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光大師 嘉言錄(인광대사 가언록)
옮긴이 김지수(寶積)
3. 마음 닦고 염불하는 수행의 요령(10)
2) 업습의 기운(習氣)을 다스리는 방법
혹자는, 앞에서 내가 설사 목숨을 잃더라도 단지 기뻐하고 따름이며 성내지 말라고 한 말에 대해서, 강한 의혹을 일으킬 것이오. 가령 악인이 와서 자기를 해치려고 하는데도, 그와 따지거나 다투지 않고, 그가 자기를 죽이라고 내맡겨 둘수 있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오.
수행인 중에는 범부 중생이 있고, 이미 법신(法身)을 증득한 보살도 있소. 또 세간의 도를 유지하려고 치중하는 이도 있고, 오직 자기 마음 하나 철저히 터득하는 데에 치중하는 이도 있소. 만약 오직 자기 마음만 철저히 터득하려 하거나, 이미 법신을 증득한 보살 같으면, 위에서 말한 원칙대로 하면 되오. 사물과 나를 똑같이 보고, 생사를 하나로 여기기 때문이오.
그러나 만약 일반 범부 중생이나, 세간의 도를 유지하는 데 치중하는 이들은 좀 다르오. 마음은 정말로 보살의 대자대비와 같이 포용하지 않음이 없도록 지녀야 하지만, 실제 일을 처리함에는 모름지기 세간의 통상 이치에 따라야 하오. 더러는 방어나 반격으로 그를 물리치거나 제압하고, 더러는 인자하게 대해 그를 감화시키거나 심복(心服)시킬 수도 있소.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소. 다만 어떤 경우에도, 마음에 독기나 성화를 품고 원한을 맺어서는 절대 안 되오.
앞에서 언급한 말은, 사람들이 이러한 가상(假想)을 통해, 성내는 업습 기운을 소멸시켜 가라는 원칙이라오. 이러한 가상의 관찰법이 익숙해지면, 성내는 업습이 저절로 사라질 것이오. 설령 실제로 자신을 해치는 상황이 닥치더라도, 정말 허심탄회하고 자연스럽게 큰 보시를 한다고 생각하며, 그 공덕으로 극락정토에 왕생하길 기원할 것이오. 서로 죽이고 해침으로써, 오랜 겁토록 번갈아 보복하고 빚 갚는 악순환에 비하면, 어찌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니겠소?
성내는 마음은 숙세의 습성이오. 지금 나는 이미 죽고 없으며, 상대방이 칼로 찌르거나 향을 바르거나,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완전히 내맡겨 버리시오. 마음에 맞지 않는 모든 경우에 대해서, 이처럼 자기가 죽었다고 생각하면 분노가 일어날 수 없소.
성내는 마음이 백해무익한 줄 안다면, 어떠한 일이 눈앞에 닥치더라도, 하늘처럼 텅 비고 바다처럼 넓은 아량으로 모두 감싸고 받아들여야 하오. 그러면 현재의 관대한 습성이, 숙세의 편협한 습성을 조금씩 돌려 바꾸게 된다오. 성내는 습성을 정면에서 다스리지 않으면, 더욱 기승을 부려, 그로 말미암은 해악이 결코 작지 않을 것이오.
염불인즉, 반드시 자신의 정신과 기력에 알맞게 조절하여, 더러는 큰 소리나 작은 소리로, 더러는 소리 없는 묵송이나 소리는 있되 다른 사람은 알아듣지 못하는 금강념(金剛念)으로 염송하는 원칙을 세우면 되겠소. 지나치게 맹렬히 염송하여 도리어 병을 얻으면 안 되오. 지나치게 맹렬한 마음 자체도 욕심이 성급한 병이오.
지금 소리를 내어 염불할 수 없다면, 마음 속으로 묵송할 수는 있지 않겠소? 하물며 질병에 걸려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가, 어떻게 마음속을 깨끗이 씻어버린 듯, 아무 생각도 없이 텅 비울 수 있겠소? 다른 복잡한 일을 생각하느니, 차라리 부처님 명호를 생각(염송)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소? 이런 환자는 마땅히 긴요한 사무를 집안 식구들에게 부탁한 뒤, 장기간 마음속에 어떤 일도 걸어 두지 않은 채, 곧 자신이 죽어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게 좋소.
이러한 청정한 마음 가운데 부처님과 관세음보살의 모습을 그려 보고 생각하며, 아울러 부처님 명호와 관세음보살 명호를 함께 염송해 보시오. 정말 이렇게만 한다면, 틀림없이 업장이 해소되고 선근이 쑥쑥 자라나, 질병이 깨끗이 낫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리다.
더러 염불을 너무 지나치게 맹렬히 하여 불현 듯 나타나는 듯한 질병도, 실제는 숙세 업장의 과보인 경우가 대부분이오. 맹렬한 염불이 외형상의 인연이 되긴 하지만, 이런 사람은 설사 염불을 맹렬히 하지 않더라도, 또 다른 인연으로 질병을 얻기 마련이오. 세상에 염불하지 않는 자들이 허다하게 많은데, 어찌 그들 모두가 병 하나 얻지 않고 건강하게 장수한단 말이오? 이러한 이치를 생각한다면, 염불 때문에 도리어 질병을 얻었다는 오해 따위는 백해무익함이 자명해지오.
질병과 악마는 모두 숙세의 업장으로부터 비롯되오. 그대가 단지 지성으로 간절하게 염불하기만 한다면, 질병이 저절로 치유되고, 악마가 자연히 떨어질 것이오. 만약 마음이 지성스럽지 못하고, 더러 사음 따위의 바르지 못한 생각을 일으킨다면, 그대 마음 전체가 타락하여, 암흑 가운데서 마귀가 꿈틀거리고 소란을 피우게 된다오.
이런 경우에는, 염불을 마치고 회향할 때에 숙세의 모든 원한 진 사람들에게 회향하여, 그들이 그대의 염불 공덕을 입어 좋은 곳으로 천도(薦度)되도록 기도하시오. 그밖에는 일체 상관하지 마시오. 그들이 소리를 내어도 신경을 쓰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그들의 소리가 없어도 신경쓰거나 기뻐하지 마시오. 오직 지성으로 간절히 염불하기만 하면, 저절로 업장이 해소되고, 복과 지혜가 함께 증대된다오.
경전을 볼 때에, 요즘 사람들이 책 읽듯이 전혀 공경스럽지 못한 자세를 취하면 안 되오. 모름지기 부처님이나 조사 · 성현들께서 친히 강림하신 것처럼 공경을 다해야, 비로소 진실한 이익이 있게 되오. 정말로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마음 바탕이 광명정대(光明正大)하여, 사악한 귀신들이 얼씬거리거나 끼어들 여지조차 없을 것이오. 그렇지만 만약 먼저 사악한 마음을 품으면, 사악으로 더 큰 외부의 사악을 불러들이게 되오. 그러면서 어떻게 사악한 귀신들이 소란을 못 피우고 멀리 떠나길 바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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