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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쉼 없이 나아가는 길

【태호스님의 산사의 풍경소리】

 

 

쉼 없이 나아가는 길

 

 

우리는 지금 인생고해를 건너는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단박에 인생고해를 건너 생사해탈 성불에 이르는 분도 있으나 한걸음 한걸음 부처님께 다가가 결국 부처님이 되는 분도 있고 한 번에 몇 걸음씩을 뛰어가는 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차례가 있기도 하고 한꺼번에 닦기도 합니다. ‘일초직입 여래지’라, 단번에 견성성불을 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범부중생에게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수없는 생을 통하여 쌓여진 번뇌망상 업장은 쉽게 소멸시키기가 어렵습니다.

옛스님들께서도 ‘견성은 여파석이요 수도는 여우사’라 하셨습니다.

우리의 업장을 닦아가는 수도의 길에 나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길입니다. 연뿌리나 대나무가 실날같은 줄기들이 많아서 잘 부러지질 않듯이 수생에 걸쳐 배어진 습기가 그렇게 질깃질깃한 것입니다. 참으로 끊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끊임없는 정진이 있어야 합니다.

보시바라밀 지계바라밀 인욕바라밀 이제 정진바라밀입니다.

하나를 끝내고 또 다음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항시 모두를 함께 끊임없이 쉼 없이 행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부처님 근본 가르침은 인연법, 연기법입니다. 어느 것 하나 인연이 없는 것이 없습니다. 모두 상의 상관관계에 있습니다.

근본 가르침이 ‘4제 8정도’라고 합니다. 8정도의 첫째가 정견正見입니다.

견해가 확립되고 그로부터 생활에 다름이 없고 정정진正精進이라, 끊임없이 바른길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이것이 올바른 길이다. 부처님 근본사상이다 하고 한번 느꼈으면 쉼 없이 염념상속念念相續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한시도 부처님 생각을 놓치지 않는다면 바로 부처님처럼 되어갈 것입니다.

제가 지난번 한국에서 인기가 있다는 드라마‘삼순이’를 보고 말씀을 한 일이 있습니다. 어떤 점이 제일 인상에 남는 것입니까?

삼순이는 가끔 돌아가신 아버지께 하소연도 하고 마음을 터놓는데 마지막 말이 인상적입니다.

겨우 힘들게 얻은 조그만 행복이 깨질까 걱정하는 그에게 아버지가 말합니다.

“삼순아 지난 일은 뒤돌아보지 말고 돌아올 앞날도 미리 걱정하지 말고 그날그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라.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부처님의 가르침도 그렇습니다. 지난 세월의 회한도 갖지 말고 돌아올 미래에 대해 불안과 초조해 하지 말고 현재 순간 찰나를 놓치지 말라고 하십니다.

성과가 빨리 이루어지지 않고 마음대로 안된다고 쉽게 포기하지 않고, 가는 길이 힘들다고 멈추지 않으며, 끊임없이 쉼 없이 정진하다보면 어느 순간 손뼉치고 무릎치며 춤출 날이 온다는 것이 참선 공부입니다.

‘죽착합착 계합되어 대오각성’

부처님과 하나 되는 그런 날이 틀림없이 돌아올 것이라는 선사스님들의 가르침을 되새겨보며

넘어지면 일어나고 엎어지면 다시 일어나는 정진 바라밀입니다.

“놓치기 십상이다 놓치면 알아채고 다시 챙겨라.”

공부 길이나 살아가는 길이나 같은 것입니다.

 

 

 

출처 : LA중앙일보

 

2005년 9월 22일