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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광전스님의 염불선 이야기

염불선이야기21-중국의 선⑨ 정중 무상(淨衆無相)

염불선이야기21-중국의 선⑨ 정중 무상(淨衆無相)


토굴에서 황토로 연명하며 정진하고, 맹수(猛獸)도 그의 법력에 감화되어 해치지 않고 보호했다는 신이(神異)의 선승(禪僧)으로 알려진 정중무상(淨衆無相: 684~762)은 신라의 왕자로 태어나 중국으로 구법의 길을 떠나 입당(入唐)하여 현종(玄宗)을 만나고 촉(蜀)땅에 들어가 자주(資州) 덕순사(德純寺) 처적(處寂: 665~732)에게 사사(師事)하여 홍인(弘忍)-지선(智詵)-처적(處寂)으로 이어지는 선법(禪法)을 계승했다. 항상 두타행(頭陀行)을 하고 깊은 계곡의 바위 아래에서 선정을 익혔으며, 후에 성도부(成都府) 정중사(淨衆寺)에 주석하였다. 그는 이곳에서 20년간 독자적인 ‘인성염불(引聲念佛)과 무억(無憶). 무념(無念). 막망(莫忘)의 삼구설법(三句說法)’을 선양하였고 익주절도사(益州節度使)의 귀의를 받아 정중종(淨衆宗)을 형성하였으며 그의 속성(俗姓)을 따라 김화상으로 불렸다.


그는 오랫동안 중국 선종사에서 잊힌 존재였으나 근세에 이르러 돈황에서 <역대법보기(歷代法寶記)>를 비롯한 여러 문헌이 발견되면서 재평가되고 있다. 티베트의 고사서인 <바세>에 수록된 ‘김화상어록(金和尙語錄)’에 의하면 티베트불교의 초전(初傳)인 ‘라사의 종론(宗論)’ 이전에 이미 익주김화상의 선법(禪法)이 티베트에 소개된 사실이 수록되어 있다.


 그의 선사상의 핵심인 ‘인성염불과 삼구’를 <역대법보기>를 통해 살펴보면 “김화상은 매년 12월과 정월에 사부대중 백천만인을 위하여 수계하였다. 엄숙하게 도량을 시설하여 스스로 단상에 올라가서 설법하며, 먼저 인성염불을 하며 일성(一聲)의 숨을 다 내뱉게 하고, 염불 소리가 없어졌을 때 다음과 같이 설한다. ‘무억(無憶: 과거를 기억하지 말라), 무념(無念: 상념하지 마라), 막망(莫忘: 망령되지 말라, 잊어버리지 말라)하라. 무억은 계(戒)요, 무념은 정(定)이며, 막망은 혜(慧)이니라.’ 이러한 삼구는 바로 총지문(總持門)이다”라 하고, 비유를 들어 설명하기를 “물결을 떠나서 물이 없고, 물을 떠나서 물결이 없다. 물결은 망상(妄想)에, 물은 불성(佛性)으로 비유된다.” 또한 “상념(想念)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계율문(戒律門)이요, 상념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선정문(禪定門)이며, 상념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지혜문(智慧門)이다.”라 하여 상념이 일어나지 않는 것(念不起)이 계. 정. 혜를 아우르는 핵심이라 설하고 있다.


이는 무상의 인성염불이 지향하는 바가 염불기(念不起), 즉 무념(無念)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삼구의 내용은 중생의 분별시비를 떠난 실상염불(實相念佛)로서 무념에 이르고자 하는 염불선법문(念佛禪法門)인 것이다. 무상의 ‘인성염불과 삼구(無憶.無念.莫忘)’는 돈황본 <육조단경>속의 혜능의 무상계수계설법(無相戒授戒說法)의 내용 중 ‘혜능의 선창(先唱)을 따라 귀의자성삼신불(歸依自性三身佛: 法身.報身.化身)을 외우게 하는 것’과 ‘무념(無念).무주(無住).무상(無相)’은 형식과 내용면에서 지극히 유사한 형태로 동산법문이래로 염불선의 전통이 계승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