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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미타행자의 편지

독고다이


 

흔히 개성 있게 홀로 가는 사람을 독고다이라고 하는데 사실 부처님도 요즘말로 독고다이였습니다. 당신께서도 깨달음을 얻은 처음 유행(遊行)하시면서 하신 말씀은 늘 수행자는 홀로가라고 권하였고 후대 제자가 많이 생기고 승가가 이루지면서는 화합을 강조하시였습니다.

부처님의 육성에 가장 가깝다는 숫타니파타에서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하시였는데 이 게송은 처사시절부터 즐거이 암송하던 게송이고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게송입니다. 제 삶을 돌아보면 잠자리와 먹이가 보장되는 그러나 울타리에 갇혀 자신이 누운 똥을 밟고 사는 집돼지보다는 춥고 배고파도 노천야숙(露天野宿)하며 자유가 보장되는 멧돼지와 같은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독고다이 삶입니다.

 

그러나 제주도에 도량을 세울 적에는 더불어 수행하는 사는 삶을 원했지만 이제는 법당에서 손수 마지지어 올리며 홀로 기도하는 것이 당연히 생각하고 홀로 마당에 검질 매고 정진하고 지네는 것을 부담 없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척박한 제주도가 아닌 곳에다 도량을 세웠으면 더불어 수행하는 여법한 도량 꿈은 이루었을 것인데 하는 망상을 피워 보지만 잘은 모르지만 팔자라는 것도 있다 하는 생각이고 그러나 반연 있는 절에서 공양주를 구하지 못해서 이번 동안거에 대중들이 모두 근념하였다는 소식을 들으니 말세에 공양주 없이도 홀로서기하며 정진하고 사는 것도 큰 복이다 하는 환희심도 일어납니다.

 

이제는 저도 마음은 젊어도 몸은 기울어갑니다. 해는 서산에 기울어 가는데 금생에 한 번이라도 더 나무아미타불하고 십분이라도 더 앉자야지 하는 생각만 들지 사람을 모우고 불사하는 시절은 아니다 하고 갈 길이 바쁜데 남 처다 볼 것도 없고 말년을 수행으로 회향하여야 어렵게 온 사바세계에서 그나마 지은 허물을 녹일 수 있을 것이다 하는 생각입니다.


밖이던 안이던 말년을 수행으로 잘 회향하여야 사바세계에 온 가치가 있고 다음 사바세계올 적에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올 수 있는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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