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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어디로 향할 것인가

【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어디로 향할 것인가

 

 

 이제는 한해의 마지막 달 12월입니다. 산사의 바람은 써늘하기까지 하고 낙엽은 이리저리 뒹굴더니 어젯밤에는 하얀 서리가 내렸습니다.

청화 큰스님의 열반 3주 추모법회를 올리고 나니 회한으로 가슴이 저밉니다. 큰스님 생전이 떠올려지면서 큰스님께서 바라보실 저의 모습이 돌이켜 보입니다. 너는 어떻게 살아왔으며 앞으로 어디로 향할 것인가? 불가에서는 회향廻向이란 말씀이 아주 중요한 과제입니다. 지금까지 애쓰고 노력한 것을 돌이켜 나아갈 바를 정하고 그에 따라 다시 발원을 올리는 것이 회향 발원문입니다.

회향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중생회향으로 지금까지 닦은 선근공덕을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중생들에게 회향하여 공덕이익을 주려는 것이요, 둘째는 보리회향으로 자기가 지은 온갖 선근공덕을 회향하여 깨달음의 과덕을 얻으려고 함이요, 셋째는 실제회향으로 자기가 지은 선근공덕으로 무위 적정한 열반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스님들께 올리는 추모재 발원염불문으로 “부처님과 조사님들의 심인을 친히 전수받고 (친전불조지심인) 길이 이 세상의 모든 진리를 깨치셨사오니 (영작 인천지 안목) 극락에 계시더라도 본래의 서원을 잊지 마시옵고 속히 이 세상에 다시 오시어 (불망본서 속환사바) 진리를 다시 밝히시고 중생에게 널리 이롭게 하시옵소서 (재명대사 보리군생)”합니다.

그런데 큰스님께서는 이 세상을 떠나시면서 이렇게 남기셨습니다. “이 세상과 저 세상에 (차세타세간) 가건 오건 괜찮으나 (거래불상관) 입은 은혜 크나큰데 (몽은대천계) 보은 적어 한이로다 (보은한세간)” 이에 세속과 열반이 둘이 아니니 가건 오건 상관없으나 중생회향에 대한 일념만으로 가득하신 말씀이셨습니다.

마치 우리들의 어머님과 같으십니다. 모든 것을 다 바쳐 희생하시면서 오직 자식들이 잘되기만을 바라시다 세상을 하직하면서도 끝내 마음 놓지 못하시는 어머님!

며칠 전에는 한 불자님의 사연을 접했습니다. 구순이 넘으신 어머님께서 타계하셨는데 멀리 미국 땅에 와서 살다보니 보은을 다하지 못함이 애닳다는 나이 많은 따님의 애절한 내용이었습니다.

한해가 저물어가고 새해를 맞이할 즈음, 지금까지 나의 삶을 돌이켜 어디로 향하게 한 것인가? 항시 지녔던 화두였지만 다시금 되새겨지는 화두입니다.

보살의 경지에 오른 분들도 다시 또 차서가 있습니다. 지금껏 닦아온 공덕을 지혜의 증장을 위하는 지증보살을 지나, 잠시 지혜의 완성을 미루고 자비의 마음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렴이 앞서는 비증보살이 있습니다. 마치 힘겹고 불편한 사람들을 먼저 차에 태우고 나는 마지막에 타겠다는 마음, 지옥의 고통 받는 중생들을 먼저 건지고 지옥이 다한 다음에 안락에 들겠다는 지장보살님, 그래서 지혜와 자비를 원만히 갖추어 나가는 것입니다. 지혜의 완성, 자기의 완성, 자비의 머뭄, 모두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둘이 아닌 이치, 불이의 법문不二法門을 떠올리면서 한곳에 머물지 않으시던 무주산인無住山人 큰스님을 뒤따라 걸망을 챙기려 합니다.

이제 금강선원의 불사도 1차는 마무리 단계입니다. 금년이 다하기 전에 끝났으면 하면서, 모든 노력을 다음세대, 다음 분들이 더욱 잘 발전시킬 몫으로 남기고 훌훌 회향하여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출처 : LA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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