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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참선시 미리 준비해야할 점

【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참선시 미리 준비해야할 점

 

 

 

 참선에 임하는 자세에서 세 가지가 중요하다 하였습니다. 삼조법三調法이라 하여 조신調身조식調息 조심調心 법입니다. 그중에도 가장 기본이 되고 중요한 것이 마음의 자세인 조심調心 법이기에 바른 견해인 정견이 확립되어야 하고 정견은 바로 실상관에 투철함이요 모든 것이 하나라는 동일율의 원리로 모두가 부처님이라는 깨침이 앞서는 선오후수先悟後修의 길이 올바른 닦음이라고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먼저 깨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내가 아직은 깨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먼저 깨치신 분들, 석가모니부처님이나 정통 조사님들의 가르침에 의지해서 굳게 믿는 대신심이 있어야 함이요, 선지식들의 가르침이 아닌 길에 따르면 ‘맹아선盲啞禪’이라 하여 눈먼 장님이 이끄는 길에 함께 구덩이에 떨어진다 하였습니다. 이러한 말씀을 기본으로 하고 초보적인 입장에서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참선을 할 때 미리 준비할 점은 무엇인가?

 먼저 식사조절입니다. 많이 먹지도 말고 굶주리지도 말라 하였습니다. 많이 먹으면 포만감으로 졸음이 오기 쉽고 소화시키는데 힘이 들기 때문에 참선 공부에 지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적당히 먹고 또 식사 후 얼마간 시간을 갖고 포행을 하고 기갈이 들기 전에 방선하는 것이 좋습니다. 용맹정진시에는 단식도 좋습니다만 초보일 때는 적당히 먹고 적당히 쉬면서 참선을 하는것이 일심으로 정진하기에 좋기 때문입니다.

 다음엔 적당히 수면을 취하는 것입니다. 너무 많이 자거나 또 적게 자지 말라 합니다. 많이 자다보면 해태심이 생기고 몸이 풀어져버려 공부할 마음이 적어지고 또한 적게 자면 졸음에 견디지 못합니다 습관이 되고 익숙해지면 상관이 없겠지만 초보일 때는 수면도 잘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엔 시간과 장소의 선택입니다. 한가하고 고요한 때와 곳이 제일 좋다 하였습니다. 그래서 선인들은 ‘한적처에 수하암상’이라, 한가하며 고요한 곳으로 나무 밑이나 바위 위에 자리잡으라 하십니다. 그것은 옛날로 보아 자연적으로 한적처입니다.

 지금 시대에는 한가하고 고요한 곳을 찾으면 알맞은 곳이 될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정중선靜中禪’이라, 고요한 가운데 참선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익숙해지고 구참이 되면 상관이 없어집니다. 시간과 장소에 걸림이 없어지면 ‘동중선動中禪’이라 ‘요중선搖中禪’이라, 움직이면서도 시끄러운 가운데도 삼매에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조시대 진묵대사란 분이 계셨습니다. 유명하였던 서산대사를 명리승名利僧이라 하여 명예와 이해에서 벗어나질 못했다고 비평하신 분입니다. 진묵대사의 일화가 많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시끌벅적하고 냄새가 진동하는 시장바닥 생선가게 앞에서 참선을 하며 스스로를 시험하였다고 합니다. 시끄러움과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도 삼매에 들 수 있었다면 “오늘 장을 잘 보았구나.”하셨답니다.

 청화淸華큰스님께서 안거결재 중에 가끔 소참법문(법상에 오르지 않고 대중공양 후에 간략히 하시는 법문)을 하시는데 “수좌가 병이 나는데 세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많이 먹어서 병이 나고, 하나는 잠을 많이 자서 병이 나고, 하나는 공부생각 외에 번뇌망상이 많아서이다.”고 하셨습니다.

 적당히 먹지 않고 과식하면 병이 생기는 것도 상식이요 너무 많이 잠을 자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꾀병을 부리느라 오랫동안 누워 있으면 없는 병도 생기고 허리도 더 아프고 사지육신이 안 아픈 곳이 없이 됩니다. 더 큰 것은 번뇌 망상입니다. 이 궁리 저 궁리 뒤척이다 보면, 추리하고 추측하고 상상하다보면 생병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하루 한 끼면 충분하고 잠도 2시간 내지 4시간만 숙면하면 우리 몸에 충분하며 잡념없이 공부한다면 병이 생길 리가 없다 하십니다. 당신께서 40여 년간 시험해보았고 그래서 평생 소화제 한 톨 먹어본 일 없이 약을 모르고 참선으로 다 해결했다고 하십니다. 저는 가끔 몸이 피로하여 눕고 싶어도 눕질 못했습니다. 얼굴이 안좋으면“자네 몸이 안 좋은가?”하십니다. 그때마다 “괜찮습니다”했습니다. 자칫하면 많이 먹었다거나 잠 많이 잤다거나 요즘 번뇌 망상이 많아졌다거나에 걸리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약이나 보약이나 영양제 없이 살아오긴 했습니다. 또한 음식과 수면과 망상을 조절하다보니 실제로 몸에 대한 문제가 없었습니다. 잠이나 피곤도 참선을 하느라 앉아있다 보면 스스로 몸이 풀려집니다. 그러면 어떻게 앉아 있을 것인가? 다음에 쓰겠습니다.


 

 


출처 : LA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