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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경전,법문자료/4. 인광대사의 가언록

화두 놓고 염불하세(38)

 

 

印光大師 嘉言錄(인광대사 가언록)

옮긴이 김지수(寶積)

 

3. 마음 닦고 염불하는 수행의 요령(11)

 

2) 업습의 기운(習氣)을 다스리는 방법

 

타심통(他心通)으로 보면, 귀신이 작지만 가깝게 존재한다오. 업장이 다 사라지고 감정이 텅 비게 되면, 마치 보물 거울을 갖다 들이댄 것처럼, 귀신의 형상이 그대로 비추어 나타나오. 그런데 지심으로 염불하지는 않고, 귀신의 진상을 연구하려 든다면, 이 마음이 곧 악마 귀신의 종자가 될지도 모르오.

 

비유하자면, 보물 거울에 터럭 끝만큼의 티끌도 끼지 않으면, 저절로 천지 만물을 비추게 되는 것과 같소. 그대 마음이 티끌과 때로 아주 두텁게 끼어 단단히 막혀 버렸는데, 타심통을 얻으려 한단 말이오? 이는 먼지 자욱이 낀 거울이 결코 빛을 발할 수 없는 것과 같소. 더러 빛을 발하더라도, 그것은 요귀의 빛이지, 결코 거울 자체의 빛은 아니라오. 이런 문제는 우리와 상관없는 일로 밀쳐 두고, 오직 물불 속에 빠진 듯, 또는 머리에 불이 붙은 듯한 다급한 심정으로, 간절히 염불만 하면 되오. 그러면 녹아 사라지지 않을 업장과 마귀가 결코 없을 것이오.

 

도를 배우는 사람들은, 온갖 듯하지 않은 일을 당할 때마다, 오직 도를 향해 진보하는 인연으로 이해하여, 마음에 거슬리더라도 순순히 받아들여야 하오. 그러면 설령 위험한 일을 당하더라도, 당시에 놀라 자빠지거나 정신을 잃고 방황하지는 않을 것이오. 또 일이 다 지나고 나면, 감정도 함께 흘러가서, 마치 간밤에 꿈을 꾼 듯 아득할 것이오. 어찌 항상 마음에 걸려 끙끙 병을 앓기까지 하겠소?

 

그대가 수행을 하고자 한다면, 일체의 외부 경계와 인연이, 모두 숙세의 업장으로 초래되는 현상임을 마땅히 알아야 하오. 또한 지성으로 염불하면 그 업장을 되돌릴 수 있음도 알아야 하오. 우리가 천리(天理)를 해치고 도덕을 파괴하는 일만 하지 않는다면, 무슨 물건이 두렵겠소? 염불하는 사람은, 착한 신명이 보호하고, 사악한 마귀가 달아나거늘, 어떤 물건을 두려워하겠소?

 

그대가 만약 늘 두려워한다면, 이는 두려움의 마귀에 사로잡힌 것이오. 한량없는 겁부터 내려온 원수들이, 그대의 두려워하는 마음을 빌미로 달려들어, 그대를 겁주고 윽박지르는 거라오. 그대가 정신을 잃고 미쳐 날뛰게 만들어, 숙세의 원한을 앙갚음하는 거라오.

 

내가 그래도 염불하는데, 설마 저들이 이렇게까지 하겠느냐는 생각일랑 하지 마시오. 그대의 올바른 생각(正念) 전체가 두려움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그 기운이 부처님과는 서로 막히고, 마귀와 서로 통하게 되기 때문이오. 부처님이 영험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대의 마음이 이미 올바른 생각을 잃어, 염불 자체가 온전한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것뿐이오.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을 보고, 지금까지 품었던 마음을 깨끗이 씻어 내기 바라오. 단지 일부일처(一夫一妻)라면, 내가 무슨 염려가 있겠소? 가령 숙세의 업장이 눈앞에 나타날 때, 그를 두려워한다면 어떻게 그를 소멸시킬 수 있겠소? 오직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올바른 생각을 견지하고 적당한 조치를 취하여, 사악한 마귀가 침범하지 못하고, 진리의 신명이 제 자리에 안정되도록 할 수 있는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사악으로 사악을 불러들여, 숙세의 원한이 한꺼번에 몰려들게 되오. 그러면, 매사에 주견(줏대) 없이 행동거지가 완전히 흐트러지고 말 것이니, 어찌 슬프지 않겠소? 이제 그대를 위해서라도 마땅히 회포를 활짝 열어젖히고, 어떠한 것도 따지고 염려하거나 근심 걱정하지 않아야 하오. 단지 자신의 행실에 오점이 있을까만 두려워하고, 재앙이나 환난이나 귀신 따위는 조금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소.

 

만약 질병의 고통이 몹시 극렬하여 참을 수 없는 경우에는, 아침저녁으로 염불할 때 회향 기도하는 것과 별도로, ‘나무 관세음보살의 염송에 마음과 뜻을 오롯이 다 바치시오. 관세음보살은 사바 홍진에 몸을 나투어, 자기 부르는 소리를 찾아다니며, 그 고통을 구제해 주시기 때문이오. 사람들이 위급한 때를 당해 관세음보살을 지송하며 예배드리면, 금방 감응이 나타나오. 관세음보살이 즉시 가비 자피를 내리시어, 고뇌를 벗어나 안락을 얻도록 인도하신다오.

 

세간의 훌륭한 의사도 단지 육신의 질병만 고칠 뿐, 업장은 치유할 수 없소. 어떤 사람이 창자 안에 종기가 생긴 중병에 걸렸는데, 의사는 진찰 후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오. 그런데 환자의 넷째 형수가 의사의 처방에 마음을 놓지 못하여 수술하지 않고, 가족 한 사람과 함께 죽으라고 염불하고 금강경 독송을 해댔소. 그 결과 지극히 중대하고 위험한 그 병이, 수술이나 투약도 없이 닷새 만에 씻은 듯이 깨끗이 나아버렸소.

 

이미 불법에 귀의한 사람이라면, 마땅히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믿고 따를 일이지, 양의(洋醫)를 지나치게 믿고 따라서는 안 될 것이오. 모든 질병이 다 의약으로 치료해야 낫고, 의약 없이는 낫지 않는다고 한다면, 동서고금의 황제나 임금 · 귀족 · 부호들은 모두 영원히 병들지 않고, 또한 영원히 죽지도 않았어야 할 것이오.

그런데 가난하고 비천한 사람들이 질병도 적고 수명도 길며, 부유하고 존귀한 사람들은 도리어 병도 많고 수명도 짧은 경우가 많은 것은, 무슨 까닭이겠소? 한편으로는 본인 스스로 병을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의약이 병을 만드는 것이라오. 이 두 가지가 병을 더 만드는 부작용이 허다한데, 병고에서 벗어나길 바랄 수 있겠소?

 

그러므로 꼭 양의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경우를 제외하고, 굳이 모든 질병을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필요는 없소. 집안에서 위대하신 의왕(醫王)이신 관세음보살께 간구하면, 약을 쓸 필요도 없이 저절로 낫게 될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