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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수행자료/남호 송성수님의 100일 염불수행

74일 지장보살 염불(2)

 

 

당나라 화주 혜일사(慧日寺) 법상(法尙)스님은 사냥꾼으로 있다가 37세에 출가한 분이다. 하루는 여느 때와 같이 사냥 길에 나서서 산을 누비고 다니는데 숲 속에서 간간이 어떤 광명 같은 것이 쏟아져 나왔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곳으로 가 보니 아무 것도 없고 오직 썩은 나무토막 하나밖에 보이지 않았다. 길이는 겨우 한 자 남짓한데 어쩐지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나무토막을 집으로 가져왔다. 그 뒤에도 사냥하러 갔다가 또 그 썩은 나무가 있던 곳에서 이상한 광명이 나타나는 것을 느끼고 그곳에 가보니 역시 아무 것도 없고, 다만 먼저 주워 갔던 나무 속심이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그는 그것을 주워 나뭇가지 위에 얹어 놓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집으로 돌아오다가 도중에 호랑이를 만났다.

 

법상은 말을 타고 있었지만 호랑이의 속력을 이겨낼 수 없었다. 비록 활도 가지고 있었지만 활시위가 늘어져 있어 대항 할 수가 없었는데, 호랑이는 어느 덧 법상의 앞에 성큼 버티고 서 있었다. 순간 법상은 겁을 먹고 당황하여 그만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는 정신이 아찔하여 의식을 잃고 말았다.

 

그 사이 그의 꿈같은 의식 속에서 홀연히 한 스님이 나타나 자기를 가리고 호랑이와 맞서 싸우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호랑이에게 호령을 하자 호랑이는 어디로 사라져 버렸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법상은 꿈속에서도 큰 숨을 내려 쉬고 그 스님을 쳐다보았다. 얼굴은 추하고 말할 수 없이 초췌하였다. 법상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를 이렇게 구해주시니 참으로 고맙습니다.”

“나는 지장보살이다. 네가 주워 둔 썩은 나무가 곧 나의 몸이다. 옛날에 너의 증조부가 이곳에 절을 짓고 불상을 조성하여 모셨는데, 세월이 흘러 절은 퇴락하여 다 없어지고 당시의 내 모양도 썩어서 오직 속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네가 그 후손으로 나의 빛을 보게 되었으므로 그 인연으로 내가 너를 구해 준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법상은 정신이 돌아왔다. 그 곁에는 그가 탔던 말이 울고 서 있고 호랑이는 온데간데없었다. 그리고 다시 살펴보니, 그곳은 바로 썩은 나무를 주웠던 그 자리였다. 호랑이에 쫓겨 피하면서 돌아다니는 동안에 자기도 모르게 그 썩은 나무 곁에 와 있었던 것이다.

 

꿈에서 깨어난 법상에게는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사냥을 업으로 삼았던 과거를 뉘우쳤으며, 절을 짓고 부처님을 모셨던 증조부님의 후손이라는 것도 생각하였다. 그리고 오늘 호랑이의 재난에서 살아날 수 있었던 기특한 인연을 깊이 생각하였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법상은 큰 결단을 내렸다. 빛을 발하던 그곳에 절을 짓고 거기서 주운 썩은 나무에 향으로 이긴 진흙을 발라 지장보살 존상(尊像)을 조성하여 모셨다. 그리고 절 이름을 혜일정사(慧日精舍)라 부르고 증조부의 정신을 이어받아 부처님 법을 닦게 되었다. 물론 법상은 출가하여 여법한 수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법상의 수행은 한결같았다. 78세가 되는 2월24일에 입적하였는데, 그때 곁에 있던 도반들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좀 전에 지장보살께서 나에게 하시는 말씀이 ‘너는 미륵부처님의 3회 설법 중 제2회에서 도를 깨칠 사람이다. 이제 네가 죽게 되면 곧 도리천(忉利天)에 가 나게 될 것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내가 말하기를 ‘천상에 나면 오욕락의 즐거움이 비할 데 없다하오니, 천상에서 쾌락을 받다가는 보리도를 잊기 쉽다고 하옵니다. 그렇게 되면 부처님 뵈올 날이 멀지 않겠습니까?’ 라고 하였더니 지장보살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렇다면 너의 소원대로 하려무나. 네가 만약 극락정토에 가서 나고자 하면 마땅히 아미타불을 하룻밤만 전심전력으로 부르며 생각하여라. 그러면 극락세계에 날 수 있으리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씀을 듣고 곧 아미타불을 전심전력으로 생각하며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를 원하였더니, 이제 원을 이루어 서방정토 극락세계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런 다음 합장하고 앉아서 가벼운 미소를 머금은 채 조용히 왕생하였다.

 

-《지장보살 영험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