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세계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인연이라 하고 인연(因緣)이라는 것이 원인(原因)이 숨어 있다가 조건이 맞으면 나타나는 것인데 좋은 인연도 있고 억한 인연도 있습니다. 다겁생을 건너오면서 좋은 인(因)만 심었겠습니까? 때에 따라 억한 인(因)도 심어 놓았기에 살다보면 가끔 지뢰 터지듯 터지고 만나는 것이지요.
일제 강점기 시절 수월스님께서도 만주에서 소를 치면서 새경 받은 것으로 주먹밥을 해서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보시하시는데 주먹밥을 만들어 놓으면 흙을 뿌리는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사람이 3년을 수월스님을 괴롭히다가 비적단 따라 떠났는데 수월스님이 하시는 말씀이 그 사람을 그렇게 장난을 치여도 마음한 번 빼앗기지 않았다고 하시였다고 합니다.
중국의 허운(虛雲)스님께서도 문화혁명 때 곤욕을 치렀는데, 당시 주은래(周恩來)총리가 허운스님 절에는 절대 손대지 말라고 했는데 명령이 하달하는 데는 몇 달이 걸리고 명령이 도달하니 이미 홍위병들이 허운스님이 계신 절도 다 파괴하고 허운스님에게 폭력을 행사 뒤였다고 합니다.
은사스님께서도 그 옛날 암자를 어렵게 불사했는데 부처님을 못 모시고 있으니 인연 있는 스님이 부처님을 모셔왔는데 그것이 문제가 되어서 구치소에서 몇 달 사신 일이 있었다는 법문이 있습니다. 당신께서 전후사정을 이야기하였으면 그런 곤욕까지는 안 보았는데 부처님을 모셔다준 스님 다칠까봐 말씀을 안 하시였다고 합니다.
공부를 이루신 어른 스님들께서도 억한 인연을 만나는데 저야 오죽하겠습니까? 저도 여기서 억한 인연 잘 보듬으면서 지네고 있는데 억한 인연을 덧나지 않게 회향하는 길은 묵빈대처(默賓對處)뿐입니다. 어디 가서 지네나 한두 가지 불편한 인연이 있는 것은 사바세계의 이치고 세월이 가면 억한 인연도 비껴가는 것이고 좋은 인연도 가는 것이고 만났다가 흩어지는 것이 사바세계의 이치 아닙니까?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