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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수행자료/김호성님의 정토행자의 편지

서산파(西山派)

편지 5(2017. 7. 23)

서산파(西山派)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선생의 나무아미타불(모과나무, 2017)을 번역 출판하는 데 꼬박 10년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오래 걸린 이유 중의 하나에, 그 내용이 어려웠다는 점이 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책으로 나오고 나니까 좀 부족했던 점이나 틀린 것도 나옵니다. 그 중에 오늘은 서산파 관련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마침 지난 주, 우리 불교대학의 학인스님 4분과 함께 서산파의 절 젠린지(禪林寺)를 참배하였기 때문입니다.

 

나무아미타불은 일본 정토문 세 파의 개조 세 분 조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정토종, 정토진종, 그리고 시종입니다. 현재까지도 일본 불교의 정토문은 이렇게 세 파가 주류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야나기는 가끔 네 파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바로 서산파를 포함시킵니다.

 

서산파를 중시하는 까닭은 서산파의 조사 쇼쿠(證空, 1177-1247)의 염불사상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백목(白木)의 염불이라든가 진권용심(鎭勸用心)과 같은 짧은 법문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하게 언급하는 것은 바로 시종의 개조 잇펜(一遍, 1239-1289)스님이 바로 서산파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

 

잇펜스님은 아버지가 서산파로 출가해서 서산파의 파조(派祖) 쇼쿠의 제자가 됩니다. 그리고 잇펜스님 역시 서산파 쇼쿠의 제자인 쇼타츠(聖達)에게 출가를 합니다. 그러니까 서산파의 교의를 배웠던 것입니다. 물론, 잇펜스님 독창적인 것이 많이 만들어지지만 어디까지나 그 출발에는 서산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나무아미타불번역을 하면서 서산파 이야기가 나오면, 곧장 교토의 히가시야마(東山)에 있는 절 선림사를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 절이 서산파의 총본산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 선림사는 서산파의 총본산이 아니라 정토종서산선림사파의 총본산이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정토종 서산파 안에 다시 세 갈래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를 서산 3파라고 하는데, 선림사는 서산선림사파의 총본산일 뿐이고, 다른 두 파가 더 있습니다. 하나는 서산정토종이라고 하는데 총본산은 교토부 나가오카교(長岡京)의 광명사이고, 다른 하나는 서산심초(西山深草)파이며 그 총본산은 교토 시내에 있는 서원사입니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서산심초파 - 서산 심초의()라고 말했습니다 --- 역시 매우 중시합니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편지 7’에서 다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아무튼, 이제는 정토종 서산파라고 하면 서산선림사파 만이 아니라 서산파에 3파가 있다는 점을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다음에 교토에 가면, 아직 가보지 못한 서산정토종의 광명사도 한번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다음으로 제가 나무아미타불에서 좀 잘못한 것이 하나 있음을 선림사에서 발견하였습니다. 내영(來迎)을 이야기할 때입니다. 내영은 임종시에 아미타불께서 왕생하는 사람을 맞이해 주러 오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아미타불의 내영을 받는 것을 누구나 그리워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내영도(來迎圖)를 많이 그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진 무위사의 법당 후면에 그려져 있는 내영도가 유명하지요.

 

일본에서도 내영도가 많이 그려졌는데,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山越 아미타도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틀린 것은, 바로 이 山越을 잘못 읽었습니다. ‘야마고에라고 읽었습니다. 교토 서북부에 가면 야마고에라는 동네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그 내영도 역시 보지도 못했습니다. 이번에 우리 학인스님들 덕분으로 함께 선림사를 갔는데, 그 전에 갔을 때는 안 보였던 이 그림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한자 밑에 일본어 음이 적혀져 있는 것 아닙니까. 야마코시, 라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야마코시 아미타도라고 옮겨야 했던 것입니다. 나중에 재판을 내게 되면 고칠 수밖에 없습니다.

 

야마코시 아미타도는 참으로 훌륭한 불화였습니다. 이 편지에서 보여드릴 수 없음은 유감입니다만, 인터넷에서 한번 검색해 보시길 빕니다. 바다가 있고, 그 너머 산이 있는데 그 산 뒤에서, 산 위로 아미타불이 떠오르는 느낌입니다. 하체는 산으로 가려져서 보이지 않습니다. 좌우로 관음 세지 두 보살은 구름을 타고 있습니다. 야마코시 아미타도가 많은데, 이 선림사에 모셔져 있는 분이 가장 백미라고 하였습니다. 일본의 국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짧은 시를 하나 지었습니다. 저 산 머너 야마코시(山越) 아미타불-입니다.

 

 

저 산 뒤로

태양처럼 떠올라 주실

그때,

그때를 기다려 주시는

그분

 

저 산 너머

그곳으로 갈 때

저 산 위로

태양같이 떠올라서

나를 맞이하러 오실

그분

 

아미타부처님

 

(2017717, 교토)

 

비가 많이 옵니다. 별일 없이 건강하시길 빕니다. 나무아미타불.

 

김호성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