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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오늘을 살자

【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오늘을 살자

 

 

 요즈음 북한의 핵문제로 연일 뉴스를 장식합니다. 핵실험을 정말 했느냐 하더니, 또 두 번째 핵실험도 했다느니 해서 세계강국들은 어떻게 대응하느냐, 제재조치를 강구하느라 부산하고 일본은 물론 미국에서 불안해하며 설왕설래 시끄럽습니다. 정말 견해도 많고 주장도 많은 야단법석입니다.

이런 와중에 떠올려지는 말이 있습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오늘 사과나무 한그루를 심겠다.”

『금강경』에서 “과거심도 불가득이요 미래심도 불가득이라”하십니다. 과거는 이미 흘러가서 없고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아서 없는데 흘러간 세월의 생각 때문에 마음 쓰고 돌아올 앞날 때문에 번민하면서 현재 순간을 놓치고 마는 것이 인간계의 십중팔구입니다.

그래서 참된 수행에서는 “현재 순간찰나를 놓치지 말라”합니다. 이 말씀은 더 깊이 음미하면 참으로 어렵습니다. 순간순간 찰나찰나에 생멸하는 우리의 생각, 현재인가 하면 찰나에 과거가 됩니다. 어떻게 순간 찰나를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무리 촉각을 곤두세워도 흘러가는 시간을 붙들 수는 없습니다.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과 공간은 잠시도 머무르는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무상無常을 깨닫게 하는 가르침입니다. 세상무상, 인생무상, 제행무상입니다. 이 세상의 존재는 어느 하나도 항상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마음은 모든 것이 항상 그대로 이길 바랍니다. 젊음이 그대로 이길 바라고 내가 갖고 있는 것이 그대로 이길 바라고 모든 것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길 희망합니다. 그로 인해서 괴로움이 뒤따릅니다.

괴로움을 벗어날 길은 하나 뿐입니다. 모든 것은 변한다 항상 그대로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기에 고정불변이 없는 “제법공이다.” 이렇게 깨닫는 길밖엔 없습니다. 무상이고 무아이며 공한 것을 깨달아 필경 고를 여의는 것 이것을 정견-바른 견해라 합니다.

흘러간 과거 때문에 추억이나 회한에 젖어 연연해 하지 말고 돌아올 미래 생각으로 꿈에 부풀거나 불안해 하지 말고 의연하게 변화를 맞으며 그때그때 처한 곳에 알맞게 자신을 잃지 말라. 중국의 임제선사는 “수처작주隨處作主”라 하시고 달마대사께서는 “보원행報寃行 수연행隨緣行 무소구행無所求行 칭법행稱法行”이라고 자세히 말씀하십니다. 괴로운 과거에 대해 원망하지 않고 인연 따라 행하며 바램이 없이 진리에 맞게 수행하라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선 팔풍八風인 이利, 쇠衰, 훼毁, 예譽, 칭稱, 기譏, 고苦, 락樂에 휘둘리기 쉽습니다. 우리가 이로움이나 쇠해짐이나 훼손이나 명예나 칭찬이나 비방, 괴로움이나 안락에 따라 마음은 흔들립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오고 가고 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느끼고 팔풍에 동하지 않으며 본질적인 우주의 진리, 세상만물의 이치에 맞게 살아가라는 것이 수행의 요체입니다.

지금은 모든 것을 거두어들이고 마무리하는 계절. 내 마음 가운데 모든 상념들을 거두어 정리하고 마무리하여 의연하게, 여여하게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것, 저희 금강선원의 1차 불사를 마무리하면서 아직도 부족한 어려움이 많지만 의연하게 최선을 다할 뿐이다고 다짐합니다.

“오늘 최선을 다하고 돌아올 결과는 인연에 맡기자.”

보슬보슬 이슬비가 내리는데 가을걷이도 해야겠고 우기를 맞을 준비도 해야겠습니다.

 

 

출처 : LA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