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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주당 청화(淸華)큰스님/4. 청화 큰스님의 친필노트

미주불자를 위한 설법 초안 (1)

 

 

 

 

 

 

 

미주불자를 위한

설법 초안

 

 

 

1992. 11. 3

 

 

 

미국 금강선원

 

청화 저

 

 

 

 

 

1. 우리 불자님들, 대단히 고생이 많으셨을 것입니다. 정든 고향땅에서도 살림을 꾸리고 살아나가기가 무척 힘드는 것인데, 멀리 이역만리 생소한 타국에 오셔서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굴욕적인 수모도 많았을 것인데, 언어의 장벽을 비롯한 수많은 역경을 극복하시고 더욱이 선구자적인 우리 스님들과 더불어 부처님 모시는 훌륭한 전당까지 이룩하신데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와 찬탄의 합장을 드립니다.

 

그런데 인간들은 어느 누구나 다 최선의 행복을 추구하여 마지않는 것인데, 여러분들께서 생소한 타국에 와서 애써 고생하시는 것도 보다 나은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불안한 마음이 없어야 할 것인데, 우리 범부 중생들은 항시 불안한 가운데 조바심하고 고민하면서 가지가지

 

2. 의 불행을 겪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을 비롯한 과거 많은 성현들이나 모든 철학의 가르침들이 다 한결같이 우리 인간의 불안의식을 해소하고 인생고를 구제하는데 근본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혼란하고 착잡한 현대 사회에서 바른 가치관을 확립하여 불안한 마음을 없애고 진정한 행복을 누리게 하는 가장 분명하고 투철한 가르침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부처님의 가르침밖에 없다고 단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생활하시는 이 미국은 기독교 나라나 마찬가지입니다만 한국에서 건너오시는 분들이 살아갈 방편 따라 많이들 기독교에 귀의하는 추세인데, 그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여러분들께서 의연하게 불법(佛法)을 지켜 오신데 대하여 참으로 장하시고 대견스런 일이라

 

3. 생각합니다.

저는 미국에는 처음이고 온지도 며칠이 안돼서 미국의 복잡한 사정과 어두운 면을 잘 모릅니다. 다만 매스컴을 통하여 그런대로 짐작할 정도이고 아직은 긍정적인 좋은 면만을 볼 수 있었습니다.

 

광막한 사막을 개척하여 거대한 도시를 건설한 나성지방, 뉴욕의 어마어마하고 정교하게 건립된 고층빌딩의 숲들을 대할 때 압도당할 정도로 위압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장엄하고 신비로운 나이아가라 폭포, 광활하고 풍요한 미국의 대지(大地)에서 과연, 미국의 에너지가 이렇듯 웅대하였기에 세계 최강국이 될 수 있었구나 하고 새삼 감탄을 하였습니다.

 

사실 외형적인 면만으로 봐서는 부존자원이 너무나 빈약하고 아직도 남북분단의 비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4. 있는 우리로서는 도저히 따라 갈 수가 없을 것입니다. 몸 생김새도 우리보다 훨씬 훤칠하게 잘 나 보이고 생활 정도도 몇 갑절 월등하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약 불교를 믿지 않았더라면 좌절감 때문에 미국에서 단 며칠간도 견디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천만 다행히도 천상천하에 위없는 삼보(三寶)인 불교를 믿었기에 조금도 열등감이 없이 한국인의 긍지와 사명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물질문명이라 하는 것이 제 아무리 고도로 발달한다 할지라도 도덕과 종교, 철학 등 정신적인 면을 소홀히 하고 다만 현상적인 문제, 곧 세속적이고 물량적인 현실문제에만 치우칠 때는 그 물질문명 자체의 가는 길이 절대로 순탄할 수가 없을 뿐 아니라 필경에는 퇴폐 타락하여 멸망을 초래할 수

 

5. 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을 두고 재물과 영토의 쟁탈을 위하여 반목과 분열과 전쟁과 멸망으로 얼룩진 처참한 인류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 아닙니까. 옛날 영화를 자랑하던 이집트 문명도, 그리스나 로마 문명도 오래가지 못했고, 일차대전, 이차대전도 20세기에 와서 피비린 냉전도 다 같이 상처만 입고 허무하게 끝나지 않았습니까.

 

역사 이래 우리 인간은 인생의 가치와 자기 삶에 대한 향방을 모르기 때문에 원시공산시대도 거치고 중세 암흑시대도 경험하고 자본주의시대, 공산주의시대 등 수많은 경험과 시련을 겪어 왔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다 실패로 끝나지 않았습니까. 특히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시정하고 척결하는 명분으로 혁명을 일으킨 것인데 그 종주국인 소련에서 74년간이나 통제하고 탄압하고 하여 별 짓을 다 했지만 결국 지탱하지 못하고 추악하

 

6. 게 붕괴된 것을 보십시오.

그렇다면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대신하는 가장 현명한 최선의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적어도 온전한 대안(代案)이 될 수는 없습니다.

 

자본주의가 자유 민주와 시장경제 등 좋은 점도 많으나 결국 자본증식과 물량위주로 치닫게 되어 필경 심각한 계급분열과 부정부패한 사회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인생이란 한 세상 살다 가는 무상한 나그네길인데 "우리는 대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그리고 우리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현재 우리 인간은 물질과 형식의 노예가 되어 그물에 걸린 고기나 새장에 갇힌 새와도 같이 지향할 바른 길을 모르고 스스로 자기가 만든 무지의 질곡에 묶이어 괴로워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