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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초파일은 광명의 축제날

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초파일은 광명의 축제날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새삼 청화 큰스님의 법문이 그리워져 20여 년전 법문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천상과 천하 온 누리에서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날은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본래 나와 남이 없고 천지와 더불어 하나의 생명인 부처님이 되는 길이니 서로 다투고 겨룰 상대가 없고 탐욕과 분노가 일어날 까닭이 없으니 이르는 곳마다 훈훈한 봄바람 부는 평화로운 행복의 낙토 아닌 데가 없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외면하고 아집과 편견의 사슬에 얽매인 현대인들은 탐착과 반목과 싸움의 불구덩이 속에서 다만 찰나의 휴식도 한생각의 진정한 행복도 누릴 수가 없습니다.

 부처님의 말씀대로 우리 중생이 집착과 편견을 여의고 인생과 우주의 실상을 바로 보는 정견만 얻을 수 있다면 인생과 우주만유는 그대로 부사의한 일체공덕을 갖춘 일미평등한 법신 부처님이요 우리 중생들은 장차 깨달을 화신 부처님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부처님이 되는 행복한 생명의 길을 저버리고 물량의 노예가 된 중생들의 가슴은 나날이 멍들어가고 가정과 학원과 사회는 서로 불신하고 반목하여 사나운 아귀다툼과 처참한 아비규환의 참극은 바야흐로 인류파멸의 위기에 절박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의 가파른 고난과 끝없는 시련은 흡사 굴러 내린 무거운 돌을 간신히 언덕 위에 올려 놓으면 이내 다시 굴러 내리고 안간힘을 써서 올려 놓으면 이내 다시 굴러 내리곤 하는 ‘시지푸스Sisyphus의 영원한 형벌’과도 같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등지는 한 중생계의 처참한 참극은 그 파멸의 날까지 벗어날 기약이 없는 인과의 형벌인 것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의 가르침, 곧 부처님이 되는 길, 오직 그 한 길만이 인간성의 본질과 우주의 실상을 깨닫는 길이요 영원히 자유롭고 평화로운 끝없는 지평선으로 통하는 대도이며 우리 인류가 무궁한 번영을 누리는 탄탄하고 번뇌에 물들지 않는 청정백도입니다.

 우리 중생들이 비장한 결단으로 이 대도에 들어설 때 비로소 너와 나 우주만유와 내가 본래 하나의 생명이라는 ‘동체대비’의 진정한 사랑이 우러나오는 것이며 그리고 이러한 가장 궁극적이고 보편적인 인생관과 그에 따른 순수한 도덕적 행위에 의해서만 진정으로 평온한 가정과 예지에 빛나는 학원과 정의롭고 평화로운 복지사회의 이상향을 이룩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아! 부처님이 오신 날, 만 중생이 저마다 진리로 태어난 지혜의 날 그리고 이웃을 위하여 생명을 바치고도 호리 회한이 없는 대자대비로 태어난 사랑과 봉사의 날, 이 날은 바로 인간의 진정한 존엄성을 찾는 천부적인 인권의 날이며 모든 불행의 씨앗인 억겁으로 쌓인 번뇌를 모조리 해탈하는 자유의 날입니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마하반야바라밀!

 



출처 : LA중앙일보


2006년 5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