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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경전,법문자료/4. 인광대사의 가언록

화두 놓고 염불하세(16)

 

 

印光大師 嘉言錄(인광대사 가언록)

                                                                                옮긴이 김지수(寶積)

 

 

2. 극락왕생은 믿음과 발원 지닌 염불 수행으로

 

1) 진실한 믿음과 간절한 발원

 

이른바 믿음이란, 사바세계가 정말로 고통스런 바다이고, 극락세계는 진실로 진실로 즐거운 뜨락임을 모름지기 믿어야 함을 가리키오. 사바세계의 고통은 한없고 끝없지만, 한 마디로 종합하면 팔고(八苦)를 벗어나지 않소. 이른바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사랑하면서 헤어지고(愛別離), 미워하는 자를 만나고(怨憎會), 구해도 얻지 못하고(求不得), 오음의 번뇌 망상이 치열하게 무성한(五陰熾盛) 것이오.

 

이러한 여덟가지 고통은, 세계에서 최고 부귀한 자로부터 가장 비천한 거지까지, 모두가 지니는 것이오. 앞의 일곱 고통은 지나간 세월 동안 지은 죄업으로 불러들이는 과보이므로, 잘 생각해 보면 스스로 알 수 있을 것이오. 말하기로 하면 종이와 먹물의 낭비가 너무 많을 것이므로, 상세한 언급은 피하겠소.

 

마지막 여덟째 오음치성의 고통은, 현재 마음을 품고 생각을 일으키며 육신으로 움직이고 말하는 모든 행위들이, 미래에 고통을 얻는 원인이 됨을 뜻하오. 원인과 결과가 서로 뒤엉켜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까마득한 과거부터 아득한 미래까지 벗어날 길이 없는 거라오.

 

오음(오음 : 五蘊)이란 색() · () · () · () · ()이오. 색은 죄업의 과보로 받은 몸을 뜻하고, 수상행식은 바깥 사물 경계에 부닥쳐 일으키는 허망하고 허깨비 같은 마음을 가리키오. 이러한 허망하고 허깨비 같은 몸과 마음의 법들이, () · 소리() · 냄새() · () · 부딪침() · 생각()의 육경(六境 : 또는 六塵)에 대해서 미혹을 일으키고 업장을 지음으로써, 번뇌 망상이 불길처럼 치성하게 일어나 그칠 줄 모르기 때문에, 오음치성의 고통이라 한다오.

 

또 음()에는 뒤덮는다(蓋覆)는 뜻이 있는데, 발음과 뜻이 음()과 같소. 이 다섯 가지는 진실한 성품(眞性)을 뒤덮어,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게 막기 때문이오. 마치 짙은 구름이 해를 가리면, 해가 제 아무리 눈부신 빛을 조금도 줄지 않게 계속 비추고 있다 할지라도 구름장에 걸려, 지상의 사람과 만물은 그 빛을 볼 수 없는 거와 같소.

 

범부 중생이 미혹의 업장을 끊지 못하고 이 오음의 장애에 뒤덮여, 본래 성품의 하늘에 항상 떠 있는 지혜의 햇빛(性天慧日)을 드날릴 수 없는 이치도, 또한 이와 같다오. 이 여덟 번째 고통이야말로, 일체 모든 고통의 근본이라오. 도를 닦는 사람은 선정(禪定)의 힘이 깊고 강하여, 여섯 가지 티끌 경계(六塵境)에 대해 조금도 집착이 없고, 미움이나 사랑 같은 분별 감정을 일으키지 않게 되오. 여기에서 공력을 배가하고 용맹정진하여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하면, 미혹의 업장을 깨끗이 제거하고 생사윤회의 근본을 단박에 끊어 버릴 수가 있소.

 

그렇지만 이러한 수행 공부는 정말로 결코 쉽지가 않으며, 특히 지금 같은 말법 시대에는 이루기가 더더욱 어렵다오. 그래서 모름지기 정토 법문의 수행에 전념하여, 부처님의 자비 가피력으로 서방극락에 왕생하길 구해야 하오. 일단 왕생하게 되면, 연화 봉오리 안에 저절로 생겨나기(蓮華化生) 때문에, 나는 고통(生苦)이 전혀 없소. 순전히 어린 남아(童男) 모습을 지니고, 수명이 허공같이 끝없으며 몸에 어떠한 재난이나 변화가 없기 때문에, 늙고 병들어 죽는다는 이름조차 들어 볼 수도 없다오. 하물며 그런 고통의 현실이 존재하겠소?

 

거룩한 대중(聖衆)을 뒤따라 몸소 아미타불을 모시면서, 새나 물이나 나뭇가지나 모두 진리의 소리(法音)를 연주하기 때문에, 각자 근기와 성품에 따라 법문을 듣고 증득하게 되오. 친근한 사람의 감정도 느껴 볼 수 없거늘, 하물며 미움과 원망이 있기나 하겠소?

 

옷을 생각하면 옷이 생기고, 음식을 생각하면 음식이 나오며, 누각이나 집이 모두 칠보(七寶)로 이루어져 있다오. 이 모두가 사람의 힘을 조금도 들이지 않고, 모두 저절로 변해 생겨나는(化作) 것들이오. 그러니 사바세계의 일곱 가지 고통도 금세 일곱 극락으로 바뀌게 되오.

 

몸은 막대한 신통과 위력을 갖추기 때문에, 그 자리를 한 치도 떠나지 않은채, 일념(一念) 가운데 시방제불의 세계에서 두루 온갖 불사(佛事)를 하며, 위로 불도를 구하고 아래로 중생을 교화할 수 있소. 마음은 위대한 지혜와 말재주(辯才)를 지니기 때문에, 한 법으로도 모든 법의 진실한 모습(實相)을 두루 알아, 근기에 따라 조금도 어그러짐 없고 막힘 없는 설법을 하게 되오. 비록 세간의 언어로 말할지라도, 모두 진실한 법과 미묘한 이치에 딱 들어맞게 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