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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경전,법문자료/4. 인광대사의 가언록

화두 놓고 염불하세(29)

 

 

                                                                                 印光大師 嘉言錄(인광대사 가언록)

                                                                                               옮긴이 김지수(寶積)

 

 

3. 마음 닦고 염불하는 수행의 요령(1)

 

여기서 말하는 십념(十念), 잡념 망상을 추스르는 점에서는 앞에서 말한 새벽 공과(功果) 중의 십녑법(十念法)과 같지만, 그 수행 공부는 크게 다르오. 새벽 공과의 십념법은 한 번의 호흡 동안을 1념으로 삼고, 그동안 지송하는 염불 횟수의 다소는 따지지 않소. 그렇지만 여기의 십념은 나무아미타불 한 구절 염송을 1념으로 삼소. 또 새벽의 십념법은 10념으로 충분하고, 20념이나 30념으로 길어지면 오히려 기()를 손상시켜 병을 일으킬 염려가 많소. 그러나 여기의 십념은 첫 번째 구절 염불하면서 마음속으로 첫 번째인 줄 알고, 열 번째 구절 염불하면서는 마음속으로 열 번째 인줄 알기만 하면 되오. 첫 번째부터 열 번째까지 염송한 뒤, 다시 첫 번째부터 열 번째까지 염송을 되풀이하기만 하면, 설사 하루에 수만 번을 반복하더라도 전혀 상관없소. 이렇게 염송하면 잡념 망상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가장 훌륭하게 정신을 함양할 수 있소. 수시로 빠르게 하거나 느리게 하거나 전혀 장애가 없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언제 해도 다 좋소.

 

십념으로 횟수를 기억하는 염불법은, 염주를 돌려 횟수를 세는 방법에 비하여, 그 이익이 하늘과 땅처럼 크게 차이 나오. 염주를 쓰면 몸도 수고롭고 정신도 흔들리지만, 이 십념의 방법은 몸도 편하고 정신도 안정되오. 다만 일을 할 때는 더러 수를 기억하기 어려우므로 단지 간절하게 곧장 염불하기만 하고, 일이 끝난 다음에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 횟수를 기억하면 되겠소. 쉴 새 없이 불안하게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지만, 한 곳에 정신을 집중하여 염송하는 부처님 명호 가운데 정말 좋은 친구가 따라 다닌다오.

 

그래서 대세지보살이 육근을 모두 추슬러(가다듬어) 깨끗한 생각이 서로 이어짐으로써 삼매를 얻는 것이 최고 제일입니다.” 라고 말씀하였소. 근기가 뛰어난 사람들이야 말할 것이 있겠소만, 우리같이 근기가 우둔한 중생들은 이렇게 십념으로 횟수를 기억하는 염불법을 놓고서, “육근을 모두 추슬러 깨끗한 생각이 서로 이어지게하기가 굉장히 어렵고도 또 어려운 일이오.

 

그렇지만 이렇게 마음을 추스르는 염불(攝心念佛) 방법은 얕은듯하면서 아주 깊고, 작은듯하면서도 매우 큰 불가사의한 법문임을 알아야 하오. 다만 부처님 말씀을 믿고 따라야 할 것이오. 자기 생각과 식견이 미치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해서, 의혹을 품어서는 절대 안 되오. 만약 의혹을 일으키면 오랜 겁 동안 심어온 착한 뿌리가 그로 말미암아 그만 상실되고, 궁극에는 실익을 몸소 얻을 수 없기 때문이오.

 

염주를 굴리며 염불하는 방법은, 오직 길을 다니거나 머무르는(行住) 때에만 적합하오. 정좌(靜坐)하여 정신을 함양하는 때에는, 손을 움직이면 정신이 안정될 수 없기 때문에, 자칫 병을 일으키기 쉽소. 그러나 십념으로 횟수를 기억하는 염불법은, 길을 다니거나 머무르거나 앉거나 눕거나(行住坐臥), 어느 때를 막론하고 적합하지 않음이 업소. 다만 누웠을 때는 오직 소리 없이 묵송하여야 하오. 누워서 소리를 내면, 한편으로는 공경스럽지 못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를 손상시키게 되니, 이 점을 절대로 명심하기 바라오.

 

일단 진실한 믿음과 간절한 발원만 갖추었으면, 반드시 뜻과 마음을 다해 나무아미타불여섯 글자의 성호(聖號)를 붙잡아 지켜야 하오. 길을 다니거나 머무르거나 앉거나 눕거나 밥 먹거나 옷 입거나 똥오줌을 싸거나, 어느 때건 이 여섯 글자(‘아미타불네 글자만 염송해도 괜찮음) 성호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하오. 그래서 반드시 온 마음이 부처이고 모든 부처가 곧 마음이 되어, 마음과 부처가 둘이 아니고, 마음과 부처가 하나가 되도록 하여야 하오.

 

만약 생각이 여기에 있어 염불이 지극해지고 감정이 잊혀지면, 마음이 텅 비면서 부처가 나타날 것이오. 그러면 현생에 염불삼매(念佛三昧)를 몸소 증득하고, 임종에 가서는 극락정토의 상상품(上上品: 九品 중 최고 제일)의 연화에 될 것이오. 이것이 염불 수행의 지극한 경지라오.

 

염불할 때는 각자 편의에 따르면 되오. 총림의 염불당(법당) 같으면, 먼저 아미타경을 독송하고 왕생주를 세 번 또는 한 번 염송한 뒤, 찬불게를 염송하오. 이어 나무서방극락세계 대자대비 아미타불을 염송하오. 이때 염불당 안을 서서 염불하는데, 반드시 동쪽에서 남쪽 서쪽을 거쳐 북쪽에 이르는 (시계바늘) 방향으로 돌아야 하오. 이런 방향이 순종(順從)이고, 수희(隨喜)가 되며, 순종의 방향이라야 공덕이 있소. 서역에서는 이렇게 빙 둘러 도는 것을 중요시 하는데, 동방(중국 한국)에서도 예배(禮拜 : )와 함께 나란히 행해 왔소. 만약 동쪽에서 북쪽과 서쪽을 거쳐 남쪽에 이르는(시계바늘 반대) 방향으로 거꾸로 돌면 허물이 되니, 잘 알아 두지 않으면 안 되오.

 

돌면서 염불하기를 절반쯤 마치면, 앉아서 차분히 묵송을 한참 하고, 다시 일어나 소리내어 염불하오. 염불이 모두 끝나면 꿇어 앉아, 나무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 청정대해중보살을 각각 세 번씩 염송하고 발원문을 염송하면 되오. 집에 있는 불자들은 집안이 좁아 돌기가 어려울 것이오. 그러면 서거나 꿇거나 앉거나, 편한 자세로 염불하면 되오. 다만 자기의 정신과 기력에 따라 알맞게 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남들의 하는 방법을 자기 표준으로 본받을 필요는 없소.

 

염불에서 비록 마음 생각(心念)이 가장 중요하고 존귀하지만, 그렇다고 입으로 낭송하는 것(口誦)을 폐지해서는 안되오. 몸과 입과 생각의 세 가지(三業)가 서로 돕고 어울려 조화를 이루어야 가장 바람직하오. 가령 마음으로 생각할지라도, 몸으로 예경(禮敬)하지 않고 입으로 지송하지 않으면, 진실한 이익을 매우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오. 세간에서 사람들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옮길 때에도, 오히려 모두 한 소리를 내어 힘을 집중시키고 서로 돕지 않소? 하물며 마음을 추슬러 삼매를 증득하려는 염불 수행이야 오죽하겠소?

 

그래서 대집경(大集經)에서는, “크게 염불하면 큰 부처님을 보고, 작게 염불하면 작은 부처님을 본다.” 고 말씀하셨소. 고승대덕들은 큰 소리로 염불하면 보게 되는 부처님도 몸이 크고, 작은 소리로 염불하면 보게 되는 부처님도 몸이 작다.” 고 하였소. 하물며 우리 같은 범부 중생들은 마음이 대부분 어둡고 어지러운데, 몸으로 예배드리며 입으로 낭송하는 힘을 빌리지 않고서, 어떻게 일심불란의 염불삼매를 쉽게 얻을 수 있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