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光大師 嘉言錄(인광대사 가언록)
옮긴이 김지수(寶積)
3. 마음 닦고 염불하는 수행의 요령(5)
2) 업습의 기운(習氣)을 다스리는 방법
처음 염불에 마음을 둔 뒤 아직 삼매를 몸소 증득하지 못한 동안에는, 누구라도 잡념 망상이 없을 수 없다오. 오직 마음이 항상 깨어 비춰 보면서, 잡념 망상에 따라 돌지(흔들리지) 않는 것이 귀중하오. 비유하자면, 양쪽 군대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기의 성곽을 견고히 지켜 적군이 조금도 침범하지 못하도록 막고; 만약 적군이 공격해 오면, 용감히 맞아 싸워 물리치는 전쟁과 비슷하오.
반드시 정각(正覺)의 병사로 사방을 모두 에워싸고 지켜, 적들(잡념 망상)이 하늘 위로 올라갈 길도 없고, 땅속으로 들어갈 문도 없도록, 빈틈없이 막아야 하오. 그러면 그들은 씨조차 소멸되는 참패를 당할까 봐 스스로 두려워하여, 서로 앞다투어 투항해 올 것이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핵심 자세는, 주전(主戰) 장수가 혼미하지도 않고 나태하지도 않으면서, 항상 또렷또렷 깨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오. 장수가 혼미하거나 나태하면, 적군을 섬멸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적군에게 참패당하게 되오.
마찬가지로 염불수행하는 사람이 마음을 추스를 줄 모르면, 염불을 할수록 잡념 망상이 더욱 치성하게 일어나게 되오. 그러나 마음만 추스릴 수 있으면, 잡념 망상이 점점 가벼워져, 마침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오. 그래서 이러한 게송(시구)도 전해오고 있소.
도를 배움은 왕궁의 성곽을 지키는 것 같아.
낮에는 여섯 감각의 도적을 막고 밤에도 또렷또렷 지키네.
군대를 거느리는 주전 장수가 군령을 제대로 시행하면,
방패와 창칼을 움직이지 않고 태평세월을 이루리.
염불할 때 마음이 통일되지 않는 것은, 생사에 대한 마음이 절실하지 않기 때문이오. 만약 자신이 지금 당장 홍수에 휩쓸리거나 불길에 타오르는데, 구원해 주는 사람 하나 없다고 생각해 보시오. 그리고 그렇게 곧 죽게 되어 틀림없이 지옥에 떨어질 거라고 생각해 보시오. 그러면 달리 미묘한 방법을 구할 필요도 없이, 마음이 저절로 집중 통일될 것이오.
그래서 경전에 “지옥의 고통을 생각하여 보리심을 내라” 는 말씀이 거듭 나온다오. 이는 크게 깨달으신 세존께서 가장 간절하고 요긴하게 일깨워 주신 가르침인데도, 애석하게도 사람들은 그렇게 진실하게 생각하려 들지 않는구려.
지옥의 고통은 홍수에 휩쓸리거나 불길이 타오르는 것에 비하여, 무량무수 배나 더 참혹하오. 그런데 홍수에 휩쓸리거나 불길에 타오르는 걸 생각하면 머리카락이 쭈뼛이 설 정도로 두려우면서도, 지옥을 생각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이겠소? 지옥은 우리의 마음 힘(心力)이 워낙 작아서, 그 고통의 일들을 제대로 알아차릴 수 없소. 반면 홍수와 화재는 우리가 몸소 보고 들은 체험이 있어, 생각만 해도 자기도 모르게 저절로 머리카락과 뼛속까지 서늘해지는 거라오.
염불은 그 자체가 정기(正氣)를 함양하고 정신을 조절하는 방법이자, 본래 진면목을 참구하는 법문이기도 하오. 왜 그렇게 말하겠소? 우리들 마음은 평상시에 어지럽게 흩어지는데, 만약 지성으로 염불을 하면, 일체의 잡념 망상이 모두 점차 사라지게 되오. 그러면 마음이 저절로 집중 통일되고, 정신과 원기가 자연히 충만해지고 조절된다오.
보통 우리는 염불이 잡념 망상을 쓰러뜨리는 줄 잘 모르오. 게다가 염불을 좀 해보면, 마음 속에 온갖 잡념 망상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오. 그러나 오래도록 염불을 지속하면, 이러한 잡념 망상이 저절로 없어지게 된다오. 맨 처음 단계에 잡념 망상이 바로 염불하는 힘 때문에 비로소 고개를 쳐드는 거라오. 염불하지 않으면 나타날 리가 없다오.
비유하자면, 방 안에 티끌이 전혀 없이 청정한 것처럼 보이다가도, 창 틈새로 한 줄기 햇살이 비쳐들면, 얼마나 되는지 알 수조차 없는 수많은 먼지가 어지러이 움직이는 모습이 금세 드러나는 것과 같소. 방 안의 티끌이 햇빛으로 말미암아 드러나듯이, 마음 속의 잡념 망상도 염불(광명)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오. 만약 항상 염불한다면, 마음은 저절로 청정해지리다.
공자(孔子)는 요순(堯舜) 성왕과 주공(주공)의 도를 흠모하여, 매 생각마다 잊지 않았다오. 그래서 국그릇 속에서 요임금을 보고, 담벽에서 순임금을 보았으며, 꿈속에서 주공을 보았다오. 이렇듯이 항상 기억하고 생각하는 이치가, 염불과 무엇이 다르겠소?
중생의 마음과 입이 번뇌와 미혹의 업장으로 오염되었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나무아미타불’ 이라는 거룩한 명호를 마음과 입으로 염송하여 정화시키라고 일러주신 것이오. 향에 물든 사람의 몸에서는 향기가 배어 나오듯이, 염불에 오래 물든 사람은 없장이 스러지고 지혜와 복덕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자기 마음속에 본래 갖추어진 불성이 저절로 드러난다오.
만약 잡념 망상이 머리 속에 꽉 차 있다면, 쉴새없이 불안하게 왔다 갔다 하면서,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만 그대의 생각을 따를 것이오. 올바른 생각(正念)을 아직 진실하게 일깨우지 못했기 때문이오. 그런데 만약 올바른 생각이 진실하고 간절하면, 친구가 저절로 한 곳에 전념 집중하는 정념(正念)을 따를 것이오.
그래서 통제 조절이 법도에 알맞으면, 포악한 도적들도 모두 어린애가 되고; 반대로 통제 조절이 법도에 어그러지면, 비록 자기 손발이라도 원수가 된다고 말하오. 범부 중생의 경지에서 누군들 번뇌가 없겠소? 모름지기 평상시에 미리 예방조치를 취해 두면, 사물의 경계나 인연에 부닥쳐서도, 번뇌 망상이 갑작스레 터져 나오지는 않을 것이오. 설령 터져 나와도, 즉각 정신을 차려 비춰 보기 때문에, 곧 사라지게 할 수 있소.
'필독!경전,법문자료 > 4. 인광대사의 가언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두 놓고 염불하세(34) (0) | 2020.07.17 |
---|---|
화두 놓고 염불하세(33) (0) | 2020.07.10 |
화두 놓고 염불하세(31) (0) | 2020.06.26 |
화두 놓고 염불하세(29) (0) | 2020.06.12 |
화두 놓고 염불하세(27) (0) | 2020.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