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가 정토법문을 올바로 수행할 적에, 가령 달마대사께서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나시어 이렇게 말씀하신다고 합시다.
「나한테는 사람 마음을 곧장 가리켜서 본래 성품을 보고 부처가 되는 참선 법문이 있느니라. 그대가 만약 염불 공부를 놓아 버리기만 하면, 내 그대에게 이 참선 법문을 전해 주리라.」
설령 이렇더라도, 우리는 단지 달마대사께 예를 올리고 이렇게 응답해야 합니다.
「저는 먼저 이미 석가여래로부터 염불법문을 전해 받아, 종신토록 변함없이 받아 지니면서 수행하기로 발원하였습니다. 대사께서 비록 심오하고 미묘한 참선의 도를 가지고 계신다 할지라도, 저는 감히 본래 서원을 스스로 어길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석가모니불께서 문득 몸을 나타내시어 또 이렇게 말씀하신다고 칩시다. 「내가 전에 염불법문을 설한 것은 단지 일시적인 방편이었음이니라. 이제 그것보다 훨씬 훌륭한 수승법문이 있나니, 그대는 마땅히 염불을 놓아 버릴지어다. 내 그대에게 당상 그 수승법문을 설해주겠노라.」
설령 그렇더라도, 우리는 단지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리며 이렇게 여쭐 뿐입니다.
「저는 앞서 세존께 정토법문을 받으면서, 이 한 목숨 붙어 있는 한 결코 바꾸지 않겠다고 발원하였습니다. 여래께서 비록 수승한 법문을 가지고 계신다 할지라도, 저는 감히 본래 서원을 어길 수가 없습니다.
비록 부처님이거나 조사님께서 몸을 나타내실지라도, 오히려 그 믿음을 바꾸어서는 안 될 것이거늘, 하물며 마왕魔王이나 외도外道 또는 허망한 사설邪說이 어찌 그 믿음을 뒤흔들거나 미혹시킬 수 있겠습니까. 이와 같이 믿을 수 있다면, 그 믿음은 정말 깊다고 하겠습니다. -철오선사
* 방륜은 〈정법개술〉에서 「불문(佛門)이 비록 넓다 하나, 믿지 않는 중생은 능히 제도하지 못한다.」 라고 하였다.
* 기독교에서는 야훼를 전지전능(全知全能)한 존재 또는 절대자라 부른다. 알지 못하는게 없고, 하지 못하는 일이 없으며, 우주만물을 창조했고, 인간의 모든 운명을 주재한다고 가르친다. 불교에서는 그렇지 않다.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을 이룬 부처님이지만, 못하시는 것이 세 가지 있으니, 이것을 부처님의 ‘삼불능(三不能)’이라 부른다.
부처님의 첫 번째 불능은 ‘불능면정업중생(不能免定業衆生)’ 이다. 중생의 정업(定業 : 정해진 업. 중생이 과거 생에 지은 업)은 부처님이라도 면하게 해줄 수 없다. 부처님의 두 번째 불능은 ‘불능도무연중생(不能度無緣衆生)’ 이다. 인연이 없는 중생 또는 믿지 않는 중생은 제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의 숙업과 근기를 알고 계시지만 인연이 없는 중생은 제도하시지 않는다. 부처님의 세 번째 불능은 ‘불능진중생계(不能盡衆生界)’ 이다. 모든 중생계를 한꺼번에 다 제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등록〉에 수록된 숭악(嵩岳) 원규(元珪)선사의 설법에서는 부처님의 삼불능은 응신(應身)의 부처님이 겪는 문제일 뿐 법신(法身)의 분상에서는 “결정된 숙업(宿業)이란 항구적인 것이 아니며, 인연이 없다는 것도 일시적인 것이며, 중생에게는 본래 증감이 없기 때문에” 삼불능은 본래 없는 것이라고 선언한다.
* 숭악(嵩岳) 원규(元珪)선사는 「부처님은 일곱 가지는 하실 수 있고, 세 가지는 못하십니다. 부처님은 일체의 상(相)을 비게 하고 만법의 지혜를 이루시지만, 정해진 업을 소멸하지는 못하십니다. 부처님은 온갖 중생의 성품을 아시고 억겁의 일을 꿰뚫어 아시지만, 인연 없는 중생을 제도하지 못하십니다. 부처님은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시지만, 중생계를 다 없애지는 못하십니다.
이것이 ‘삼불능(三不能)’ 이라는 것입니다. 정해진 업[定業]은 굳어져서 오래 가는 것이 아니고, 인연 없음[無緣]도 한때에 불과하며, 중생계도 본래 증감(增減)이 없습니다. 더구나 어떤 사람도 법 있음에 주체가 되지 못하고[無一人能主有法], 법이 있으면 주체가 없으니[有法無主], 이것이 법 없음[無法]이라는 것입니다. 법이 없고 주체가 없으면 [無法無主] 이것을 무심(無心)이라 합니다. 내가 부처님을 이해하는 바로는, 신통 또한 없는 것이니, 오직 무심으로써 일체법을 통달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미 중생계가 본래 증감이 없으므로, 중생을 제도하는 것도 다함이 있다거나 당함이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라고 하였다.
* 흔히 달마대사를 중국 선조의 초조(初祖)로 부른다. 하지만 남회근 선생은 「일반인들은 달마조사가 중국에 온 다음에야 비로소 선정이 중국에 전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달마조사 이전에는 구마라집 법사가 번역한 유마경과 법화경이 영향이 가장 컸으며, 중국문화인 선종의 근본경저인 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
* 남회근 선생은 「석가모니 당시의 인도에는 62견(見)으로 일컬어지는 다양한 사상들이 난립했습니다. 중아함 3권 13경 도경(度經)에 의하면, 석가모니는 이를 모두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비판했습니다. 이른바 숙명론(宿命論) · 신의론(神義論) · 우연론(偶然論)의 삼종외도설(三種外道說)인데, 오늘날도 여전히 적용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말합니다.
“세상에는 지혜가 있다고 자처하는 세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느니라. 일체는 숙명(宿命)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 주장과, 일체는 존우(尊祐, 절대자)의 뜻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과, 일체는 인(因)도 없고 연(緣)도 없이 이루어져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진리가 아니며 옳지 않다. 어째서 그런가. 만약 사람이 행하는 모든 행위가 숙명으로 이루어졌다든가, 존우의 뜻에 의한 것이라든가, 인도 없고 연도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사람들은 살생과 도둑질과 사음과 같은 10가지 악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숙명적인 것이거나, 존우의 뜻에 의한 것이라든가, 인(因)도 없고 연(緣)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세 가지 주장은 진리가 아니며 옳지 않다. 만약 그런 주장들이 진리라면 사람들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모를 것이며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도 모를 것이다.”
이어서 부처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은 바에 의하면 모든 것은 인(因)과 연(緣)이 합하여 일어난다.”
이렇듯 석가모니는 진리를 철저하게 깨닫고 연기설(緣起說)을 설하였습니다.
“일체의 생명과 물리세계는 인연으로 생기(生起)하기 때문에 그 자성이 본래 공(空)하다. 그 자성이 공하기 때문에 인연으로 생기한다.[緣起性空 性空緣起]. 타력(他力)의 주재자도 없으며 자연히 이루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無主宰 非自然]”
석가모니는 세상의 모든 종교와 미신을 뒤엎어 버린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대소승 불법의 이론 기초는 삼세인과(三世因果)와 육도윤회(六道輪廻)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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