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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광전스님의 염불선 이야기

염불선이야기20-중국의 선⑧ 혜능

염불선이야기20-중국의 선⑧ 혜능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자손(子孫)을 잘 두어야 집안이 융성해진다는 이치는 속가(俗家)나 승가(僧伽)나 매양 한가지인 모양이다. 나무꾼 출신의 일자무식(一字無識)인 혜능(慧能)이 선종의 6조로 추앙되고 그의 어록인 <육조단경(六祖壇經)>이 스님의 어록임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부처님의 말씀에만 붙일 수 있는 ‘경(經)’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된 배경에는 신회(神會)라 하는 불세출(不世出)의 후학(後學)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20년 전 해인사 행자실에 혜능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는데 그 이유가 ‘혜능이 행자신분으로 도를 깨우치신 분이라 행자들의 귀감이 되게 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또한 조계종(曹溪宗)이라는 종명(宗名)도 혜능이 주석하시던 산의 이름인 조계산(曹溪山)의 지명을 따 만든 것일 만큼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의 선사상을 <육조단경>을 통해 살펴보면 부촉품(付囑品)에서 “그대들이 종지(宗智)를 성취하고자 하면 일상삼매(一相三昧)와 일행삼매(一行三昧)를 체득해야 한다”고 말해 사조도신(四祖道信)이래로 계승된 일행삼매를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일행삼매를 설명함에 있어서 “어리석은 자는 법상(法相)에 집착하고 일행삼매로 고집하여 앉아 있기만 한다. 망념(妄念)을 제거하고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일행삼매라고 하지만, 이것은 무정(無情)과 같아 도리어 도에 장애(障碍)가 된다.”라 하고 또 “하루 종일 행주좌와(行住坐臥)하는 가운데 어디에서나 늘 곧은 마음(直心)을 행하는 것이 일행삼매이며, 일체법(一切法)에 있어서 집착하지 않음을 일행삼매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일행삼매는 우리의 의식을 어디에 어떻게 두는가를 문제시 하는 것이지, 좌선의 형식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여기에서 말하는 직심은 <정명경(淨名經)>에서 인용한 표현으로 인간의 본래적인 마음으로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곧 행주좌와에 자성청정심을 지키는 것이 일행삼매라는 말로 동산법문에서 말하는 실상염불(實相念佛)의 일행삼매와 내용상 하등의 차이가 없다. 다만 중생들이 일행삼매를 말하며 모양으로만 좌선하는 것에 대한 세태를 비판하고 있을 뿐이다.


 혜능의 정토에 관한 관점을 살펴보면 “<정명경>에 곧은 마음이 도량이며, 곧은 마음이 정토이다”라 하고 “마음을 닦지 않는 미혹한 자가 서방정토를 생각하면 정토는 멀리 있지만, 마음을 청정히 하는 자라면 눈 깜짝 할 사이에 정토에 간다.”고 대답한다. 또 <선정쌍수집요(禪淨雙修集要)>에서 어느 스님이 6조 혜능대사께 “염불에 무슨 공덕이 있느냐?”고 묻는 말에 혜능은 “일구(一句)의 나무아미타불을 염하는 것이 만세(萬歲)의 괴로움을 뛰어 넘는 묘한 도요, 부처님을 이루고 조사가 되는 정인(正因)이 된다.”고 말한다. 이는 유심정토(唯心淨土)를 지향하는 동산법문(東山法門)의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