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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순수하게 마음의 해탈 강조

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순수하게 마음의 해탈 강조

 


 

 제2조 혜가 대사의 회상會上에서 오랜 병마에 찌들어 몹시도 초췌한 젊은 수행자가 찾아와서 여쭙기를 “스승님 저는 죄업이 무거워서 불치의 풍병으로 여러 해를 앓는 몸입니다. 아무쪼록 불쌍히 여기시어 저의 죄업을 소멸하여 주시고 가엾은 목숨을 구제하여 주옵소서.”

 “정작 그렇다면 그대의 죄업을 이리 내놔 보게 내가 바로 소멸시켜 줄터이니.” 이에 말문이 막힌 젊은이는 이윽히 생각에 잠겼습니다.

 ‘마음이란 본래 허공과 같이 텅 빈 것 이미 마음이 그 자취가 없거니 죄없인들 어디 흔적이나 있을 수 있겠는가.’그래서 젊은이는 여쭙기를 “죄업을 아무리 찾으려 하여도 도무지 그 형상이 없사옵니다.”

 “진정 그러하니라. 마음이란 본래 공空하여 형체가 없고 이름 붙일 수도 없는 것이니 그대를 괴롭히는 죄업 또한 그 뿌리가 없느니라. 그대가 정녕 그러한 도리를 깨달았으면 이미 그대는 죄업을 참회하여 소멸해 버렸느니라.” 이 말씀에 총명한 젊은이의 마음은 활연히 열렸습니다. 그래서 젊은이는 혜가대사에게 “스승님, 저는 앞으로 스승님을 섬기려 하옵니다.”

 “그대같은 풍병환자가 나를 따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젊은이는 말하기를 “몸은 비록 병이 있사오나 제 마음은 스승님의 마음과 조금도 다르지 않사옵니다.”

 그래서 혜가대사는 그를 대견하게 받아들이니 젊은이는 차차 건강도 회복하고 더욱 정진에 노력하여 드디어 제3조 승찬僧瓚대사가 되었습니다.

 몇 십년의 세월이 흘러 승찬 대사가 환공산晥公山에 머무를 때 아직 13세의 영특한 사미沙彌동자가 찾아왔습니다.

 그는 큰절을 하고 대뜸 여쭙는 말이 “스승님 자비를 베푸시어 저에게 번뇌를 해탈하는 길을 일러 주옵소서.” 승찬 대사는 기특하게 여긴 나머지 “누가 너를 속박하였기에 풀어달라고 하는 것이냐.”동자는 불현듯 가슴이 막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참으로 생각해 보니 스승님의 말씀대로 그 누가 그 무엇이 내 마음을 구속했단 말인가? 그저 마음 안에서 공연스레 일고 스러지는 번뇌망상이 아닌가? 마음 자체가 형상이 없고 가뭇 없으니 대체 번뇌망상이 그 어디에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스승님 아무 것도 제 마음을 속박하는 것이 없사옵니다.”

 “속박하는 것이 없다면 다시 무슨 해탈을 구할 필요가 있겠느냐.” 이 한마디에 갸륵한 동자는 문득 본래 비어있는 허공같이 장애 없는 마음자리를 훤히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 동자가 장차 대도를 성취하고 제4조 도신道信대사가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부처님의 정통법맥法脈은 끊임없이 이어져 제5조 홍인弘忍대사를 거쳐 제6조 혜능慧能대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달마대사로부터 혜능대사까지는 오로지 순수하게 마음의 해탈만을 문제시 하였다고 하여 순선純禪시대라 하고 그 무렵에 주로 제창提唱한 법문을 안심법문安心法門이라 하는 것입니다.

 -청화 큰스님의 안심법문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출처 : LA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