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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청화 큰스님 법문집/12. 진리의 길

제2편 마음이 바로 부처요, 부처가 곧 마음인 것을(3)


 

인간 사회의 병폐를 치유할 길은

 

* 우리 인간성과 우주 만유의 본질은 단순한 물질이나 허무한 공(空)이 아니며, 일찍이 수많은 성현들이 소상히 밝히신 바, 일체 공덕을 원만히 갖춘 진여법성 곧 불성[신성 또는 태극으로도 표현함]으로서, 이를 인격적으로 신앙하면 부처님이요 하느님이니, 그러기에 일체 만유는 생명의 광명인 불성으로 이루어진 장엄한 대만다라(大曼茶羅)의 세계적인 것입니다.

 

* 중생들은 무지무명에 가리어 일여 평등(一如平等)한 불성을 외면하고, 다만 전변무상한 현상만을 실상으로 착각하고 이를 집착할 때, 너와 나의 한계가 생기고, 나의 소유라는 집요한 탐착이 싹트는 것이며, 그래서 욕구 불만에서 오는 분노가 치밀게 되는 것이니, 그리하여 온누리는 탐진치(貪瞋痴) 삼독(三毒)의 탁류가 넘실거리는 화택고해(火宅苦海)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 본래 청정한 불성을 오염하고 있는 어리석은 사견(邪見)을 여의고, 탐욕과 분노를 절제하는 도덕적 실천이 없이는, 인간사회의 뿌리 깊은 고질적 병폐를 치유할 길은 없는 것입니다.

유마경 불국품에 “만약 보살이 진정한 이상 국토를 이룩하고자 하면, 마땅히 자기 마음을 정화할지니, 마음이 정화됨에 따라 국토도 정화되느니라[若菩薩願得淨土, 當淨其心, 隨其心淨, 則佛土淨]” 하였습니다.

 

* 우리 인간은 남을 지도하고 사회를 정화하며 인류를 구제한다고 자부하고 훤전(喧傳)하기에 앞서, 자기 스스로를 보다 궁극적이며 보편적인 가치관으로 장엄하고, 인연에 따른 각기 처지에서 최선의 도덕적 생활을 영위한다면, 요란한 사회는 저절로 잔잔한 평화의 복지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진정 우리는 허심탄회하게, 참된 삶의 목적은 대체로 무엇이며, 짓궂은 인생고의 원인은 무엇이고, 그 인생고를 소멸하는 방법 또한 무엇인가를 성실하게 추구할 때, 유구한 인류 역사를 통하여 인생을 가장 바르게 살며, 철두철미하게 이웃만을 위하여 생명의 존엄을 변증(辨證)한 수많은 철인들과 성현들의 가르침을 만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석존의 가르침은 가장 철저하게 인생과 우주의 실상을 확연히 밝혔으며, 이러한 최상의 진리가 일천육백여 년 동안이나 우리 민족 사회에 불멸의 등불이 되어 왔음은,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팔십 퍼센트가 넘는 귀중한 불교 문화재가 이를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 인생의 실상을 바로 볼 때, 우주 만유는 본질적으로 하나의 동일한 생명체인 진여실상(眞如實相)이니, 너와 나의 대립이 사라져 동체대비의 사랑이 절로 우러나지 않을 수 없으며, 일체 물질 현상은 한결같이 허망무상한 몽환포영(夢幻泡影)과 같은 연기의 가상에 지나지 않으니, 분수없이 집착하여 탐란(貪亂)하고 분노할 까닭이 없습니다.

 

* 인류사회를 위협하는 험악한 혼란과 분쟁은, 그 모두가 신뢰하고 의지할 보편적인 가치관의 상실에서 오는 것이니, 인생과 우주만유의 가장 궁극적이고 보편적 생명인 불성을 등불로 삼고, 불성의 원리인 진리를 등불로 삼을 때에만, 비로소 우리들의 보금자리인 조국과 지구촌을 뒤덮은 암울하고 험악한 전운(戰運)이 말끔히 걷히고 평화로운 정토의 청명한 여명이 찬란하게 밝아올 것입니다.

 

* 중도실상의 반야지혜는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최상의 바른 지혜요, 내일의 행복을 기약하는 밝은 지혜며, 영원히 변치 않는 진여연기의 반야바라밀입니다.

 

[불기 2530년 7월 『금륜』 제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