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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어리석은 삶, 지혜로운 삶

【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어리석은 삶, 지혜로운 삶


 

 우리의 궁극은 지혜로운 삶입니다. 무엇이 지혜로움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지혜로운 삶인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정리해 온 입장에서 보면 지혜는 선정으로부터 생기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선정은 우리 마음이 흔들림 없이 안정되는 것입니다.

 경전이나 조사어록에서 보면 흔히 물과 달을 비유합니다. 연못이나 호수의 물이 일렁이면 하늘의 둥근 달이 이지러 보이고 물결 없이 잔잔해지면 둥근 달은 있는 그대로 비추인다 합니다.

 우리 마음에 파동이 없으면 세상 모든 것의 실상이 보입니다. 우리는 흔히 현상세계 현실세계에 부딪치면서 실상은 보지 못하고 가상 허상만 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순수한 본래마음이 지금까지 보고 듣고 배워오고 겪은 것들에 비추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 경전에는 비유하신 말씀들이 많은데 법구비유경 백유경 등에서 어리석음에 대하여 이야기를 많이 하십니다.

 “한 사람이 이웃집에 초대되어 음식대접을 받았는데 음식이 아주 맛이 있어 주인에게 어떻게 해서 이렇게 맛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추면 맛이 좋아진다는 말을 듣고 그는 집에 돌아와 아주 맛있게 하려고 소금에 비벼 먹었더니 짠맛 쓴맛이 되어 먹을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또 한 사람이 이웃집의 음식이 맛이 있어 방법을 물었더니 깨소금을 넣으면 맛이 좋아진다 하여 깨소금을 어떻게 만드냐고 하였더니 깨를 볶아 만든다는 말을 듣고 그는 생각하였다. ‘깨를 심어 열매를 거두어 또 볶아서 만든다면 얼마나 힘이 들고 오래 걸릴까? 볶은 깨를 심으면 쉽겠지.’하고 볶은 깨를 심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지금 우리가 들으면 얼마나 웃음이 나오는 어리석은 이야기 입니까?

 그러나 우리에게도 그런 때가 없었는지, 남의 일이라고 비웃을 일일까?

 더욱 더 잘살겠다고 도에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는가?

 빨리빨리 성취되길 바라는 조급한 마음은 없었는가?

 이 마음이 요동 쳐 어리석음을 저지릅니다.

 “우리의 궁극은 지혜로운 삶입니다. 무엇이 지혜로움이며, 어떻게 사는것이 지혜로운 삶인 것인가?”

 아는 병이 어리석음이요 의심 병이 어리석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체하는 것이나 믿어야 할 것을 의심하는 것이나 모두 병듦이요 어리석음 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한국 큰 사찰 입구에는 문이 없는 일주문이 있는데 양쪽기둥에 ‘입차문내入此門內 막존지해莫存知解’라고 써있는 곳이 있습니다. 이 문안에 들어오려면 알음알이를 두지 말라는 뜻입니다. 불법문안에, 정법문안에, 진리의 문안에, 지혜의 문안에 들어서려면 알음알이들을 두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알아온 모든 것들이 병이 되고 마군이가 되어 실상을 보는 지혜의 눈이 흐려진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 서울에서 만원버스를 탔는데 차가 이리저리 흔들리자 한 여학생이 “얘 흔들리지마” 그러자 다른 학생이 “중심 잡아라” “주제를 놓치지 마라”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공자 같은 성인은 나이가 사십이 되어서야 불혹不惑이라 하였는데 벌써 우리 여학생들이 저런 말을 하는구나!

 흔들림 없이 유혹당하지 않고 중심 잡아 주제를 놓치지 않는다는 깨침을 가졌으니 바로 지혜로운 삶이 아닌가?

 얼나마 주제를 알고 중심잡고 있을까?

 글을 쓰면서 나는 얼마나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잃지 않고 있는지 내 주제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출처 : LA중앙일보


2005년 11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