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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수행자료/김호성님의 정토행자의 편지

불교대학 예배당

편지 6(2017729)

 

불교대학 예배당

 

 

지난 15, 교토에 있는 불교대학(Bukkyo University)”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2002년 가을부터 2003년 여름까지 신세를 지면서 공부했던 곳이라서, 늘 그 은혜를 생각하고 있는 대학입니다. 저의 책 일본불교의 빛과 그림자(정우서적)는 그 시절의 견문을 정리한 책입니다.

 

그로부터 벌써 12년 정도 지났습니다만, 그 동안에도 여러 번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천지개벽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캠퍼스가 많이 바뀌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아마도 옛날 불교대학 캠퍼스를 아는 분들은 다 그런 느낌을 받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2015년 가을에도 갔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제 연구실이 있던 9호관이 해체되고, 다른 건물들도 해체되고 그 자리에 멋있는 건물(식당이 있는 건물)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든 캠퍼스의 리뉴얼(renewal)이 끝나서인지, 그 충격(?)은 컸습니다. 그야말로 캠퍼스 리뉴얼 사업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을 했기 때문인데, 그것은 예배당(水谷幸正기념관)이 떡 하니 제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서관 건물의 맞은편에 예배당이 하니 자리하면서, 캠퍼스 전체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외형으로는 마치 몽골의 유목민들이 사는 집처럼, 그런 느낌이 있었습니다. 연꽃의 모습을 본 땄다고 합니다만 ---.

 

예배당은 지금 우리 학교로 말하면 정각원입니다. 학교 법당인 것이지요. 그런데 예전에는 종교부 법당이 2호관의 2층에 있었습니다. 다른 행정 사무실과 함께 있다 보니, 대학의 중심이 법당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불교대학의 중심은 예배당이라는 것이 확연하게 들어옵니다. 예배당 안에는 원형인데, 부처님이 계시는 곳 이를 내진(內陣)이라 하여, 신자들의 공간인 외진(外陣)과 구분하게 됩니다. 내진에는 스님이 아닌 한 들어갈 수 없습니다. - 은 단()을 만들어서, 외진의 신자들이 볼 때는 좀 높게 보입니다.

 

정중앙에 입상의 아미타불이 모셔져 있습니다. 뒤로는 배모양(舟型)의 광배(光背)를 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바로 좌우보처입니다. 다 아시는 것처럼, 무량수경에는 아미타불을 좌우에서 보좌하는 분으로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나오지 않습니까. 이렇게 아미타불, 관음, 세지를 함께 모시는 것을 극락삼존 내지 미타삼존이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근래 특이하게도, 대세지보살을 대신하여 지장보살을 모십니다. 일종의 변형된 극락삼존이라 할 수 있겠지요. 지장보살은 극락을 가게 하는 것 보다는 지옥을 못 가게 하는 것으로 소임을 삼는 분이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意識)은 일단 지옥은 못 가게 해놓고 극락에 가도록 하자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교대학 예배당의 삼존은 정식의 삼존도 아니고 변형된 삼존도 아닙니다. 아니, 그 자체가 새로운 변형의 삼존이라 해도 좋겠지요. 좌보처는 선도(善導)대사이고, 우보처는 호넨(法然)스님입니다. 호넨스님은 정토종의 개조인데, 불교대학은 바로 정토종이 세운 대학입니다. 그리고 선도대사는 바로 호넨스님이 염불의 한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인연이 되어준 분입니다.

 

선도대사는 관무량수경에 대한 주석서를 지었습니다. 관무량수경소인데, 줄여서 관경소라고 합니다. 관경소가 네 권인데, 4권에서 호넨스님은 이런 말씀을 만납니다.

 

일심으로 오로지 아미타의 명호를 염하고, 행주좌와에서

시간의 오래됨과 오래되지 않음을 묻지 않고, 찰나찰나에

버리지 않는 것을 정정취(正定聚)의 업이라 한다. 저 부처

님의 원에 따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말씀을 만나서 오직 염불만 하자라는 것을 결정하고 선택하게 됩니다. 그래서 호넨스님은 선도대사를 사모하게 되고, 거듭 거듭 말하게 됩니다. 호넨스님의 저서 선택본원염불집을 보면, 주로 선도대사를 인용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꿈에서 선도대사를 만났다고 합니다. 이를 이조대면(二祖對面)이라 합니다.

 

이렇게 일본 정토종에서는 선도대사를 굉장히 중요하게 섬깁니다. 우리가 몇 년 전에 가본 일이 있습니다만, 큐슈지방에 가면 선도사(善導寺)라는 절이 있습니다. 또 가마쿠라에 가면 광명사(光明寺)라는 절도 있는데, 거기에는 선도대사의 동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신란스님의 교행신증을 보면 광명사화상이라는 스님의 말씀이 인용되어 있는데, 선도대사를 가리킵니다. 선도대사가 살았던 절 이름에 광명사가 있습니다.

 

예배당 들어가는 왼쪽으로 큰 바위에 글을 한 구절 새겨두었습니다. 이는 예전에는 도서관 들어가는 왼편에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그 자리에 호넨스님의 동상을 모시고 그 바위는 예배당 들어가는 쪽의 왼편으로 위치이동을 한 것입니다. 그 바위에 새겨진 글은 호넨스님이 왕생하기 전에 말씀하신 유언입니다. 그 유언이 한 장밖에 안 되기 때문에 일매기청문(一枚起請文 )이라 합니다. 기청은,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해주기를 바란다는 의미입니다.

 

일매기청문을 읽어보면, 사실 염불에 대해서는, 정토사상이라는 것은 사실은 그것밖에 더 할 말이 없을 것 같은 그런 내용입니다. 더 이상 할 말이 더 필요 없습니다. 그런 내용인데, 그 중에서도 이 바위에 새겨진 말씀은 마지막 문장입니다.

지자(智者)인 척 하지 말고, 다만 한결같이(一向) 염불해

.

 

지자인 척 하지 말라는 것은 좀더 직설적으로 번역하면 잘난 척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말에서 정토사상은 끝났다고 말해도 좋습니다. 정토사상은, 타력신앙은 잘 난 사람이 못난 사람 되는 데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호넨스님은 우자(愚者)의 자각(自覺)’을 말했고, 그 제자 신란스님 역시 스스로를 우독(愚禿)’이라 하였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다 잘나기를 염원하고 노력하지만, 정토문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리석은 이야말로 먼저 구원받습니다.

 

예배당에서는 아침 830분부터 55분까지 매일이다시피 법회를 합니다. 오랜만에 참여해 보았습니다. 무슨 경전을 읽는지 알 수 없지만, 경건한 분위기에 잠길 수 있었습니다. 교정의 중심에 법당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모시고, 선도대사와 호넨스님을 기리면서 대학을 운영해 가겠다는 학교 경영진 내지 정토종 의 생각이 구현된 것 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김호성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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