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타행자의 편지/광전스님의 염불선 이야기

염불선이야기26-수증론③ 선오후수(先悟後修)

염불선이야기26-수증론③ 선오후수(先悟後修)


오래된 유행가 가사에서처럼 우리는 우리의 삶을 종종 ‘길 떠난 나그네’에 비유하곤 한다. 그 이유는 나그네가 떠나는 길 만큼 우리의 인생에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고, 또 변화무쌍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낯선 곳을 여행할 때에 보통은 그곳에 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자문(諮問)을 구하거나 여행가이드북에 수록된 정보를 참고하기도 하고, 또 요즈음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어떤 교통수단으로 목적지에 갈지, 또 어디에서 머물지, 어느 식당에서 무엇을 먹을 것인지 등등, 여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는다. 이렇게 낯선 곳으로 떠가기 전에 갖가지 정보를 미리 얻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당연히 시간적,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여행을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우리의 수행(修行)도 여행과 마찬가지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먼저 여행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그곳에 갈만한 가치가 있는지, 내가 정말 원하는 곳인지에 대한 판단이 우선 필요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행의 최종목적지에 해당하는 부처님(깨달은 자), 곧 ‘부처님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그런 다음 둘째로 목적지에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필요하다. 가령 부산에서 서울을 가기 위해서는 비행기, 기차, 버스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존재한다. 보통은 비행기가 가장 빠르고 편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개인의 처해진 상황에 따라 각자에게 최선의 선택은 다를 수 있다.


호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 사람은 가장 저렴한 버스를 선호할 것이고, 경제적 여유가 있고 시간이 다급한 사람은 비행기를 선택할 것이며, 안전성과 시간약속을 꼭 지켜야 할 사람은 기차를 선택할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형편과 상황에 맞는 교통수단, 즉 ‘수행법(修行法)을 선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旅程)을 숙지(熟知)하는 일이다. 기차로 부산에서 서울에 오려면, 대구와 대전을 지나게 될 것이다. 이때 대구나 대전을 서울로 잘못알고 도중에 내린다면 여행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수행할 때 성불(成佛)에 이르기까지의 수행의 위차(位次)를 잘 알아야만 깨닫지 못하고서 깨달은 척하는 증상만(增上慢)의 잘못을 범하지 않을 것이다.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행에 대한 모든 정보를 사전에 숙지해 떠나면 고생 없는 즐거운 여행이 되듯이, 우리가 수행이라는 머나먼 여정을 떠나기 전에 먼저 부처님, 수행법, 수행의 위차에 대한 이해가 앞선다면 암중모색(暗中摸索)하지 않고 효율적인 수행으로 성불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렇듯 부처님에 대한 이해, 수행법에 대한 이해, 수행의 위차 등에 대해 이해한 후 수행하는 것을 일컬어 ‘선오후수(先悟後修)’라고 한다. 이 표현은 자교오종(藉敎悟宗), 사교입선(捨敎入禪)과도 일맥상통하는 말로 선(禪)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먼저 수행의 긴 여정을 거쳐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신 부처님의 말씀과 자신의 깨달음에 의지해 수행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