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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생각이 복잡하면 역으로 호흡 가다듬어 마음 다스려

【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생각이 복잡하면 역으로 호흡 가다듬어 마음 다스려

 


 참선에 있어서 또한 중요한 것은 호흡에 관한 것입니다. 호흡을 잘 조절하고 조화롭게 하며 숨 고르기가 잘 조복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호흡에도 가장 기본적인 것이 목적이나 의식을 두지 않고 자연스러움(Pure)입니다. 우리가 세상에 살면서 숨쉬는 것을 의식하고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에 이상이 생기거나 마음이 불안정하면 호흡이 달라지고 숨쉬는 것이 의식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생활을 숨쉬는 것에 연관시켜 말을 합니다. 숨가쁜 생활이다 씩씩댄다, 헐떡거리는 생활이다. 숨쉬기도 어렵다, 숨막히는 생활이다. 이제 겨우 숨쉬고 살만하다 등등으로 표현합니다.

 제가 어느 날 서울 고속터미널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택시가 오면 먼저 뛰어가서 타는 사람, 합승한다고 소리치며 태워주는 택시 등으로 아무리 줄을 서서 기다려도 택시를 탈 수가 없었습니다. 승복을 입고 있는 주제에 마냥 기다리는데 어떤 자가용 승용차가 와서 멈추고 타라고 하였습니다.

 한 시간 동안이나 기다리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는 방향도 묻지 않고 ‘그저 가시는데 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하여 고맙게 타고나니 자기는 조그만 병원의 원장인데 스님께 여쭤볼 것이 있다 합니다. 의사로써 사망진단서를 발급하는데 사람이 죽을 때 마지막 소원이 무엇일까? 궁금하여 임종에 꼭 참석하였다 합니다. 그리고 교인이기에 목사님이나 신부님에게도 여쭤보았는데 이해할 수가 없어서 스님을 태웠다 합니다.

 ‘그래, 임종을 많이 하셨다는데 어떠 하였습니까?’‘숨이 가느다랗게 거의 숨 쉴 기력도 없는 분이 있고 숨이 막힌 듯 숨 가쁜 분도 있고, 이분들에게는 재산걱정도 자식걱정도 문제가 되지 않고 천당이나 극락생각도 미처 못하고 오직 숨 한번 시원하게 쉬고 싶다. 그것이 마지막 소원처럼 생각되었습니다. 불교에서는 어떻게 보십니까?’그렇습니다. 어느 큰스님께서 제자들에게 도道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셨는데 한 제자가 ‘도는 한 호흡 지간에 있습니다.’고 답하였더니, “그래, 너는 나의 살을 얻었구나.”하셨답니다. 골수가 되는 더 깊은 깨달음도 있습니다만 한 호흡이 마지막 소원이라면 그것도 잘 보신 것입니다.

합니다. 그리고 교인이기에 목사님이나 신부님에게도 여쭤보았는데 이해할 수가 없어서 스님을 태웠다 합니다.

 호흡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정통참선법에서는 별문제로 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마음에 따라 호흡이 달라지기 때문에 마음을 잘 다스리면 호흡도 따라서 안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음이 산란스럽고 생각이 복잡하면 역으로 호흡을 가다듬어 마음을 다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식관數息觀이라 하여 호흡수를 헤아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입식(들쉼)과 출식(날숨)을 헤아려서 마음의 산일散逸을 막아 정(定)에 들게 하는 방법입니다. 수를 헤아리는 것도 차츰 발전되어 사람들이 하기 쉬운 십진법으로(입식 출식 후 ‘하나’ 또 입식 출식 후 ‘둘’이와 같이 ‘열’까지 헤아리고 다시 하나 둘----열 하는 식)반복하면 어느덧 산란하고 번잡하였던 생각이 모아져 수를 세는 데만 집중할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초보적인 것으로 다음 단계에서는 수隨문이라 하여 숨을 쉬는데 마음과 숨이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마음과 숨이 서로 떠나지 않고 따라가서 숨을 들이쉬면서 온 세상의 기운이 내 몸 가운데에 두루 하구나! 생각하고 숨을 내뿜으면서 내 몸 가운데의 숨이 온 세상에 가득 퍼지는구나! 생각하는 방법으로 라후라 존자가 어렸을 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방법이라고 합니다.

 내가 숨을 들여 마시고 내뿜는 가운데 내 몸과 이 세상 우주만유와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와 내 가족과, 내 이웃과 사회와 세상과 하나가 되는 절대평등 동체대비의 마음을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그 다음엔 지식止息의 문이 있는데 이러한 차원이 깊어지는 방법은 ‘육묘문六妙門’의 이야기로 다음에 알아보겠습니다.

 하여간 세상에서는 단전 호흡법이다 복식 호흡법이다 태식법이다 등의 여러 가지 호흡방법을 설명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만, 제일 중요한 것이 억지로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숨을 고르는 것입니다. 한가지, 의학계에서 연구한 결과는 들이마시는 숨보다 내뿜는 숨이 길면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불가에서는 출장식出長息이라 하여 숨을 길게 내뿜는 것입니다. 염불하는 스님이나 노래하는 가수나 소리가 나오는 것은 내뿜는 숨일 때인데 얼마나 긴소리로 합니까. 호흡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있습니다만 또 다음에 알아보겠습니다.

 

 



출처 : LA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