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祖元)선사 참춘풍게(斬春風偈)
* 조원 선사도 역시 원나라 때 분입니다. 그때는 난리가 나서 우리 승려도 공부하기가 굉장히 곤란스러운 때입니다. 마침 조원 선사가 있는 절에 원나라 군대가 들어와서, 칼을 겨누고 스님네를 위협하는 것입니다. 조원 선사에게도 칼을 겨누고 협박을 하므로, 그때에 읊은 게송입니다.
* 천지간에 외로운 지팡이 세울 땅 없으나,
기쁘도다 인공 법공 모두 깨달았도다.
소중한 원나라 삼척 장검도,
봄바람 칼로 베는 그림자로다.
乾坤無地卓孤笻
喜得人空法亦空
珍重大元三尺劒
電光影裏斬春風
-祖元禪師-
* 천지가 모두 난리가 되어서 어디가나 편안하게 쉴 수가 없으니, 천지간에 내 외로운 지팡이를 세울 땅이 없다는 말입니다. 더군다나 산중에는 피란민이 많아서, 출가한 수행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어디가 쉴 데가 없으니까 수행자로서 한탄도 되었겠지요. 그러나 감사하고 기쁘게도, 나[我]도 비었다는 것을 깨닫고 법공(法空)도 증명했다.
그러니까 아공(我空), 법공을 온전히 성취했다는 뜻이겠지요. 장군들이 가져온 삼척검으로, 서슬이 퍼런 칼로써 설사 내 목을 벤다 하더라도, 마치 봄바람이 지나가듯이 조금도 내 마음에 거리낌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군졸들은 이 게송을 보고, 크게 느끼고 뉘우쳐서 물러갔다는 것입니다.
또 스님들의 임종 때를 보면, 여러 말을 많이 한 분도 있고, 단 몇 마디만 간략히 한 분도 있고 구구합니다만, 이것은 조원 선사의 임종 때의 게송 두 구절입니다.
* 백억 터럭 끝에 사자 나투어,
백억 터럭 끝에 사자후 한다.
百億毛頭獅子現
百億毛頭獅子吼
-祖元禪師-
* “백억모두사자현(百億毛頭獅子現)이요”, 백억 개나 되는 많은 털끝마다 사자가 나타나고, “백억모두사자후(百億毛頭獅子吼)라”. 털 끄트머리에 나타난 백억 사자가 모두 사자후를 토한다는 말입니다. 깨달은 분상인지라, 두두물물 모두가 다 터럭까지도, 사자가 곧 부처님이 나타나 보인다는 것입니다. 사자는 부처님의 상징 아닙니까? 부처님은 성자이기 때문에 인중(人中)사자라고 하는데, 부처님이 터럭 끝마다, 두두물물 모든 데에 다 나타나 보이는 것이고, 백억 터럭 끝마다 부처님이 사자후 하시는 설법이 여실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진진찰찰이 구설구청이라, 그야말로 산이나 내나 흙이나 식물이나 동물이나, 모두 다 서로 설법하고 서로 듣는다는 것이나 같은 소식입니다.
'4. 청화 큰스님 법문집 > 12. 진리의 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4편 (1)편집여적(編輯餘滴) (0) | 2016.09.19 |
---|---|
제 3편 게송음미(16) (0) | 2016.09.12 |
제 3편 게송음미(14) (0) | 2016.08.29 |
제 3편 게송음미(13) (0) | 2016.08.22 |
제 3편 게송음미(12) (0) | 2016.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