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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난행難行을 능행能行〕

【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난행難行을 능행能行〕

 

 

부처님의 여러 모습 가운데 ‘난행難行 능행자能行者’라 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하기 어려운 일을 능히 해내신 분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하기 쉬운 일이 있고 하기 어려운 일이 있습니다. 일상 평안할 때는 남을 도우기도 쉽고 남에게 너그럽기도 쉽고 잘해주기도 쉽습니다. 그러나 내가 곤경과 역경에 처하고 내가 힘들며 어려울 때 남에게 베풀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나 공자 맹자께서나 모든 성인들이 그러하셨지만 석가모니 부처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셔서 부처님이 되신 것입니다. 한나라의 태자 지위도 버리시고 수행을 하고 수없는 장애가 있었으나 능히 이겨내시어 부처를 이룬 것입니다. 별의별 유혹과 방해와 모함, 배반, 위해 속에서도 꿋꿋이 본원의 길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젊었을 때 있었던 절에 한 노스님이 계셨습니다. 신도들이 오면 뒷방에 계신 노스님을 꼭 찾아뵙곤 하였는데 무슨 일인가 하였더니 노스님께 수행법을 묻는 것도 아니고 이것저것 살아가는데 궁금한 무속적인 일들이었습니다. 혼인의 길일을 택해달라거나 어떻게 해야 돈을 버느냐든가, 아들을 시험에 붙게 하는 방법이 무엇이냐, 사주팔자가 어떠냐는 등 어려움에 처한 인생살이에 궁금한 것들입니다.

그러면 노스님은 “어려울 때는 시주를 하고 기도를 하면 된다.”고 말해줍니다. 그래서 기도를 붙이고 절에서는 기도를 해줍니다. 그러나 곧바로 풀리지가 않고 자꾸만 더 어려워지면 이 절 부처님이 영험이 없다, 스님들이 기도를 제대로 못한다는 등 비난이 쏟아집니다.

젊은 스님들이 노스님께 항의하였습니다. 잘될 사람에게 시주하고 기도하라면 기도덕분이라 할 텐데 안될 사람에게 시키면 기도영험이 없다고 비난만 받습니다.“이놈들아 모르는 소리하지마라. 사람도 내리막길에는 자기도 모르게 자꾸 잃어 버린다. 이왕에 잃어 버릴걸 선심이나 쓰면 나중에 다시 일어설 발판이나 되는 것이다.”

제가 설법 중에 빚을 갚는 방법을 이야기한 일이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남의 빚을 지고 본의 아니게 갚지 못했을 때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어떤 사람은 내가 먼저 살아야 빚을 갚을 것 아닌가? 하고 뒤로 미루는 사람이 있고, 내가 힘들지만 조금씩이라도 갚아나가자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 먼저 잘되어서 갚겠다는 사람에게는 이자에 이자까지 붙어 눈 덩어리처럼 빚이 늘어납니다. 하지만 쪼들리면서도 조금씩이라도 갚겠다고 하는 사람에게는 당신도 살아야할 것 아니냐고 원금도 탕감해줍니다. 힘들 때에 갚아나가십시오”하였습니다.

옛 선지식께서 “보왕삼매론”을 지으셨습니다. 요약하면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고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기를 바라지 말고 공부하는데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말고 일이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고 나에게 이롭기만 바라지 말고 공덕을 베풀며 과보를 바라지 말고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고 억울함에 밝히려 말라”는 말씀입니다. 결론적으로 “막히는데서 도리어 통하는 것이요 통함을 구하는 것이 도리어 막히는 것이니, 이래서 부처님께서는 저 장애 가운데 보리도(진리의 길)를 얻으셨느니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느니라”

“수행하는데 마가 없기를 바라지 마라 모든 마군으로써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주옥같은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출처 : LA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