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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광전스님의 염불선 이야기

염불선이야기22-중국의 선⑩ 영명연수(永明延壽)

염불선이야기22-중국의 선⑩ 영명연수(永明延壽)


종교적 신념으로 세무공무원으로 일할 때, 거둬드린 세금으로 항구에서 고기를 사서 방생을 해 사형에 언도되었다가 왕의 도움으로 사형을 면하고 출가해 법안종(法眼宗)의 3조가 된 영명연수의 이야기는 일면 어이없는 실소(失笑)를 자아내게 하기도 하지만 그의 불법(佛法)에 대한 신념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영명연수는 절강성(浙江省) 여항(餘杭) 사람으로 속성은 왕(王)씨이다. 그는 젊어서 불법(佛法)에 마음을 두어 비린 음식과 오신채(五辛菜)를 먹지 않고 하루에 한 끼니의 공양만 하였다 한다. 어려서 출가하려 하였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관료생활을 하다가 세금을 유용한 죄로 사형을 당할 뻔 했지만 왕의 도움으로 사형을 면하고 30세에 용책사  취암(翠巖)선사의 문하로 출가하였다. 출가 후 천태산 천주봉에서 선정(禪定)을 익힐 때에는 새가 그의 품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를 정도였다 한다. 후에 천태산의 덕소(德韶)선사를 찾아가 현지를 전수받고 법안종의 제3조가 되었다. 그의 저서로는 <종경록(宗鏡錄)> 100권, <만선동귀집(萬善同歸集)> 등이 있고, 고려의 왕인 광종(光宗)이 선사의 저술을 보고 크게 감화되어 제자의 예를 갖추어 편지와 함께 금란가사 등 선물과 유학승 36인을 보내어 그의 문하에서 수학케 하였다.


그의 선사상의 특징은 선과 교학, 계율, 정토에 이르는 전 종파(宗派)의 회통(會通)이라 말할 수 있다. 그는 <만선동귀집> 첫 머리에 “지금 이야기하려 하는 온갖 선법(善法)은 모두가 실상(實相)을 그 바탕으로 하여 돌아가는 것이다. … 오직 이 같은 이치에만 계합(契合)하면 나머지 만덕(萬德)은 저절로 갖추어진다.”며 모든 수행의 근본은 반야관조(般若觀照), 즉 실상관(實相觀)에 입각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또 같은 책에서 “문수반야경에서는 수행하는 이가 스스로 우둔해서 능히 관찰하지 못 한하면 다만 생각과 소리만 계속 이어지게 하라. 그래도 반드시 불국토에 왕생할 수 있으리라.”라고 설하고 있다. 이는 수행하는 이가 우둔해서 실상염불을 하기 어렵거든 관상(觀像, 觀想)염불과 칭명(稱名)염불만으로도 왕생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또 정토에 관한 질문에 “유심정토(唯心淨土)는 마음을 깨달아야 비로소 날 수 있는 곳이니, <여래부사의경계경(如來不思議境界經)>에 이르기를 삼세의 모든 부처님이 따로 있는 바가 없고 오직 자심(自心)에 의지한다. 보살은 이와 같이 모든 부처님과 모든 법이 오직 마음의 현상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라고 하여 정토에 왕생함은 깨달음의 경지와 동일함을 밝히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영명연수에게 있어서 실상염불(實相念佛)은 실상관(實相觀)이며 선과 동일시하며, 상품의 정토에 왕생할 수 있고, 다만 근기가 하열한 이를 위한 방편으로 관상염불과 칭명염불로 하품의 정토에 왕생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는 유심정토와 타방정토를 동시에 인정함으로 근기에 맞게 중생을 제도하는 회통의 법문을 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