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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수행자료/남호 송성수님의 100일 염불수행

11일 정토 염불의 필수요건

 


염불 법문에서는 믿음(信)과 발원(願)과 수행(行)의 세 가지 법이 가장 요긴한 법문의 요지이다. 서방 정토에 왕생하고 싶으면 가장 먼저 이 세 가지가 원만히 갖추어지면 틀림없이 왕생하게 된다. 만일 견고한 믿음과 간절한 바람이 없으면 아무리 진실한 수행이 있을 지라도 왕생할 수 없고, 반대로 믿음과 발원만 있으면서 수행이 없으면 역시 왕생할 수 없다. 믿음이 아니면 발원을 이끌어 낼 수 없고 발원이 아니면 염불 수행으로 인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믿음, 발원과 수행은 염불 법문의 필수 요건이다.


믿음이란 먼저 ‘사바세계는 참으로 고통스럽고 서방극락세계는 지극히 안락한 국토’임을 굳게 믿는 것이요, 또 ‘오랜 전생부터 지어 온 업장이 몹시 두터워서 부처님의 힘에 의지하지 않으면 거기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믿어야 하며, 그리고 ‘극락왕생을 원하기만 하면 금생에 확실히 왕생할 수 있고 염불하기만 하면 부처님의 자비로운 영접을 받을 수 있음’도 믿어야 한다. 또 ‘일단 정토에 왕생하기만 하면 생사를 해탈하게 된다.’는 것을 굳게 믿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예로부터 정토에 선근(善根)을 깊이 심어온 인연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의심 없이 확실히 믿기가 정말 어려운 것이나 정토법문은 부처님의 서원의 힘에 의지하여 왕생하기 때문에 터럭만큼이라도 의심을 품으면 그로 인한 장애로 수행할 수 없을 뿐더러 중생과 부처님의 사이에 감응의 길도 트이지 않을 것이다.


《염불경(念佛經)》의 제 2단원인 권신처(權信處)에서 대행(大行)의 글을 인용하여 염불하는 사람이 굳게 믿어야 할 내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1. 모든 죄가 소멸된다.

2. 부처님의 과보를 증득한다.

3. 모든 부처님들이 보호한다.

4. 불보살이 오셔서 맞이한다.

5. 왕생하게 된다.

6. 32상(相)을 얻게 된다.

7. 불퇴전의 지위에 머무르게 된다.

8. 자재한 쾌락 장엄을 얻게 된다.

9. 죽지 않는 지위를 얻게 된다.

10. 모든 보살과 함께 반려자가 된다.

11. 다시는 부처님과 헤어지지 않는다.

12. 연꽃 위에 가 난다.

13. 아미타불이 현재 설법하신다.

14. 왕생하면 다시는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는다.


이에 대해 추호의 의심도 품지 말고 확고부동하게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믿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신심을 비유하면, 마치 깊게 심은 과일나무와 같다. 나무의 뿌리가 깊기 때문에 바람이 불어도 움직이지 않고 뒤에 과일이 열리어 사람들의 기갈을 풀어준다. 염불하는 사람도 이와 같아서 깊은 믿음에 의해서만이 서방에 도달할 수 있고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어 널리 중생들의 고통을 구제한다. 만일 믿음이 없어 헛되면 얻는 바가 없다.”


그리고 《종경록(宗鏡錄)》에서는 “믿지 않는 사람은 천 명의 부처님도 구제할 수 없다.”고 하였다.

믿음을 굳건히 한 다음에는 간절한 원을 세우는 것이다. 그 원의 간절함은 마치 깊은 구덩이에 빠진 자가 어서 빨리 나오려고 몸부림치는 것과 같고, 또 감옥에 갇힌 죄수가 한시 바삐 풀려나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것과 같이 해야 할 것이다. 간절한 발원으로 일단 왕생하기만 하면 다시는 물러나는 일이 없고, 이 한 생에 생사윤회를 끝마치며 마침내는 성불하는 것이다.


〈신승전(神僧傳)〉에는 이런 전기가 실려 있다. 한 스님이 돌부처님(石佛)앞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농담 삼아 이런 발원을 했다. “만일 이번 생에 생사윤회를 끝마치지 못하면 원컨대 다음 생에는 위세와 무술이 뛰어난 대신이 되게 해 주소서” 과연 그는 나중에 큰 나라의 대장군이 되었다. 이는 농담 삼아 한 발원인데도 결국에는 그대로 이루어졌는데 하물며 지극 정성으로 발원하는 서원은 오죽하겠는가? 또 <보현행원품>에 “임종 시에 온갖 것은 다 따라오지 못하지만 이 원력만은 떠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깊은 믿음과 간절한 발원이 갖추어지면 지극한 정성으로 염불하는 것이다. 염불할 때에는 때때로 늘 ‘금방 지옥에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또 ‘발등에 불이 떨어져 있다.’는 마음을 내면 간절하지 못한 염불도 저절로 간절해지고 감응도 빠르게 통할 것이다. 괴롭고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염불하는 것이 인연에 따라 업장을 해소하고 생사고해를 벗어나는 제일의 미묘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영가(瑩珂)라는 사람은 술과 고기를 가리지 않고 먹으면서 방탕한 생활을 일삼다가 어쩌다 《극락왕생전》을 보게 되어 한 분의 전기를 읽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더니만 그 영험담 굳게 믿고 자기도 왕생을 간절히 발원하면서 마침내 단식하며 염불을 하기 시작했다. 염불을 시작한 지 7일째 되는 날 부처님께서 몸소 오시어 이렇게 위로해 주시는 감응을 얻었다.

“그대는 인간 수명이 아직 10년이나 남았으니 그 동안 염불을 열심히 잘해야 한다. 내가 10년 뒤에 다시 와서 그대를 맞으리라.” 그러자 영가는 이렇게 아뢰었다. “사바세계는 혼탁하고 사악하여 올바른 생각을 잊기 쉽나이다. 원컨대 일찌감치 정토에 왕생하여 뭇 성인들을 받들어 모시게 하옵소서.”

“그대의 뜻이 정 그러하다면 내가 사흘 후에 와서 맞이해 가겠느니라.”

그러더니 과연 그는 사흘 뒤에 왕생하였다.

                                        -《철오선사어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