 크게 초월하여야만, 비로소 자기도 진실한 이익을 얻고, 남들도 보고 서로 권하여 착해질 수 있음을 꼭 염두에 두시오. 만약 입으로는 수행한다고 말하면서, 마음에는 착하지 못한 생각을 품고, 부모 형제나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본분을 다할 수 없다면, 이런 사람은 위선자라 할 것이오. 원인(수행)의 자리가 거짓인데, 어떻게 진실한 이익(결과)을 얻을 수 있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