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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제주불교 미타행자의 편지

72. 행복

 

 

 

행복은 소유의 만족에 오는 것일까요?

행복을 소유의 만족에 둔다면 소유의 만족은 이웃을 불편하게 하고 본인 자신 역시 끝이 없는 고통의 길입니다. 자본주의의 끝없는 소유경쟁은 인간성 상실뿐입니다. 그러나 행복을 마음의 풍요에 둔다면 이웃과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마음 한 생각 돌이킨다면 고해(苦海)의 사바세계를 더불어 넉넉히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그 시절에는 다들 가난했지만 우리 집은 더욱 특별한 집이였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 없이 비 맞아가면서 학교 갔고, 학교에서 올 적에도 비가 오면 비 맞아가면서 집에 왔습니다. 우산 쓰고 학교 가는 애들이 부러웠고 부모가 비 온다고 우산가지고 학교 찾아오는 애들이 한 없이 부러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시절의 생각으로 비오는 날 우산 쓰고 포행하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후에는 친척집에서 더부살이하면서 흔히 말하는 눈칫밥을 먹고 살았습니다. 3년을 그렇게 살다가 서울에 무작정 상경 길거리에서 잠자면서 연탄불에 라면 끊여 먹고 지내는데 그렇게 속이 편할 수가 없었습니다. 김치도 없이 손수 끊여먹는 라면이 더부살이하며 허연 이밥 얻어먹는 것 보다 행복 한 것입니다. 손수 끊여먹는 일식 일 찬 냄비 밥에 행복감으로 연탄불로 석유곤로로 가스불로 20년을 손수 해결하다 출가 한 것입니다.


군대 시절 일 년 네네 비상과 훈련으로 산야에서 뒹굴며 살았습니다. 훈련 출동하는 날 새벽에 중대장보살님이 가마솥에 물 끊여 보온 통에 커피 담아가지고 와서 훈련 잘 다녀오라고 60여명의 중대원을 한 잔씩 따라주는데 보통 정성은 아닙니다. 지금은 일회용 커피가 흔하지만 그 시절에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커피정도라 커피 한 잔이 참 귀한 시절 이였습니다. 쌀쌀한 새벽에 완전군장하고 따뜻한 커피 한 잔 얻어먹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몇 십 만원하는 차(茶) 보다도 따뜻한 잔치커피 한잔에 행복을 느낍니다.


예수유마거사가 언제인가 하는 말이 하나님이 주신 은총 중에서 가장 큰 은총은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돌아보면 불보살님의 가장 큰 가피를 받았다 생각합니다. 처절한 무소유를 어린 시절에 체험하고 나니 비오는 날에 우산, 라면 하나, 잔치커피 한잔에 무한한 행복감을 느끼고, 비오는 날에 우산이 있고 라면이 있고 잔치커피가 다 갖추어져 있는데 더 바랄 것이 있겠습니까?


삶에서 불행하다 하는 것은 너무 소유한 것이 많고 더욱 많이 소유하려는 마음에서 오는 것입니다. 우리가 수행한다고 하는 것이 마음에 탐(貪),진(嗔),치(痴)를 뽑아내자는 것이고 탐, 진, 치가 소멸되면 소멸된 만큼 소유한 것이 없어도 행복해지고 자유스러워지는 것입니다. 행복이라는 것은 소유욕으로부터 자유를 말하는 것이고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불성(佛性) 즉 이 마음의 보석을 닦는다면 적은 소유에서도 만족하고 행복 할 것입니다.


이 고해의 사바세계를 떠날 적에는 누구나 다 놓고 떠나는 것이고 사바세계의 화려한 감투나 재물, 허세는 견성성불(見性成佛)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입니다. 이 사바세계에서 정갈하게 마음 닦아 다음 세상 올 적에는 불보살의 원력으로 돌아오는 일 가장 소중한 일 아닐까요.


* 무주선원 감귤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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