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염불수행자료/남호 송성수님의 100일 염불수행

75일 지장보살 염불(3)

 

 

당나라 진도독(陳都督)에게는 귀한 딸이 있었다. 그런데 그가 어머니를 잃고 나서는 밤낮으로 식음을 전폐하고 울기만 하였다. 어머니를 보고 싶은 생각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그대로 놓아두었다간 조만간 죽을 것만 같았다. 그의 아버지는 딸을 붙들고 백가지로 위로하였다.

 

“나도 너의 아버지가 아니냐? 어머니가 비록 죽었기로서니 내가 살아있는데, 네가 어찌 그럴 수 있느냐? 나를 생각해서라도 그만 슬픔을 거두고 마음을 잡아보아라.”

그렇게 달래 보았지만 역시 효력이 없었다. 음식이 넘어가지 않는 데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진도독은 이러다가 딸자식마저 잃게 되겠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터질 지경이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딸을 붙들고 또 달래며 말했다.

“내가 죽은 어머니를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다고 음식을 먹지 않으면 죽게 될 것이니, 너의 어머니를 생각하는 도리가 아니지 않느냐? 네가 참된 효자라면 너의 어머니를 위하여 부처님께 정성을 드리는 것이 좋겠다. 이제 집에 지장보살님의 성상을 모실 터이니, 네가 어머니를 위하여 기도를 드리도록 해라.”

 

곧 뛰어난 화공을 청하여 돈 5백 냥을 들여서 지장보살 성상을 조성하였다. 높이는 3척(尺)이 되었다. 성상이 완성되자 그의 딸이 아버지 앞에 나와 청하였다.

“아버지, 이번에 모신 지장보살님은 어머님께서 계셨던 자리에 모시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어머님 생각이 날 적마다. 지장보살님을 우러러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지장보살님 염불도 하고자 합니다.”

 

진도독은 딸의 마음을 돌린 것이 여간 기쁘지 않았다. 그래서 딸의 말대로 침실을 비워 거기에 존상을 모시게 해주었다. 그 다음부터 지장보살님에 대한 딸의 정성은 대단하였다. 밤낮으로 예배공양하며 염불을 끊이지 않고 어머니의 명복을 비는 기도를 쉬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딸의 마음도 어느덧 안정되고 텅 비어 쓸쓸한 바람만이 있은 듯했던 집안에도 훈기가 도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밤 진도독의 효녀는 꿈을 꾸었다. 한 스님이 꿈속에서 나타나 말씀하셨다.

 

“갸륵하다, 효녀야! 너의 어머니는 초열(焦熱)지옥에 있느니라. 나도 옛날 너와 같이 딸이 되었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나의 아버지는 이름이 시라선견(尸羅善見)이었고, 어머니의 이름은 열제리(悅帝利)였다. 나의 어머니가 돌아가시어 태어난 곳을 몰라 애태우다가 마침내 부처님의 자비하신 인도로 어머니가 지옥에 빠져 한없는 고통을 받고 계시는 것을 알고는 그때에 다시 부처님께 발원하고 기도하여 어머니로 하여금 극락세계에 나게 하였다. 그때부터 내가 보리심을 발하여 일체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기로 맹세하였다. 이제 너의 효심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나는구나. 너의 효성이 참으로 장하다. 내가 마땅히 초열지옥에 들어가 빛을 놓고 설법하여 너의 어머니를 죄고에서 건져내어 극락세계에 가 나게 하여 주겠느니라”

 

이 말씀을 마치고, 스님은 갑자기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스님이 다시 나타나서 밝으신 얼굴에 자비하신 웃음을 머금고 진도독의 딸에게 가까이 오셨다. 도독의 딸이 언뜻 보니 스님의 옷자락이 불에 타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이유를 물었더니 스님은 말씀하셨다.

“내가 초열지옥에 들어갔을 때 불꽃에 탄 것이니라.”

그리고 스님의 모습이 다시 사라졌다.

 

진도독의 딸은 꿈에서 깨어나서 어머니가 극락에 왕생한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애달픔 마음, 그리운 마음, 안타까운 마음, 괴로운 마음, 가슴 터질 듯이 슬픈 마음, 그 모두가 단번에 싹 사라지고 가슴속이 훤히 열리는 것 같았다. 그의 가슴에는 기쁜 마음이 잠잠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지장보살영험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