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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선은 안심법문

【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선은 안심법문

 

 


 선이란 불심세계요 동심세계라 하였습니다.

 불심이다 동심이다 하는 마음은 평안한 마음입니다. 안심입니다. 그래서 선은 안심법문이라 합니다. 벌써 한해가 저물고 새해를 맞이하는 즈음입니다.

 북녘에서 자란 호마는 북풍이 불 때마다 고향을 그리워한다고 하였는데 이제 선들바람이 가슴에 스며올 때 잊어버린 마음의 고향을 그리는 근원적인 향수를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일찍이 달마대사는 인도의 향지국 왕자였는데 제 27조인 반야다라 존자를 스승으로 하여 진리를 깨닫고 바른 불법을 중국에 펴기 위하여 천신만고 끝에 중국 광주 땅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때 중국 불교는 경론의 교리에만 집착하고 정작 마음공부는 소홀히 하여 달마대사를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대사는 숭산 소림사 뒷산에 있는 석굴에 들어앉아 걸식하러 나가는 외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벽을 향하여 바위덩이처럼 깊은 선정에 잠겼습니다. 9년 세월동안 말 한마디 없는 벙어리로 일관하였습니다.

 이때 신광이라는 젊은 스님이 달마대사의 위대함을 전해 듣고 눈보라를 무릅쓰고 소림석굴을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신광은 달마대사의 등뒤 석굴 어귀에 꿇어앉아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한 밤을 지새웠습니다.

 눈발이 무릎을 덮고 온 몸이 얼어붙어 사뭇 저려왔으나 죽음을 각오한 신광의 뜨거운 구도의 열기는 추호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호젓한 침묵 가운데 하루 해가 지나자 그토록 목석마냥 앉아만 있었던 달마대사는 넌지시 돌아앉아 신광을 굽어 보았습니다. 신광은 반색을 하여 큰절을 올리고 나서 “스승님, 이 어리석은 제자가 법을 구하고자 왔습니다. 불쌍히 여기시어 거두어 주옵소서.”

 달마대사는 오랜 침묵을 깨뜨리고 “위없는 대도는 엷은 지혜나 가벼운 덕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니라.”

 이에 신광은 비장한 마음으로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빼어 단숨에 왼팔을 잘라서 달마대사께 바치는 것이었습니다. 솟음치는 선혈로 하얀 눈을 붉게 물들고, 이내 상처에서 희부연 젖이 솟아나와 상처를 아물게 하였습니다.

 “그러면 편안치 못한 그대 마음을 가져 오너라 내가 편안케 하여 주리라.”

 그러자 신광의 마음은 당혹하여 어리둥절하였습니다. 본시 마음이란 형체가 없거니 불안한 마음이나 흐뭇한 마음이나 간에 마음이란 아예 형상화시킬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스승님, 마음이란 모양이 없사옵기에 드러내 보일 수도 얻을 수도 없지 않사옵니까?”

 “그렇다 마음이란 필경 더위잡을 자취가 없는 것이니라. 그것을 분명히 깨달았으면 그대 마음은 이미 편안해졌느니라.”

 이리하여 어두운 무명에 갇힌 신광의 불안한 마음은 활짝 열리고 맑은 하늘같은 훤칠한 마음으로 정진을 거듭하여 마침내 대도를 성취하여 제2조 혜가 대사가 되었습니다.

 



출처 : LA중앙일보


2006년 1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