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光大師 嘉言錄(인광대사 가언록)
옮긴이 김지수(寶積)
2. 극락왕생은 믿음과 발원 지닌 염불 수행으로(7)
꿈으로 부처를 비유하는 경우에는, 허망한 마음이 원인이고 꿈속의 경계가 결과라오. 마찬가지로 염불이 원인이 되고, 극락 왕생하여 아미타불을 친견함이 결과로 얻어진다오. 어떻게 금강경의 여섯 가지 비유(일체의 유위법은 모두 꿈 · 허깨비 · 물거품 · 그림자 · 이슬 · 번갯불 같다고 설법한 비유 게송을 가리킴)로 증명할 수 있겠소?
무릇 세간의 말과 글자는 비록 한 단어나 한 가지 일이라도, 높고 낮음(尊卑)이나 아름답고 추함(美醜) 등 상반되는 두 뜻으로 동시에 해석될 수 있소. 예컨대 아들 자(子) 한 글자만 보아도, 부자(夫子 : 공자에 대한 존칭에서 스승님을 뜻함)라 부를 때도 ‘자왈(子曰)’처럼 홀로 쓰이기를 좋아하고, 보통 사람들을 가리킬 때도 ‘자(子 : 그대)’라고 홀로 쓰이기를 좋아하며, 자녀를 부를 때도 ‘자(子)’라고 홀로 쓰이기를 좋아하오. 그래서 반드시 문맥에 따라 정의해야 하며, 부자(夫子)라고 부르는 곳에서 결코 자녀라고 새길 수는 없소.
불국토가 꿈속의 경지라는 견해는, 모름지기 우리들이 부처가 되기를 기다려서, 그 뒤에나 말해야 할 줄 아오. 지금 이 순간 곧장 지껄이는 것은, 오직 손해만 가져올 뿐, 결코 이익이 되지 않소.
사실과 이치, 성품과 형상, 텅빔과 있음, 원인과 결과 등의 상대 개념은 서로 뒤섞여 잘 구분되지 않는 법이오. 그러니 다만 평범하고 어리숙한 지아비나 아낙들처럼 착실하게 염불하는 수행이나 배워, 오직 간절하게 정성과 공경을 다 할 일이오. 그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염불하다 보면, 죄업이 소멸되고 지혜가 밝아지며, 업장이 다 사라지면서 복덕이 저절로 높아질 것이오.
이러한 의심이 철저히 떨어져 나가게 되면, 부처의 존재 여부나 자신의 유무, 불법에 들어가는 문과 피안에 이르는 확실한 근거 따위도, 사람들에게 물을 필요가 없이 저절로 밝아지오. 그러나 만약 마음과 뜻을 다해 염불에 전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귀 기울여 알아보려 할 것이오. 이런 사람은 금강경을 보여 주어도 참모습(實相)을 알지 못하고, 정토문이나 서귀직지를 보고도 믿음을 내지 못할 것이오. 업장이 마음을 뒤덮어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오.
이는 마치 장님이 해를 쳐다는 것과 같소. 해는 분명히 하늘에 떠 있고, 정말 눈으로 쳐다보고는 있지 않소. 하지만 햇빛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예 쳐다보지 않을 때와 다름이 전혀 없소. 가령 장님이 광명(시력)을 회복한다면, 단번에 햇빛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오.
염불법문이야말로, 바로 광명(지혜, 마음 또는 영혼의 시력)을 회복하는 최고 최상의 첩경이라오. 참모습(實相)의 형상을 보려거든, 마땅히 이 법문 수행에 정성을 다해야 하오. 그러면 틀림없이 통쾌하게 소원을 이루고 회포를 푸는 때가 있을 것이오. 참나(眞我)를 몸소 보는(親見) 일은, 확철대오 하지 않으면 안 되오. 더구나 참나를 증득하려면, 미혹을 끊고 진리를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되오. 그리고 원만히 증득하려면, 세 미혹을 완전히 끊고 두 죽음을 영원히 없애지 않으면 안 되오.
우리들이 영겁토록 윤회하고, 또 지금 이치에 어긋나게 시비나 따지는 것도, 모두 참나의 힘을 받아 행하는 것이오. 깨달음을 등지고 티끌에 부합하기 때문에, 그 힘을 진실하게 받아 쓰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오. 비유하자면, 호주머니 속의 보배구슬을 애시당초 잃어버린 적이 없는데, 있는 줄을 깜박 잊고 공연히 생고생 하는 것과 같소.
세간의 모든 것은 한결같이 중생들의 생겼다 사라지는 마음(生滅心)으로부터 비롯되오. 육신 같으면 개인의 개별 업장(業障)으로 타고 나고, 세계 같으면 모든 구성원의 공동 업장(業障)으로부터 형성되오. 이들은 모두 생겨났다 사라짐이 있기 때문에 영원하지 못하오. 육신은 새로병사가 있는 세계는 성주괴공이 있소. “만물이 극도에 달하면 반드시 돌이킨다(物極必反).”는 말이나, “즐거움이 극도에 달하면 슬픔이 생긴다(樂極生悲).”는 말이 바로 그러한 뜻이오. 원인 자체가 벌써 생겨났다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 결과도 또한 생겨났다 사라지지 않을 수 없소.
극락세계는 아미타불께서 자기 마음이 본디 지니고 있는 불성을 철저히 증득하여, 마음에 따라 나투어 낸 불가사의한 장엄 세계라오. 그래서 그 즐거움이 다할 때가 없소. 비유하자면, 허공이 끝없이 넓고 크게 펼쳐져 삼라만상을 포용하고 있는데, 세계가 제 아무리 수없이 이루어졌다가 무너지기를 되풀이하더라도, 허공은 끝내 조금도 늘거나 줄어들지 않는 것과 같소.
사람들이 흔히 세간의 쾌락을 가지고, 극락세계의 즐거움을 우습게 알고 비난하지만, 과연 극락의 즐거움을 맛볼 수나 있는 처지요? 우리가 비록 허공의 전체 모습을 다 볼 수도 없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천지간의 허공만이라도, 바뀌거나 변하는 모습을 누가 본 적이 있겠소?
일체 중생이 모두 불성을 본래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석가모니불께서 우리들에게 염불하여 서방 극락세계에 왕생하라고 가르친 것이오. 아미타불의 대자대비 서원력에 의지하여, 생기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 즐거움을 누리도록 말이오. 거기서는 몸이 연꽃 봉오리 안에 자연스레 생겨나(蓮華化生) 생로병사의 고통을 모르고, 세계는 아미타불 성품에 걸맞는 공덕으로 이루어져 성주괴공의 변화가 없다오. 성인조차도 그 경지를 다 알지 못하거늘, 하물며 범부 중생이 생겼다 사라지는 세간의 법으로 이를 의심하고 비방한단 말이오?
정토법문은 여래께서 철저한 대비심으로 모든 중생을 두루 제도하시는 법문이오. 미혹을 끊을 힘이 없는 범부 중생들에게, 믿음과 발원으로 아미타불 명호를 염송하여 금생에 생사를 해탈하고, 관세음보살 및 대세지보살과 함께 불도 수행의 반려자가 되도록 가르치신 것이오. 위로 부처의 과위에 이웃한 등각(等覺)보살조차, 극락왕생하여야 비로소 정각(正覺)을 이룬다오. 그래서 맨 위부터 맨 아래까지 총망라하고, 가장 빨리 수행을 성취하는 지극히 원만한 법문이오. 여래깨서 평생 설한 모든 법문을 초월하는 특별 법문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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