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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청화 큰스님 법문집/12. 진리의 길

제2편 마음이 바로 부처요, 부처가 곧 마음인 것을(2)


 

부처님 오신 날, 저마다 진리로 태어난 날

 

 

 

* 석가모니 부처님이 오셨기에, 인간은 비로소 억겁으로 쌓인 무명과 번뇌를 벗어나서 참다운 인간이 되는 길을 알았으며, 생로병사를 비롯한 모든 인생고를 여의고 진정한 자유와 평화롭고 안온한 영생의 고향을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 부처님의 가르침은 본래 나와 남이 없고, 천지와 더불어 하나의 생명인 부처님이 되는 길이니, 서로 다투고 겨룰 상대가 없고, 탐욕과 분노가 일어날 까닭이 없으니, 이르는 곳마다 훈훈한 봄바람 부는 평화로운 행복의 낙토(樂土) 아닌 데가 없습니다.

 

* 진정으로 온 누리의 스승이시며 고해 중생의 대자대비하신 어버이신 석가모니 부처님은, 이천오백여년 전에 일체 중생을 구제할 큰 서원을 세우고 갖은 난행고행 끝에, 마침내 인도 마가타국 보리수 아래서 위없는 깨달음을 얻어, 바로 천지의 스승이요 진리 자체인 부처님이 되셨습니다.

 

* 부처님이 되셨을 때 첫 말씀이, “참으로 기이하고 기이하도다. 일체 중생과 산하대지가 한결같이 모든 지혜공덕을 원만히 갖춘 부처님 아님이 없도다!”라고 찬탄하셨습니다.

 

*부처님의 말씀대로, 우리 중생이 집착과 편견을 여의고 인생과 우주의 실상을 바로 보는 정견만 얻을 수 있다면, 인생과 우주만유는 그대로 부사의한 일체 공덕을 갖춘 일미평등(一味平等)한 법신 부처님이며, 석가모니 부처님은 이미 깨달은 화신 부처님이요, 우리 중생들은 장차 깨달을 화신 부처님입니다.

 

* 부처님에게는 영원히 변치 않는 불변하는 법신과, 인연 따라 일체 만유로 전변(轉變)하는 화신의 양면을 갖추고 있습니다. 천상과 천하 온 누리는 오직 부처님뿐이며, 그러기에 부처님께서 탄생하실 때 사자후로 외치신 바,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오늘날 부처님이 되는 행복한 생명의 길을 저버리고 물량의 노예가 된 중생들의 가슴은 나날이 멍들어 가고, 가정과 학원과 사회는 서로 불신하고 반목하여, 사나운 아귀다툼과 처참한 아비규환의 참극은 바야흐로 인류파멸의 위기에 절박해 있습니다.

 

* 인간의 가파른 고난과 끝없는 시련은, 흡사 굴러 내린 무거운 돌을 간신히 언덕 위에 올려놓으면 이내 다시 굴러 내리고, 안간힘을 써서 올려놓으면 이내 다시 굴러 내리곤 하는 ‘시지포스의 영원한 형벌’과도 같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등지는 한, 중생계의 처참한 참극은 그 파멸의 날까지 벗어날 기약이 없는 인과의 형벌인 것입니다.

 

* 고질적 병폐는, 전체주의와 같이 인간의 고귀한 자유와 존엄성을 유린하고 온 세계를 살벌한 수라장으로 만드는 사나운 무리들이 구제할 수는 없으며, 그렇다고 이성적인 도덕적 자제도 없이 관능의 자유와 해방을 부르짖는 물질문명의 병자들에게 우리들의 운명을 맡길 수도 없습니다.

 

* 인생과 우주의 실상도 모르고, 다만 외곬으로 자기네 종교만이 절대 유일의 진리이고 다른 가르침은 모조리 사마외도(邪魔外道)라고 훼방하여, 갖은 술수로 온 인류를 옹졸한 자기네 울안으로 몰아세우는 그 사람들 편에 끼어, 가뜩이나 시달린 인생을 더욱 옹색하게 할 수 도 없습니다.

 

* 부처님의 가르침 곧 부처님이 되는 길, 오직 그 한 길만이 인간성의 본질과 우주의 실상을 깨닫는 길이요, 영원히 자유롭고 평화로운 끝없는 지평선으로 통하는 대도이며, 우리 인류가 무궁한 번영을 누리는 탄탄하고 번뇌에 물들지 않는 청정백도(淸淨白道)입니다.

 

* 우리 중생들이 비장한 결단으로 이 대도에 들어설 때, 비로소 나와 나, 우주 만유와 내가 본래 하나의 생명이라는 동체대비의 진정한 사랑이 우러나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장 궁극적이고 보편적인 인생관과 그에 따른 순수한 도덕적 행위에 의해서만, 진정으로 평온한 가정과 예지에 빛나는 학원과 정의롭고 평화로운 복지사회의 이상향을 이룩하게 되는 것입니다.

 

* 아아! 부처님이 오신 날, 만 중생이 저마다 진리로 태어난 지혜의 날, 그리고 이웃을 위하여 생명을 바치고도 호리의 회한이 없는 대자대비로 태어난 사랑과 봉사의 날, 이날은 바로 인간의 진정한 존엄성을 찾은 천부적인 인권의 날이며, 모든 불행의 씨앗인 억겁으로 쌓인 번뇌를 모조리 해탈하는 자유의 날입니다.

그래서 우리 가슴마다에 자비와 지혜로 아롱진 등불을 켜들고, 온 누리의 구석구석을 찬란하게 비추며 환희 용약하는 영원히 행복한 광명의 축제입니다.

 

[불기 2530년 6월『금륜』 제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