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제주에 처음 내려올 적 만해도 한가한 곳이었습니다.
지금은 땅값도 많이 오르고 차도 많고 건물도 많아 복잡해지였지만 그래도 자연환경이 미세먼지 걱정 없고 겨울에는 따뜻한 수행하기 좋은 곳입니다.
이 자연환경 좋은 곳에서 여법한 수행도량 가꾸자고 원력 세우고 애쓴 지가 십년이 넘었어도 현재는 토굴수준인 것은 사실인데 혼자 살아도 가풍이라는 것이 선농일치입니다. 남방불교 문화는 탁발문화인데 북방으로 올라오면서 백장스님의 “일일불작(一日不作) 일일불식(一日不食)”이라는 자급자족 문화가 형성 되었습니다.
어느 글에서 본 청규에 도량에 과실나무를 심으라는 권고 조항이 있는 것을 보았고 옛 도량에 가보면 유난히 감나무가 많은데 예전에는 감이 좋은 식량 이였다고 합니다. 월인 노스님 인터뷰기사를 보면 폐허가 된 월명암 처음으로 올라와 사시게 된 것이 감나무가 많아서 식량은 되겠다. 생각하시고 상주하시였다고 합니다. 어른스님들 세대까지만 해도 시주는 귀하고 절에서 농사지어 자급자족하며 그 속에서 정진하여 대각을 이루신 분들이 나온 것입니다
지금은 수행자가 식량을 걱정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무주선원을 개원하면서 도량에 텃밭도 만들고 과실수도 심었습니다. 심어 놓은 지 5년이 지나서 처음으로 작년에 매실을 따서 매실도 담그고 대봉감도 수확하여 신도님들께 나뉘어 드리고 제가 와서 심은 하귤과 뎅이주에서도 제법 수확하였습니다.
도량에 과실수를 심어서 좋은 점은 풍성하다는 것입니다. 원래 큰 단감나무 3주와 귤나무은 었지만 가을부터 수확하여 보시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작년에도 단감을 2십여 박스 따가지고 인연 있는 분에게 보내드리고 귤도 보내드리고 또 하나 즐거움은 맛이 좋다는 것입니다 저의 집 단감을 먹고 부터는 마트에서 사오는 단감은 손이 안갑니다. 도량에서 염불소리 들어가며 자라서 그런지 텃밭에서 수확하는 것이나 과실수나 그리 신경 안 써도 맛있고 맛있는 것 보시할 수 있어 좋고 울력하여 건강하고 다 좋은 것 같습니다.
적당한 노동과 수행, 그리고 최소한의 먹거리 생산 이상형 도량이지만 현실은 노동과 수행을 겸비할 만한 분들은 그리 흔하지가 않습니다. 한자리에 모여 화합하며 정진하고 함께 울력하는 인연은 더욱 회유한 인연이고 시대가 “선농일치”는 옛날이야기가 되었지만 흙과 더불어 사는 것이 가장 인간답게 사는 것이기에 혼자라도 정진하며 노동하여 자신도 가꾸고 도량도 가꾸는 것입니다.
겨울에 처음으로 비파나무 꽃이 많이 피였습니다. 6월 달에 수확한다고 하는데 기대가 되고 봄부터 도량을 장엄하는 꽃나무들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