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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경전,법문자료/7. 입보리행론

제8장 선정품 禪定品

제8장 선정품 禪定品

샨티데바著,청전譯/하얀연꽃/자료입력:화목

 

 1 이와 같이 정진을 일깨워서

마음은 삼매에 안주安住해야 한다.

마음이 산란한 사람은

번뇌의 송곳니 사이에 머무는 자者이다.


2 몸과 마음을 고요히 하면

어떤 산란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세속을 포기하고

망상을 완전히 버리리라.


3 탐욕과 재욕 등의 애착으로

세속의 삶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지자智者와 같이 행동하는 길이다.


4 완벽한 지止(Samatha)를 갖춘 관觀(Vipassana)으로

번뇌가 완전히 끊어짐을 알고서

먼저 지止를 찾고

그것 역시 세속에 집착이 없어야 실제의 기쁨으로 성취한다.


5 존재하는 것은 무상한 것

누가 이 무상에 그렇게 애착을 하는가?

그런 이는 수 천 번의 삶 속에서도

순간의 행복조차 보지 못한다.


6 그러니 마음이 행복할 수 없고

또한 안정을 얻을 수 없다.

설사 행복을 맛보았다 해도 만족하지 못한다.

예전처럼 애착으로 괴로워한다.


7 유정에 애착함으로

바른 진리는 완전히 가려져 버린다.

염리심厭離心도 잊어버리고

마침내 슬픔으로 고통을 당한다.


8 이에 오직 이런 생각으로

이 생을 의미 없이 보내고

무상한 친구나 친척들 때문에

영원 불멸의 정법까지도 부숴버린다.


9 어리석은 이와 인연因緣을 같이 하면

반드시 악취에 떨어진다.

인연이 다른 데도 이끌려 다닌다면

어리석은 이와 함께 하는 것이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10 순간에 친구가 되고

잠깐 사이에 원수가 된다.

즐거운 곳에서조차 화는 일어나니

세속의 사람을 만족스럽게 하는 것은 어렵다.


11 [어리석은 이는] 이로운 말을 하면 화를 내고

나까지도 선행에서 멀어지게 한다.

그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화를 내니

마침내 악취에 떨어진다.


12 높은 이에게는 질투를 하고, 동등한 이와는 겨룬다.

아랫사람에게는 자만하고 칭찬을 받으면 거만해진다.

듣기 싫은 말을 하면 화를 낸다.

이렇게 어리석은 이에게 언제 이익이 올 것인가?


13 어리석은 이와 함께 하면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욕한다.

세속을 즐기는 재미있는 이야기 등

선善이 아닌 것들만 분명히 생긴다.


14 이런 식으로 내가 남과 관계를 맺으면

둘 다 망한다.

그들은 나에게 도움을 주지 않고

나 또한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15 어리석은 이와는 멀리 떨어져야 한다.

만나면 즐거워하고 좋아하되

너무 가까이 지내지 말고

적당히 지내야 한다.


16 벌이 꽃에서 꿀을 모으듯이

법에 도움이 되는 것만 받아 들여

[선연 없는] 모든 이를 만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무심하게 지내야 한다.


17 ‘나는 존경[을 받고] 재물이 많아

많은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이런 식의 자만으로 가득 차 있다면

죽은 뒤에 두려움이 생길 것이다.


18 그러므로 여러 가지 어리석은 마음은

무엇이나 탐해

이것저것에 얽히게 되고 [서원은] 비게 되고

고통 그 자체가 되어 일어난다.


19 그래서 지자智者는 집착하지 않으니

집착에서 두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자성自性이 사라지게 하리니

확실히 이해해야 한다.


20 많은 재산을 모았고

이름도 나고 명예도 얻었지만

쌓아온 어떤 재산과 명성도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게 되리라.


21 누가 나를 업신여긴다면

칭찬 받음에 좋아할 게 뭐 있겠는가?

누가 나를 칭찬한다면

업신여김에 무슨 불만이 있겠는가?


22 유정의 여러 가지 바람(願)을

부처님도 다 기쁘게 할 수 없다면

나처럼 나쁜 사람에게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세속사의 생각을 포기하리라.


23 [사람들은] 유정에게 재산이 없으면 비난하고 재산이 많으면 나쁜 말을 한다.

자성自性이 함께 하기 어려운 그들에게

어떻게 기쁨을 일깨울 수 있을까?


24 왜냐하면 어리석은 이는

자신에게 이익이 없으면 기뻐하지 않기에

어떤 어리석은 이와도 친구가 되지 말라고

여러 여래께서 말씀하셨다.


25 숲 속에서 사는 짐승과 새와 나무는

듣기 싫은 말을 하지 않는다.

친구가 되면 즐거움만 있는

내가 언제나 그들과 함께 머물 수 있을까?


26 바위굴이나 텅 빈 절간에서

또 나무 밑에서 머물며

결코 지난 날을 뒤돌아보는 일 없이

언제나 집착 없이 머물 수 있을까?


27 주인 없는 대지와

자연스레 열린 공간에서

자유를 즐기며 애착을 떠나

언제나 나는 [그런 곳에] 머물 수 있을까?


28 발우鉢盂 한 개, 주워 모은 물건 몇 가지

누구도 원치 않을 해진 옷을 걸치고

이 몸 가리려 하지 않으며

두려움 없이 머무는 그런 날이 언제나 올 것인가?


29 *송장터에 들어가

그들의 해골과 나의 몸은

모두 썩어 없어질, 아무 것도 아님을

언제나 알아 차릴 수 있을까?


(역주; *과거 인도에서는 화장을 할 수 없었던 천민들은 시체를 일정한 장소에 버렸다.)


30 나의 몸, 이 몸뚱이가[썩으면]

어떤 냄새도 마다않는 여우도

이 몸뚱이에 가까이 오지 않는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31 이 몸은 하나로 만들어졌건만

함께 생긴 이 살과 뼈가 무너져

뿔뿔이 흩어지고 마는데

친구나 다른 이를 말해 무엇하겠는가?


32 태어날 때 혼자 태어나고

죽을 때 또한 혼자 죽는다.

고통의 몫을 남이 가져갈 수 없다면

걸림돌이 되는 친구는 무슨 도움이 될까?


33 길을 가는 나그네가

머물러 쉴 곳을 찾듯이

윤회 세계의 길을 가는 나그네도

태어날 곳을 항상 찾는다.


34 세상 사람들이 슬퍼하는 가운데

네 사람이

이 몸을 떠메고 가는 송장이 되기 전에

숲 속으로 가리라.


35 친구나 원수도 없어지고

이 몸뚱이 오직 하나 적정처寂靜處에 머무니

이미 죽은 사람으로 여기기에

죽어도 슬퍼할 자 없네.


36 주변의 누구도

슬픔과 해로움을 끼치지 않기에

여기서는 부처님을 생각하고, 수행하는 것을

누구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37 그러므로 아주 환하고 즐거운 숲 속에서

어려움은 작아 행복하고

모든 번뇌를 가라앉히며

나는 홀로 머물리라.


38 다른 생각은 모두 버리고

나는 오직 한 마음으로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조복하고자 노력하리라.


39 이 세상과 저 세상에서

애욕은 큰 해악을 일으키고

이 세상에서는 죽이고 포박하며 자른다.

저 세상에서는 지옥 등을 이룬다.


40 지난 날 하인과 하녀에게

무엇인가를 위해서 많이도 요구했다.

죄악과 악명도

어떤 목적을 위해서라면 개의치 않고

내가 무서운 짓도 저질렀다.


41 모든 재산을 탕진하면서

누구든지 다 껴안아 보는

최고의 즐거움인 이것은


42 뼈 그 자체일 뿐 다른 것은 아니다.

자유와 내가 없는데

커다란 애욕에 온전히 집착하여

어찌하여 고통을 넘어서서 가지 않는가?



43 처음 노력하여 그것을 들어 올렸고

이끌렸지만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예전에는 보든 안 보든 간에

얼굴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44 그대의 마음을 어지럽혔던 그 얼굴이

지금 눈 앞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독수리가 환히 드러낸 것을 보고서

지금은 어째서 도망치려 하는가?


45 누군가 눈길을 주며 쳐다볼 때

그녀를 완전히 보호했다.

지금 독수리가 그녀를 먹으려 하는데

인색한 그대여! 어찌하여 보호하지 않는가?


46 이 고기 덩어리를 보고

독수리와 다른 것들이 먹으려 한다.

그들의 먹이감에 꽃다발과

전단향栴檀香을 장식으로 올렸던가?


47 움직이지도 않는 해골을 보고

그대는 두려워한다.

몇 가지 의식으로 움직이는 시체에

그대는 어찌 두려워하지 않는가?


48 무엇으로 가려져 있을 때는 이에 애착을 했는데

그것이 벗겨져 있을 때는 어찌 애착하지 않는가?

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어찌 가려져 있던 것에는 포옹을 했던가?


49 ‘음식’이라는 하나의 근원에서

대변과 소변, 침은 생겨난다.

그런데 대변과 소변은 싫어하고

그대, 어찌 침은 좋아하는가?


50 솜의 감촉이 부드러운

베게는 좋아하지 않고

‘더러운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하면서

그대 애욕자여! 깨끗하지 않은 것에 미혹되는가?


51 애욕에 물든 몽매한 자여!

솜의 촉감이 부드럽긴 하지만

함께 잘 수가 없기에

솜에게 화를 내고 있구나!


52 만일 깨끗하지 않은 것에 애착이 없다면

뼈와 힘줄로 묶어서 결합한 바구니에

살의 흙을 바른 것인데

그대는 어찌 다른 이를 무릎에 놓고 포옹하는가?


53 그대는 불결한 것이 많은 이것을

항상 사용하고 있으며

또 다른 더러운 포대包袋 자락에

더러운 애욕으로 탐하고 있다.


54 나는 ‘이 살이 좋아’하면서

접촉해 보고 싶어 한다.

의식이 없는 자연 상태의 살은

그대여, 왜 탐하지 않는가?


55 탐하고 있는 마음은 무엇인지?

그것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것이다.

그들의 힘은 의식이 없는데

쓸데없이 포옹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56 다른 사람의 몸이 불결한 성질임을

그대가 모르는 것이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자신의 몸이 불결한 것임을

모른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57 구름이 벗어진 날

햇빛으로 예쁘게 갓 피어난 청순한 연꽃은 버려두고

불결한 것을 탐한 마음으로

어찌 더러운 바구니를 좋아하는가?


58 똥오줌으로 더렵혀진 진흙을

만약 만지기 싫어한다면

더러운 오물이 나오는 몸뚱어리에는

그대, 어찌 닿기를 애착하는가?


59 만일 그대가 불결한 것에 애착이 없다면

불결한 밭(母胎)에서 생겼고

[모태]안에서 불결의 종자로 생겨난 다른 이를 어찌 무릎에 놓고 포옹을 하는가?


60 불결한 장소에서 생긴

작고 더러운 구더기를 그대는 좋아하지 않는다.

많은 더러움의 성품인 몸은

불결하게 태어났음에도 탐하고 있다!


61 그대 자신의 불결함을

혐오하지 않을뿐더러

더러운 가죽 포대의 불결함에 탐착하여

다른 가죽 포대마저 원하고 있다!


62 장뇌樟腦 등의 매력 있는 것과

지어놓은 밥과 야채라도

입으로 뱉은 것은

땅을 더럽힌다.


63 만일 이렇게 더러운 것이

눈앞에 실재해도 의심이 난다면

송장터에 버려진 시체에서

다른 사람의 더러움을 또한 보게나.


64 누구의 몸이든 가죽을 벗겨내면

큰 두려움이 생길 것이다.

알면서도 이 몸에

어찌 다시 즐거움을 일으키는가?


65 몸에 바른 향도

전단향 그 자체이지 다른 것은 아니다

향이 아닌 다른 것에

그대가 애착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66 만일 본래의 역한 냄새로[인해]

이를 탐착하지 않으면 얼마나 좋은가!

부질없음을 갈망하는 사람들!

이 몸에 향수를 바르는 건 무슨 까닭인가?

67 더군다나 이 전단의 감미로운 향기는

몸에서 어떻게 생긴 것일까?

향 그 자체가 아닌 다른 것에

그대, 애착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68 이 몸은 긴 머리와 손톱

누런 이빨과 함께

불결한 냄새가 밴 그것 자체일진데

알몸이 두려움 그 자체라면


69 자신을 해롭게 하는 칼처럼

이를 왜 애써 가꾸고 있는가?

자신의 헛된 노력에 미쳐서

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70 송장터의 해골만 보고도

厭離心이 일어난다면

움직이는 해골로 가득 찬

마을의 송장터는 [왜] 좋아하는가?


71 이처럼 깨끗하지 않은 그것은

돈을 주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다

이를 얻으려고 지치고

지옥 등의 재앙을 받는다.


72 어린 아이는 재산을 늘릴 수 없으며

젊어서는 재산이 없으니 어찌 행복하겠는가?

재산을 가졌을 때는 이미 인생의 끝에 있으니

늙어서 욕망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73 천한 욕망으로 어떤 사람은

하루 종일 일에 지치고

집에 돌아오면 지친 몸은

시체처럼 잠에 빠진다.


74 어떤 사람에게는 여행을 떠나야 하는 번뇌와

집을 떠나 먼 길을 가야하는 고통이 있다.

처자식을 만나고 싶어 하지만

일년이 지나도, 한 번도 보지 못한다.


75 이익을 얻고자 하는 어리석음에

무언가를 위해 [자기 자신까지도] 팔지만

그것도 얻지 못하고

쓸데없이 타인 업嶪의 바람에 휘둘려 세월만 보낸다.


76 어떤 이는 자신의 몸까지 팔아

자유를 구속당하며 남에게 고용된다.

[그의] 아기를 가진 부인은

외로운 것 나무 밑에서 아기를 분만한다.


77 욕망에 속은 바보들은

살기 위해서 ‘돈을 벌겠다’며

생명을 잃을까 두려워하면서도 전쟁터에 나가고 이익을 위해 노예도 된다.


78 어떤 욕심 많은 사람은 신체까지도 끊고

어떤 이는 말뚝에 박히고

또 어떤 이는 창에 찔리고

또 어떤 이는 불에 태워지는 일도 생긴다.


79 [재산을]모으고 지키지만 결국에는 없어지는 고통으로

항상 재물이란 무한한 재앙임을 알아야 한다.

재물을 탐하는 어리석은 사람에게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날 기회는 없다.


80 욕망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허물은 크고 이득은 적다.

수레를 끄는 짐승들이

다만 몇 입口의 풀을 먹는 것과 같다.


81 짐승도 얻기에 그리 어렵지 않은

조그만 이득을 얻기 위하여

얻기 어려운 원만한 가만假滿의 이 몸을

[전생] 업력의 고통으로 부숴버린다.


82 욕망은 결국은 무너지고 만다.

[이에 집착하여] 지옥 등에 떨어진다.

중대한 일이 아닌 것을 위하여

끊임없이 피곤한 조그만 어떤 어려움.


83 그의 백 만 분의 일의

어려움으로 부처를 이룬다면

욕망을 가진 이가 보살행자 보다

고통은 크지만 깨달음은 없다.


84 지옥 등의 고통을 생각해 보면

욕망이 원인이라 [결과는]

무기. 독. 불. 낭떠러지

그리고 적과도 비교가 안 된다.


85 이와 같이 욕망에 염리심을 일으켜

고요한 곳을 좋아하고

다툼과 번뇌가 없는

평화로운 숲 속에서 지내며


86 전단향의 향기가 스민 달빛 아래 시원함을 즐기며

넓고 평평한 돌집에서 기쁨을 누리리라.

고요한 숲 속에서 산들바람은 불어오니

이웃의 이익을 생각하며 이리저리 거닐며


87 빈 집이나 나무 밑이나 바위굴

자신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머물며

[가진 것을] 지니고, 지키는 고통에서 벗어났기에 홀로 걱정 없이 한가로이 머물리라.


88 자유로이 행동하며 집착은 없고

누구와도 얽힘이 없이 만족하며

안락을 누리는 모든 것은

제석천帝釋天조차도 얻기 어렵다.


89 이와 같은 여러 방법으로

고요한 곳의 공덕을 생각하여

망상을 완전히 내려놓고

보리심菩堤心에 수습修習해야 한다.


90 나와 남이 같음을

먼저 애써 修習해야 한다.

행복을 원하고 고통을 바라지 않는 것은 똑같기 때문에 모든 중생을 나와 같이 보호해야 한다.


91 [몸에] 손발 등 여러 부분이 있지만

온전히 보호해야 할 하나의 몸인 것처럼

세상의 고락 안에 다른 중생이 있지만

모두가 나와 같이 행복을 원하는 것은 똑같은 것이다.


92 설사 내가 겪는 고통이

타인의 몸을 괴롭히지는 않는다 해도

나의 모든 고통은

‘나’에 대한 집착 때문이며, 참을 수가 없으리라.


93 이와 같이 타인의 고통이

나에게 오지 않는다 해도

[그렇게]나의 모든 고통은

나에 대한 집착이기에 참을 수가 없으리라.


94 나는 남의 고통을 없애야 한다.

고통이기 때문에 나의 고苦와 같다.

나는 남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중생이기 때문에 나의 몸과 같다.


95 항상 나와 남, 둘 다

행복을 원하는 것은 똑같으니

‘나’와 [타인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

어째서 나 혼자만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가?


96 항상 나와 남, 둘 다

고통을 원하지 않는 것은 똑같으니

‘나’와 [타인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

어째서 남은 제쳐두고 ‘나’만 지키려 하는가?


97 만일 한 중생이 고통스러워하는 데도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에 [그를] 보살피지 않는다면

미래에 내가 받을 고통도 또한

[지금 나를] 괴롭히지 않을 것인데 어찌 이를 지키려 하는가?


98 [이 생의] 내가 ‘다음 생의 고통을 겪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망상은 전도된 견해이다.

이와 같이 죽은 것도 다른 것이고

태어나는 것 또한 다른 것이다.


99 어떠한 고苦라도

그 ‘고’는 자신이 막아야 한다.

발의 고통은 손의 고통이 아닌데

어찌 발의 고통을 손이 막아야 하는가?


100 ‘비록 분별이 없는 것이지만

이것은 아집에서 생기는 것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타에게 불합리한 그 어떤 것이라면

모든 힘을 다하여 배제해야 한다.


101 상속相續과 집합체集合體는

염주나 군대처럼 [실체가 없이] 허망한 것이다.

이처럼 고苦는 실체가 없다.

그러면 누가 이것을 지배하는가?


102 일체의 고苦는 상속자가 없고

모두[너와 나의 고통이란] 차별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고’이기 때문에 없애야 하는 것이라면

여기서 분명하게 무엇을 해야 하겠는가?


103 ‘왜 모든 고苦는 없애야만 하는가’

이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내가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은

모든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반대로] 모든 중생의 고통은 내가 고통을 당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104 ‘자비에 고苦가 많이 따른다면

어떻게 애써 자비심을 일으키겠는가?‘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생의 고통을 생각해 보면

어떻게 자비의 고苦가 더 많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105 만일 한 가지의 고苦로

많은 고苦를 없앨 수 있다면

사랑스러운 이 고통이

나와 남에게 생기도록 해야 한다.


106 그래서 선화월善花月보살은

임금의 형벌을 알면서도

자신의 고苦를 없애지 않고

많은 사람의 고苦를 없애려고 한다.


107 이와 같이 상속相續을 관함에 익숙해지면

타인의 고苦를 없애는 것을 좋아하므로

연꽃 호수에 백조가 내려앉듯이

무간 지옥까지도 들어가게 된다.


108 중생이 해탈하면

무한한 기쁨의 바다와 같이

그 자체로 최고가 아니겠는가?

[나 혼자만의] 해탈을 원해 무엇을 하겠는가?


109 그러나 남을 위해 일을 한다할지라도

교만에 빠지거나 자신을 놀라운 존재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오직 남을 위하는 기쁨 하나로

이숙과異熟果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


110 그러므로 불쾌한 조그만 일에도

자신을 보호하는 것과 똑같이

남을 보호하는 마음과 자비의 마음을

[함께] 행하여야 한다.


111 [항상 함께 하는] 습관으로

다른 이의 정혈精血의 방울(滴)에

실체는 없지만

‘나’라고 의식하고 있다.


112 그런데 다른 사람의 몸은

어찌하여 ‘나’라고 보지 않는가?

나의 몸을 타인으로 놓고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113 나 자신에게는 흠이 있고

타인은 바다와 같은 공덕이 있음을 알았으니

아집을 완전히 버리고

타인을 받아들이는 수습修習을 해야 한다.


114 손. 발 등을

몸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듯이

이와 같이 몸을 가진 것들을

어찌하여 중생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지 않는가?


115 무아無我의 이 몸에 익숙해져

‘나의 것我所’이라는 마음이 생기듯이

이처럼 다른 중생에게도 익숙해진다면

‘나의 것我所’이라는 마음이 왜 생기지 않겠는가?


116 이와 같이 남의 이익을 위해 행한다면

놀라움도 교만도 생기지 않는다.

나 자신을 먹이는 것으로도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


117 그러므로 불쾌한 조그만 일이라도

자신을 보호하는 것과 똑같이

타인에게도 자비심과 돌보는 마음으로

행하도록 수습修習해야 한다.


118 그러기에 구원자 관세음보살은

대자비심으로 중생의 윤회에서 생기는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당신의 이름에도 가피를 내렸다.


119 어려움 앞에서 돌아서지 말아야 한다.

이와 같이 익숙해진 힘에 의해

처음에는 타인의 이름만 들어도 두려웠지만

[나중에는] 그가 없으면 즐거움도 없어진다.


120 누군가 나와 남을

속히 제도하기를 원한다면

‘나와 남을 바꾸기’를 행하는

거룩한 비밀을 수행해야 한다.


121 내 몸에 집착을 하기 때문에

조그만 무서움에도 두려움을 일으킨다.

두려움의 [근원인] 이 몸에

[지혜로운] 누가 원수를 [대하듯] 화를 내지 않겠는가?


122 이 몸의 굶주림. 목마름. 병 등을

치료하는 의식을 하기 위해

새. 물고기. 짐승 등을 죽이려고

길에서 기다린다.


123 누군가는 이익과 명예를 얻기 위해

부모를 죽이며

삼보의 재물도 훔치는데

이는 무간지옥의 불에 타게 될 것이다.


124 어떤 현자가 이 몸에 애착하고

보호하며, 공양을 올릴 것인가?

이 몸을 누가 원수처럼 보지 않고

욕하지 않겠는가?


125 ‘만일 내가 이것을 주고 나면 어떻게 살지?’ 하는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은 귀신의 태도이며

‘만일 내가 이것을 사용해 버리면 남에게 무엇을 주지?’ 하는

남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은 천天(deva)의 법이다.


126 자신을 위해 남을 해치면

지옥 등의 고통을 받을 것이며

남을 위해 자기를 해치면

모든 원만성취를 얻으리라.


127 자신을 남보다 위에 놓으려는 사람은

악취와 추하고, 어리석은 자로 태어나며

이 높은 자리를 남에게 권하는 사람은

선취와 고귀한 존경을 얻은 자로 태어난다.


128 자신을 위해 남을 부리면

하인 등 [비천한 사람이] 되며

남을 위해 나를 부리면

군주君主 등의 [지위를] 누리게 된다.


129 세상의 모든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 모든 것은 남을 위하는 데서 온다.

세상의 모든 불행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 모든 것은 자신을 위하는 데서 온다.


130 많이 말을 할 필요가 있는가?

어리석은 이는 자신을 위해서 일하고

부처는 남을 위해 일한다.

이 둘의 차이를 보라!


131 자기의 안락을 남의 고苦와

완전히 바꾸지 않는다면

부처를 이룰 수 없고

윤회 세계에서도 안락은 없다.


132 저 세상은 차치하고라도

하인은 일을 하지 않고

주인은 품삯을 주지 않으면

금생의 일도 성취할 수 없다.


133 보이고[금생] 보이지 않는[내생] 안락을 얻는 방편

[나와 남을 바꾸는 것을 포기함으로써] 완전한 행복을 버리게 되며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인因으로써

[행복의 방편에] 미혹하여 무서운 고통을 받게 된다.


134 이 세상의 모든 손해와

두려움과 고통이

모두 다 아집我執에서 온다면

이 큰 귀신은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135 나를 완전히 버리지 않고서는

고통을 버릴 수 없다.

그것은 불을 버리지 않으면

화상을 면할 수 없는 것과 같다.


136 그러므로 나의 고통을 내려놓고

남의 고통을 가시게 하기 위해

나를 남에게 주고

남을 나로 받아들이리라.


137 ‘나는 타인의 힘 아래 있다’ 라고

그대 마음이여, 분명히 알아야만 한다.

모든 중생을 위한 것 외에는

이제 그대여,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라!


138 다른 이의 소유물과 눈 등의 [감각]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쓰는 것은 옳지 못하다.

본래 뜻하는 바와 [달리] 눈 등의 [감각을]

왜곡하여 사용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139 그러므로 유정은 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나의 몸에 보이는 무엇이나

내 몸과 또 내 몸을 떼어서라도

이웃을 위해서 유익하게 사용해야 한다.


140 ‘낮은 이’를 ‘나’라고 생각하고

나를 타인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런 식의 분별이 없는 마음으로

시기. 경쟁. 자만에 대하여 수습修習해야 한다.


141 그는 존경받고 나는 그렇지 못하다.

그처럼 나는 재산도 없다.

그는 칭찬 받고 나는 경멸당한다.

그는 행복하고 나는 고생한다.


142 나는 일이 많고

그는 편히 쉬고 있다.

그는 세상에 이름이 크게 났고

나는 미천하며 덕도 없다.


143 공덕이 없는데 어찌할까!

나는 모든 공덕을 갖춘 자[가 되리라.]

어떤 것에 비해 그가 열등하기도 하고

[반면] 어떤 것에 비해 내가 뛰어나기도 하다.


144 계율이나 견해의 쇠퇴함은

나의 힘에 의한 것이 아니고 번뇌의 힘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치료를 해야 하고

치료를 하기 위해서라면 당연히 [고통을] 참고 받겠다.


145 그러나 그들은 나를 보살피지 않았다.

어째서 나를 업신여기는가?

나에게 그들의 공덕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146 악취[삼악도]라는 맹수의 입가에 있는 데도 중생에게 자비심을 가지지 않고

더구나 자기의 덕을 교만하게 여겨

심지어 현자와 경쟁하려 하는구나!


147 [타인이] 나와 평등함을 보고

내 자신의 우월함을 드러내기 위해

나의 재산과 명예를

싸워서라도 성취하려고 한다!


148 어떤 것에서든 나의 공덕은

세상 어느 곳에나 다 드러내려 하고

다른 누가 공덕을 가지고 있다하면

누구도 듣지 못하게 하려 한다.


149 나의 허물은 감추고

나는 공양을 받는데 그에게는 없으며

나는 지금 많은 재산을 얻었고

또 나는 존경을 받는데 그에게는 없다.


150 그가 옳지 않은 짓을 하면

나는 오랫동안 즐기며 보고 있을 것이다.

모든 중생이 비웃고

서로 심하게 욕할 것이다.


151 번뇌에 찌든 이 사람이

나와 함께 경쟁을 하려 한다고 들었다.

학식. 지혜. 형상. 종성種姓.재물로

어떻게 [그가 나와] 동등할 수 있는가?


152 이와 같이 모든 이에게 나의 공덕이

널리 알려진 것을 들으면서

솜털이 솟을 정도로 기뻐하며

행복을 온전히 누린다.


153 설사 그에게 재산이 있다 해도

만일 [그가] 나의 일을 한다면

그에게 생활에 필요한 것 정도만 주고

나의 힘으로 나머지를 빼앗아 오겠다.


154 그의 행복을 기울게 하고

나는 항상 [그에게] 해를 가할 것이다.

그는 수 백 번을

윤회 속에서 나에게 해를 끼쳤다.


155 그대 마음이여! 그대의 이익만 탐했기 때문에

셀 수 없는 세월이 흘러갔구나!

[그리고] 그처럼 큰 고생을 했지만

그대는 오직 고통만 얻었구나!


156 이처럼 나는 분명히 남의 이익을 위하여

내 자신을 완전히 바칠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은 속임이 없으니

미래에 이 공덕을 보게 될 것이다.


157 만일 그대가 과거에

이런 이타행을 해 왔더라면

부처의 원만한 안락은 아니더라도

지금 이와 같은 상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158 그러므로 이와 같이

다른 사람의 정혈 방울도

그대가 ‘나’라고 여기는 것처럼

타인에게도 그렇게 익숙하도록 해야 한다.


159 남을 위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내 몸에 어떤 것이라도 있다면

그것을 가져다

그대는 남을 위하여 쓰도록 해야 한다.


160 ‘나는 행복하고 남은 불행하며

나는 높지만 남은 낮으며

나는 도움을 받고 남은 돕지 않는다‘고 한다면 왜 자신에게는 질투를 하지 않는가?


161 나는 자신의 행복으로부터 떨어져야 한다.

남의 고통도 내가 받아야 한다.

‘항상 내가 왜 이것을 하고 있지?’ [반복하여] 살펴보면 나의 잘못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161 비록 다른 사람이 허물을 저질렀어도

자신의 허물로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작은 허물을 범했다면

많은 사람 앞에서 밝혀야 한다.


163 타인의 명성은 크게 칭찬하고

나의 명성은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나는 비천한 종처럼 처신하며

모든 이를 위하여 쓰이도록 해야 한다.


164 이[나]는 허물이 있는 자성으로 생각하며

일시적으로 공덕이 좀 있을지라도 칭찬하지 말아야 한다.

이[내]가 가진 어떤 공덕이든

몇 사람이라도 알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


165 요약하면 자신을 위하여

그대가 남에게 해를 끼친 모든 것

그 해악은 유정을 위하여

자신에게 떨어지도록 해야 한다.


166 이것[아집을 무서워하는 마음]이

거만하게 군림하지 않도록 하고

새아씨의 거동같이 수줍어하며

두려워하고, 자제할 줄 알도록 해야 한다.


167 이런[남을 위한 생각] 식으로 존재하며 머물러야 한다!

그와 같이 그대는 행동하지 말라

이와 같이 이것[이타행]에 [억념과 정지로]힘을 쓰며

거기서 [실수로] 넘치면 [해독제로] 당장 대처해야 한다.


168 그러나 이렇게 충고를 할지라도

마음 그대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너에게 모든 벌을 주어

그대 자신을 끊어 버리게 하겠다.


169 어디서나 그대가 나를 이겼던

그 옛날과는 다르다.

지금 나는 너를 보고 있는데 어디로 도망치려 하는가?

그대의 아만을 모두 쳐부수리라.


170 지금도 나를 위하여 일 할 수 있다는

그 생각을 버려라.

나는 이미 너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 넘겼다.

슬프게 생각하지 말고 헌신하라!


171 만일 [내가] 방일해

그대를 중생에게 주지 않는다면

그대는 나를 지옥의 옥졸에게

분명히 건네주리라.


172 이와 같이 그대가 나를 옥졸에게 건네주어 오랫동안 고생했다.

그래서 지금 그 원한을 생각하며

[나는] 그대의 이기적인 생각을 부숴 버릴 것이다.


173 만일 내가 만족하기를 원한다면

결코 나 자신을 즐겁게 하지는 않으리라.

[이와 같이] 내가 보호 받기를 원한다면

나는 항상 타인을 보호하리라.


174 이 몸은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잘 보호하면 보호할수록

더더욱 엄살꾸러기가 된다.


175 그렇게까지 타락하여도

이 욕망은 이 모든 세상을

채울 수 없으니

그의 욕망을 누가 채워주리오!


176 불가능한 일을 원하기에

번뇌가 늘어나며 생각은 기울고

누군가 재물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그의 풍족함은 끝이 없다.


177 그러므로 신체의 욕망을

채울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한다.

마음을 앗아가는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것 이것이 최고의 소유물이 된다.


178 마지막에는 한줌의 재로 끝날 이 몸

[그 자체로는] 움직일 수 없는 것인데도 다른 힘으로 움직인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불결한 형상에

어찌 이렇게 집착하는가?


179 이것이 살아있건 죽었건 간에

나에게 이 기계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 흙덩어리에 무슨 차이가 있는가?

아! 어째서 [나는 아직도] 이 아만을 없애지 못할까?


180 이 몸을 애지중지하며

쓸데없이 고통만 쌓아왔네.

애착과 분노는 나무토막 같은 이 몸뚱어리에 무슨 소용이 있는가?


181 내가 이렇게 보호해도

[이 몸이] 독수리 등의 먹이가 되고 마는 것을 애착하거나 분노가 없다면

어찌 이에 집착하는가?


182 누가 멸시하면 화를 내고

누가 칭찬하면 기뻐한다.

만일 [이 두 가지] 그 자체를 알지 못한다면

나는 이 고생을 무엇 때문에 해야 하나?


183 어떤 이가 이 몸을 사랑하니

그가 나의 벗이라고 말한다면

모든 사람이 자신의 몸을 사랑하니

그들을 내가 어찌 좋아하지 않겠는가?


184 그렇게 때문에 나는 애착 없이

중생을 위하여 몸을 버렸다.

비록 내가 흠이 많을지라도

살아있는 동안은 이 몸을 [도구로써] 지켜야 한다.


185 그러므로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만

나는 현자의 뒤를 따르며

불방일不放逸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수면과 혼침昏沈에서 벗어나리라.


186 큰 자비를 갖춘 보살처럼

짊어져야 할 짐이라면 인내하여 받아들이리라.

밤낮으로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는다면

나의 불행은 언제나 끝이 나겠는가!


187 그러므로 장애를 없애기 위해

그릇된 길에서 마음을 되잡아

항상 바르고 완벽한 목표에 [이르도록]

나는 선정禪定을 지어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