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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경전,법문자료/4. 인광대사의 가언록

화두 놓고 염불하세(15)

 

 

印光大師 嘉言錄(인광대사 가언록)

                                                                                   옮긴이 김지수(寶積)

 

1. 정토(염불)위에 법문 없소.(9)

 

또 송()나라 태종(太宗 : 976~997 재위) · 진종(眞宗 : 997~1021) 때에는 법사가 절강의 소경사(昭慶寺) 주지로 있으면서, 여산의 혜원 대사 도행을 흠모하여 정행사(淨行社 : 정토수행결사)를 결성하였소. 그런데 왕문정공(王文正公) ()이 맨 먼저 귀의하여 적극 선창 인도하니, 재상과 고관대작이나 학사대부(學士大夫)들이 제자로 자칭하여, 결사에 가입한 자가 120여 명이나 되었소. 스님들은 수천 명이었고, 서민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소.

 

그 뒤 로공(潞公) 문언박(文彦博)은 인종(仁宗 : 1022~1063 재위) · 영종(英宗 : 1063~7) · 신종(神宗 : 1067~85) · 철종(哲宗 : 1085~1100 재위)의 네 황제에 걸쳐, 50여 년 동안 벼슬을 하며 관직이 태사(太師)에까지 이르러, 로국공(潞國公)에 봉해진 분이오. 그분은 평생 불법을 독실하게 믿었는데, 만년에 구도심이 더욱 치열해져 오직 아미타불에 전념하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걷거나 앉거나 간에 조금도 염불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오. 그런데 그 분이 정엄(淨嚴) 법사와 함께 서울에서 십만 명 정토 왕생회를 결성하여, 수많은 사대부들이 그 감화를 받았소. 그는 92세까지 장수하다가 염불하면서 서거했는데, 그를 칭송한 이런 시도 있다오.

 

그대의 담과 기개는 알고 보니 하늘처럼 크구려. 知君膽氣大如天

서방정토 왕생할 십만 인연 맺기를 발원하다니! 願結西方十萬緣

자기 몸 홀로 살아갈 계산은 하지 않고서, 不爲自身求活計

대중 모두 고해 건너는 배에 함께 올라 타자고! 大家齊上渡頭船

 

() · () 시대에는 중봉(中峯) · 천여(天如) · 초석(楚石) · 묘협(妙叶) 대사 등이 더러는 시가(詩歌)를 읊거나, 더러는 논변(論辯)을 지어, 이처럼 이치에도 맞고 근기에도 맞아, 최상부터 최하까지 두루 관통하는 법문을 적극 펼쳐 보였소. 특히 연지(蓮池) · 유계(幽溪) · 우익(蕅益) 대사 등이 더욱 진지하고 간절하게 정성을 다하였소.

 

() 나라 때에는 범천(梵天)의 사제(思齊) 대사와 홍라(紅螺) 철오(徹悟) 대사가 다시 이 도를 힘써 펼쳤소. 범천 대사의 보리심 발하기를 권장하는 글(勸發菩提心文)과 홍라 대사의 대중에게 설하는 법어(示衆法語), 모두 옛 성현을 뒤잇고 후학을 이끌며, 천지 신명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가르침이오. 후학들이 정말 이들 가르침에 따라 수행할 수만 있다면, 그 누가 이 사바세계를 기꺼이 하직하고 극락세계에 높이 올라, 아미타불의 제자가 되고 연화해회(蓮華海會)의 도반이 되지 못하겠소?

 

중생과의 기연(機緣)이 다하여 여래께서 열반에 드신 다음에도, 대자비로 중생을 이롭게 하심은 끝내 다할 줄 모르셨소. 그래서 여러 위대한 제자들이 부처님의 사리를 나누어 전하고, 경전을 결집(結集)하여 사방에 두루 유통시킴으로써, 진리의 가르침이 중생을 윤택하게 적시도록 바랐다오. 아직 그 기풍이 크게 진작되지 못하고 북방에서만 유포될 따름이었소.

 

그러다가 삼국시대 오()나라 적오(赤烏 : 大帝 孫權의 네 번째 연호) 4(241), 강승회(康僧會) 존자가 특별히 교화를 펼치려고, 여래의 사리를 받들어, 건업(建業 : 지금의 南京)에 왔소. 이에 손권(孫權)이 지극한 신앙심을 내어, 절을 짓고 탑을 쌓아 불법을 전하도록 했다오. 그래서 남방에 불교가 처음 전래되었는데, ()나라 때에는 고려 · 일본 · 미얀마 · 월남 · 티벳 · 몽고 등 주변 여러 나라에도 두루 퍼졌소.

 

그 후로 중천에 떠오르는 태양처럼 교세가 점참 흥성하였는데, 당나라 때 이르러서는 여러 종파가 모두 갖추어져 전성기라고 할 만하오. 천태(天台) · 현수(賢首) · 자은(慈恩)은 교법(敎法)을 펼치고, 임제(臨濟) · 조동(曹洞) · 위앙(潙仰) · 운문(雲門) · 법안(法眼)은 참선의 맥을 이었소. 또 남산(南山)은 율장(律藏)을 장엄 청정하게 전하고, 연종(蓮宗 : 정토종)은 정토 수행에 전념하였소. 이는 마치 행정 각부가 직책을 분담하는 것과 같고 또 육근이 서로 자긱 기능를 발휘하는 것과도 비슷하오.

 

교법은 부처님 말씀이고, 참선은 부처님 마음이며, 계율은 부처님 행실이오. 실제로는 마음과 말씀과 행실의 세 가지를 결코 서로 떼어 구분하기가 어렵소. 다만 각자 전문으로 치중하는 내용에 따라, 교종 · 선종 · 율종의 명칭을 붙인 것에 불과하오.

 

그 가운데 오직 정토법문만은, 그 출발이 범부 중생들의 불도 입문을 안내하는 방편으로 비롯되었으나, 실질상으로는 모든 종파 수행의 궁극 귀결점이 되는, 독특한 가르침으로. 그래서 아비지옥에 떨어질 극악 죄인도 맨 끝자리나마 참여할 수 있고, 부처와 다름없는 깨달음을 증득한 보살조차도 극락 왕생하길 바란다오.

 

여래께서 세상에 계실 때는, 천만 근기의 중생들을 다 함께 교화시켜, 모든 갈래의 가르침이 하나로 융합되어 있었소. 그러나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 법을 전하는 제자들이 각각 자기가 가장 뛰어난 한 가지 법을 선택하여, 중생들이 근기에 따라 한 법문으로 깊이 들어가(一門深入), 모든 법이 궁극으로서는 서로 하나로 통함을 깨닫도록 인도하신 것이오.

 

비유하자면, 제망(帝網 : 제석천궁의 因陀羅網)의 천 개 구슬이 각자 서로 혼합되지 않으면서도, 한 구슬이 천 구슬에 두루 비쳐지고 천 구슬이 모두 한 구슬에 모여들어, 서로 연결되나, 뒤섞이지는 않고, 각자 독립되어 있으나 서로 떨어지지는 않는 것과 같소. 현상적인 자취에 얽매이는 자는 일체의 법이 법마다 따로 떨어져 있다고 말한다오. 그렇지만 본질적인 이치를 잘 깨닫는 자에게는, 일체의 법이 법마다 서로 원융 회통하게 되오. 마치 성의 4대문이 열려 있고, 사람들이 자기에게 가까운 문을 출입하는 것과 같소. 문은 비록 다르지만, 성안을 드나드는 것은 다를 리가 없소.

 

만약 이러한 이치를 깨닫는다면, 어찌 모든 부처님과 조사들이 설하신 몹시 심오한 가르침만, 근본 진리에 도달하고 마음을 밝혀 성품을 보는 법이라고 집착할 수 있겠소? 세간의 오음(五陰) · 육입(六入) · 십이처(十二處) · 십팔계(十八界) · 칠대(七大) , 모든 것이 하나하나 근본 진리에 도달하고 마음을 밝혀 성품을 보게 하는 법이 될 것이오. 나아가 이러한 모든 것이, 각각 그 자체 진리이고 근본이며, 마음이고 성품이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