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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산불이 지나간 자리

【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산불이 지나간 자리

 

 

 이번에 팜스프링 근처에서 일어난 산불로 인해 엄청난 재난을 가져왔습니다. 우리 금강선원도 그 산불 속에 들어 있었습니다. 약 20에이커의 과수원과 산이 다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천만 다행으로 일곱 채나 되는 건물은 모두 안전 하였습니다. 이웃의 주민들이 찾아와서 금강선원은 럭키라고 부러워하며 함께 기뻐해주었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 하루는 아흔이 넘으신 할머니 보살님이 쌀을 한가마니 가져와서 공양 올리고 부처님께 감사하다고 수없이 절을 하였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걷기도 힘드신 분이 감사의 절을 올리시는가 여쭈었더니 부처님이 보살펴주셔서 우리 손주가 살았다고 합니다. 중학교 다니는 손자가 오토바이를 타고가다 교통사고가 났는데 오토바이는 박살났지만 우리손자는 세 바늘 꿰메는 상처밖에 입지 않고 무사하다고 합니다. 옆에 있던 어떤 젊은이가 교통사고조차 나질 않아야 고맙지 무엇이 감사하냐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어려운 난관, 재앙을 만났을 때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해석하는가 각기 견해의 차이가 많습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관점과 시각의 차이, 사고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어떠한 견해가 우리를 슬기롭게 보람된 앞길로 나아가게 할 것인가? 부처님은 이 세상과 인생을 잘못 보는 것을 삿된 견해라 하시고 사견을 버리고 정견을 가지도록 파사현정을 강조 하십니다.

우리 한국 불자들에게 익숙한 “보왕삼매론”이 있습니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마라… 공부하는데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마라…. 수행하는데 마가 없기를 바라지 마라….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친구를 사귀되 이롭기를 바라지 마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마라… 공덕을 베풀되 과보를 바라지 마라…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마라…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 하지 마라… 막히는 데서 도리어 통하는 것이요 통함을 구하는 것이 도리어 막히는 것이니 이래서 부처님께서는 저 장애 가운데서 진리의 도를 얻으셨느니라…”

수행의 길만이 아니라 세상살이의 이치를 생각해 봅니다. 흔히 “전화위복”이니 “새옹지마”니 “호사다마”니 “도고마성”이니 격언의 말씀들이 회자합니다. 역경과 난관 속에서 체념과 달관을 배우고 인내와 용기를 얻게 됩니다.

“요즘 세상에 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만일 먼저 역경에서 견디어보지 못하면 장애에 부딪칠 때 능히 이겨내지 못해서 법왕의 큰 보배를 잃어버리게 되나니 어찌 슬프지 아니하랴.”

오늘 교통통제 속에서 열린 법회에서 보시한 모든 돈을 우리보다 피해가 더 심한 이웃에 도와주자고 모두 기꺼이 하였습니다. 나도 힘들고 어렵지만 더 힘들고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꿋꿋이 살아나가며 스스로 행복을 찾는 가르침의 일이었습니다.

불교에서는 번뇌를 끊는 문제를 가장 큰 과제로 삼습니다. 그래서 백팔번뇌가운데 꼭 끊어야할 잘못된 견해가 있습니다. ‘나’다 ‘내 것이다’고 고집하는 관념, 항상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다, 아니다 멸망되어 버리는 것이다는 고집, 인과를 믿지 않고 무시해버리는 사견, 나쁜 견해를 좋은 견해로 알고서 고집하는 것, 잘못된 가르침을 믿고 지켜나가는 것 등이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이 꼭 옳다고만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착시 착각 오류를 범하기 십상인 것이 우리 인생 같습니다. 안목과 시야를 넓히려고 애써봅니다. 나만이 아니고, 내 것만이 아니고, 이웃과 주위도 살펴보며 넉넉한 마음으로 가야겠습니다.

 

 

출처 : LA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