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필독!경전,법문자료/4. 인광대사의 가언록

화두 놓고 염불하세(26)

   

 

印光大師 嘉言錄(인광대사 가언록)

                                                                                  옮긴이 김지수(寶積)

 

 

2. 극락왕생은 믿음과 발원 지닌 염불 수행으로(11)

 

 

무릇 불보살님께 예배(禮拜)하거나 대승경전을 독송하거나, 또는 세간의 사람들에게 유익한 일을 하는 일체의 선행 공덕은, 모두 서방 왕생에 회향 기도하여야 하오. 단지 염불 공덕만 서방 왕생에 회향하고, 그 밖의 선행 공덕은 따로 세간의 복록을 받으려고 회향해서는 결코 안 되오. 그렇게 되면 마음이 일념(一念)으로 오롯이 집중되지 못하여, 왕생하기 어렵기 때문이오. 진짜로 염불할 줄 아는 사람은, 무병장수나 집안 화목, 자손 영달, 만사 소원성취와 같은 세간의 복록을 바라지 않아도, 저절로 세간의 복록을 받게 된다오. 만약 세간의 복록을 받으려고만 생각하여 극락왕생에 회향하지 않는다면, 그로부터 얻는 세간의 복록은 오히려 형편없이 낮은 것에 지나지 않고, 마음이 일념으로 오롯이 집중되지 않기 때문에 왕생도 확정되기 어렵다오.

 

염불하는 사람이 단지 진실하고 간절히 염불하기만 하면, 저절로 부처님의 가피력을 입어, 총칼이나, 전쟁 · 홍수 · 화재 등의 온갖 재난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오. 숙세의 업장이 너무 무거워 지옥의 과보를 받아야 할 운명인 경우에는, 현생에 가벼운 벌로 과보가 바뀌어, 더러 이러한 재앙을 당할 수도 있소. 그러나 평소 진실한 믿음과 간절한 발원만 갖추고 있으면, 금생에 틀림없이 부처님의 영접인도를 받을 것이오. 또 살아생전에 염불삼매(念佛三昧)를 증득하면 이미 성인의 경지에 들어가므로, 자기 몸조차 그림자와 같아져, 총칼이나 홍수 · 화재 같은 것이 모두 전혀 장애가 되지 못하오. 설령 재난을 당한다고 할지라도, 실제로 고통이 전혀 없게 되오. 이런 사람이 지금까지 몇이나 있겠소?

 

사바 고해를 벗어나기는, 마치 죄수가 감옥을 벗어나기 바라는 것처럼 간절히 원하고; 극락에 왕생하기는, 곤궁에 빠진 이들이 고향의 부모에게 되돌아가기를 생각하는 듯이 절실히 원해야 하오. 정토에 왕생하기 이전에는, 설령 인간이나 천상의 왕위(王位)를 준다고 할지라도, 이를 타락의 씨앗이나 뿌리는 인연으로 여겨, 눈꼽만큼도 바라거나 좋아하는 생각을 품지 않아야 하오. 또 여자의 몸을 버리고 남자로 태어나, 순진한 어린애 때 출가하여 하나를 들으면 천 가지를 깨닫고, 대총지(大總持)를 얻어 중생을 널리 제도하는 것조차도, 구불구불 돌아가는 수행길로 여기고, 한 생각도 바라거나 구하는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하오.

 

오직 임종 때 부처님의 영접 인도를 받아 서방정토에 왕생하기만 바라야 하오. 일단 정토에 왕생하기만 하면, 생사를 해탈하게 되오. , 범부를 초월하고 성인의 대열에 끼어, 불퇴전의 지위에 머물면서 무생법인을 증득하게 되오. 그 때 인간과 천상의 왕 따위나, 스님이 되어 정토법문을 모르고 다른 법문으로 오랜 겁토록 힘들게 수행하면서, 해탈할 길조차 없는 이들을 되돌아본다면, 어떠하겠소? 마치 반딧불이 빛나는 태양 아래서 날고, 개미가 태산 기슭을 기어가는 거처럼 느껴질 것이오. 그 비통함과 애도의 마음을 어찌 다 이길 수 있겠소?

 

그러므로 정토법문을 수행하는 사람은, 결단코 인간과 천상의 복록이나, 내생에 출가하여 스님이 되겠다는 과보 따위를 바라서는 안 되오. 만약 터럭 끝만큼이라도 내생을 바라는 마음이 있으면, 이는 진실한 믿음과 간절한 발원이 아니오. 따라서 아미타불의 서원과 거리가 생기게 되고, 감응의 길이 트이지 않아 부처님의 영접을 받을 수가 없소.

 

이처럼 불가사의하게 수승(殊勝)하고 미묘한 수행으로, 결국 인간과 천상의 번뇌 많은 복록 인연이나 짓는단 말이오? 그 복록을 누릴 때 반드시 악업을 짓게 되고, 일단 악업을 지으면 죄악의 과보를 피할 수 없는데도 말이오? 마치 제호(醍醐 : 우유에서 뽑아낸 최고의 맛과 영양, 품질을 갖춘 식품가운데 독을 넣으면, 사람을 살해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요. 마음을 잘 쓰지 않는 자의 허물은, 이처럼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소. 그러니 이러한 염두일랑 철저하게 싹둑 잘라 버려야 하오. 그래야 정토법문 수행의 온전한 이익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받아 쓸 수 있소.

 

인간의 수명이 설령 백 년이라고 해도, 눈 깜박할 사이에 금방 지나가 버리오. 그러니 아직 숨결이 붙어 있을 때, 벗어날 길을 한시 바삐 찾아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임종에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을 것이오.

 

매억경(每憶經)에 이런 말씀이 있소.

사람 몸 얻기 어렵고

人身難得

문화의 중심 국가에 태어나기 어려우며

中國難生

부처님의 법 만나기 어렵고

佛法難遇

그 법에 믿음 내기 더욱 어렵다.

信心難生

 

우리는 다행이 이 네 가지를 모두 갖추었으니, 더욱이 항상 노력해야 하오. 마치 마니(摩尼 : 여의주)를 얻기 위해 보물산에 오르는 것과 같소. 진실로 범부의 처지에서 미혹과 업장을 끊지 않으면, 생사를 벗어날 수 없고, 타락을 면하기 어렵소. 그래서 여래께서 중생들에게, 진실한 믿음과 간절한 발원을 내어 부처님 명호를 염송함으로써, 정토에 왕생하길 바라라고 지극히 권장하셨다오.

 

마땅히 삼보를 공양하고 한평생 계율을 지키며 선행을 실천하는 일체의 공덕을 가지고, 오직 임종에 정토에 왕생하기만 바라야 하오. 행여라도 금생의 건강 장수나 내생의 인간과 천상 복록을 구하는 마음은, 조금도 품어서는 안 되오. 그러면 아미타불의 서원과 서로 딱 들어맞아, 감응의 길이 열리고 틀림없이 소원을 이루리다.

 

비유컨대, 사람이 바닷물에 빠졌는데 배가 와서 구해 주려고 할 때, 만약 물에 빠진 사람이 배에 올라타려고 하면, 건너편 뭍까지 오를 수 있소. 인간과 천상의 복록을 바라고 왕생을 구하지 않는 사람은, 마치 물속에 빠져 배에 올라타려고 하지 않은 자와 같아서, 익사(윤회)를 피하기 어렵소.

 

부처님께서 우리 중생들에게, 평범을 벗어나 성인의 경지에 들어가라고 가르치고 이끄시는데, 우리는 도리어 번뇌 많은 사바세계의 복록이나 얻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오. 그 복록이 한번 끝나면 삼악도에 영원히 떨어질 것이 뻔한데도 말이오. 마치 여의주를 새총으로 쏘아 참새나 잡으려는 어리석음과 같소. 얻는 것은 적고 잃는 것은 많을 테니, 어찌 안타깝지 않으리오? 마땅히 경각심을 드높여 자세히 살펴야 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